[TF이슈-도심 속 경마장 논란④] '도돌이표' 마사회 주장 "법적으로 문제없다"
입력: 2016.07.11 17:19 / 수정: 2016.08.16 17:29

한국마사회는 논란이 계속되고 있는 장외발매소(화상경마장)와 관련해 지역과 상생을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법적으로도 문제가 없다고 강조하고 있다. / 한국마사회 이미지 갈무리

한국마사회는 논란이 계속되고 있는 장외발매소(화상경마장)와 관련해 지역과 상생을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법적으로도 문제가 없다고 강조하고 있다. / 한국마사회 이미지 갈무리

대박을 좇아 경마와 경륜, 복권과 카지노, 소싸움 등 사행산업의 문을 두드렸지만 쪽박만 찬 이들이 늘고 있다. '합법적인 도박'인 사행산업의 총매출은 지난해 20조 원을 넘어섰다. 여기에 불법도박 규모는 줄잡아 100조 원에 이른다. 가히 '대한민국은 도박 중'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중 경마는 일명 '화상경마'로 불리는 장외발매소를 앞세워 학교 앞까지 침투하며 우리 생활 깊숙한 곳에 싹을 틔우고 있다. <더팩트>는 지역주민과 마찰을 빚고 있는 장외발매소의 문제점과 실태, 그리고 국내 도박 산업의 부작용 등을 모두 6회에 걸쳐 짚어본다. [편집자 주]

[더팩트ㅣ박대웅 기자] "용산 화상경마장이 학교 주변 200m로 설정된 학교보건법에 저촉되지 않으며 용산구청의 정식 허가를 받아 개장한 상황에서 지역사회와 상생을 위해 다각도로 노력하고 있다. 지역사회와 상생하는 장외발매소로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 (한국마사회 홍보팀)

서울 용산 화상경마장 인근 주민들이 11일 현재 무려 1000일 가까이 천막노숙농성을 벌이며 '화상경마장 폐쇄'를 요구하고 있다. 반면 한국마사회(마사회)측은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줄곧 견지하고 있다. 마사회측은 화상경마장 설립 적법성과 한편으로는 지역과의 상생을 위한 노력등을 앞세우며 주민들 요구에는 응할수 없다는 것이다.

화상경마장 근처 주민들은 교육권과 생활권 보호를 위해 시민단체 등과 연대해 지방자치단체는 물론 국회 등에 민원을 제기하면서 전방위로 한국마사회(이하 마사회)를 압박하고 있지만 마사회 역시 법적으로 문제없다는 논리로 도심 속 화상경마장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도심 속 경마장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마사회는 왜 화상 경마장 운영을 강행하고 있는지, 주장을 들어봤다.

용산 화상경마장을 둘러싼 논란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화상경마장이 막대한 경마장 건설 비용을 아끼고, 불법도박을 예방하는 순기능이 있다는 주장도 일각에서는 나오고 있다. /더팩트DB
용산 화상경마장을 둘러싼 논란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화상경마장이 막대한 경마장 건설 비용을 아끼고, 불법도박을 예방하는 순기능이 있다는 주장도 일각에서는 나오고 있다. /더팩트DB

◆화상경마장, 비용 줄이고 불법도박 막는다?

마사회 홍보실 관계자는 9일 전화 인터뷰를 통해 "과거 도박장이라는 부정적 이미지를 개선하기 위해 화상 경마장 내 취객의 입장을 금지하고 있고, CCTV와 안전·청소 도우미를 대거 배치해 인근 지역사회의 학습권 및 생활권이 침해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경마는 전 세계적으로도 도박이 아닌 레포츠로 자리잡고 있다"고 강조했다.

세계적으로 화상 경마가 도심속 레포츠로 성장하고 있다는 마사회측의 외국 사례는 이렇다. 지난 2014년 내놓은 마사회 자료에 따르면 경마종주국 영국의 장외발매소는 전국에 9000여 개며 장외매출 비중은 약 99%에 달한다. 북메이커(bookmaker)로 불리는 사설마권업자들이 마권발매 시장을 장악하고 있으며 일반 선술집(펍·pub)에서도 마권을 구매할 수 있다.

영국과 함께 유럽 경마 산업의 한 축인 프랑스에선 경마업체 PMU((Pari Mutuel Urban)가 장외발매소를 운영한다. 1만2200여개의 장외발매소가 있으며 경마 매출의 약 98%가 이곳에서 발생한다.

아시아에서는 단연 홍콩과 일본이 경마 선발국으로 꼽힌다. 장외발매소 역시 압도적 규모다. 홍콩은 서울 면적의 1.8배에 불과하지만 장외발매소는 우리의 4배가 넘는 126개소에 달한다. 홍콩자키클럽에서 운영중인 장외발매소는 전체 매출의 약 92%를 차지한다.

일본은 2008년 기준 세계 1위(43조 원)의 마권 매출을 자랑한다. 일본중앙경마회(JRA)가 운영하는 장외발매소는 110개, 장외 매출 비중은 약 93%다. 이 밖에도 미국의 장외발매소는 8000여개로 매출 비중은 89%로 추산된다.

마사회 관계자는 "영국, 프랑스, 일본은 장외발매와 인터넷으로 마권을 구매하는 비중이 90% 이상이고 장외발매소도 대부분 도심 한복판에 있다"고 말했다. 마사회측은 화상경마장은 세계 모든 경마산업의 필수불가결한 요소라는 점을 들면서 우리나라도 불가피하다는 논리를 편다.

또한 한국레저산업연구소 서천범 소장에 따르면 화상경마장은 크게 두 가지 측면에서 긍정적인 면이 있다. 마사회측 입장에서는 귀가 솔깃하는 주장이다. 긍정적인 면의 하나는 저비용이고 또다른 하나는 불법도박을 막는다는 논리다. 다만 불법도박을 예방한다는 주장에는 이견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먼저 화상경마장은 경마에 대한 수요를 저렴한 비용으로 효과적으로 수용할 수 있다는 것. 하루 20시간 운영되는 카지노나 소매점 구매가 가능한 스포츠토토 등과 달리 경마는 정부의 규제에 따라 주 3일, 경기 과천과 부산 그리고 제주 3곳의 경마공원과 30개의 화상경마장에서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제한적으로 마권을 구매할 수 있다.

대규모 인원이 단시간에 제한적 공간에 집중될 수 밖에 없는 구조다. 때문에 경마 수요를 효과적으로 충족하기 위해 교통편의 등을 갖춘 도심 지역 내 화상경마장 건립이 우선적 고려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는 게 화상경마장 옹호론자들 주장이다. 이를 통해 경마공원 조성에 들어가는 막대한 재원도 아낄 수 있다고 한다.

경마 수요를 소화할 뚜렷한 보완책없이 화상경마장을 교외로 격리하는 것은 또다른 사회적 비용을 발생시킬 것이라는 우려도 화상경마장 불가피론의 한 이유로 마사회측은 강조한다. 이른바 '풍선효과(balloon effect)'다.

지난해 5월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이하 사감위)가 고려대학교에 의뢰한 제2차 불법도박 실태조사 연구 결과에 따르면 2012년 기준 국내 불법도박 시장 규모는 58조2000억~95조6000억 원으로 추산된다. 같은 해 한국형사정책연구원은 불법 도박 시장 규모를 100조 원으로 추산했다.

이 중 사설 경마·경륜·경정은 9조9000억 원으로 전체의 13.2%를 차지한다. 불법 도박시장 규모등을 감안할때 단순히 공급(화상경마장)을 억제하면 수요(경마자 출입자)가 줄 것이라는 생각은 이상적이라는 지적이다.

마사회는 경마 관련 불법 도박 시장을 더 크게 추정했다. 마사회측은 "형사정책연구원의 경우 국내 사설경마 시장 규모가 9조~30조 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한 바 있다"며 "합법적 사행사업을 공급 규제로 억제하다 보니 수요가 불법도박으로 빠져나갔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정부는 사행사업의 매출총량과 업장설치를 규제하고 있다.

용산 화상경마장 기준 직선거리로 235m에 성심여자중·고등학교가 자리하고 있어, 학습권 침해와 주민 생활권 침해 논란이 거센 가운데 지역 주민들은 해당 경마장 이전을 주장하며 천막농성을 벌이고 있고, 마사회는 이전 불가를 주장하고 있다. /더팩트DB

용산 화상경마장 기준 직선거리로 235m에 성심여자중·고등학교가 자리하고 있어, 학습권 침해와 주민 생활권 침해 논란이 거센 가운데 지역 주민들은 해당 경마장 이전을 주장하며 천막농성을 벌이고 있고, 마사회는 이전 불가를 주장하고 있다. /더팩트DB

◆화상경마장, 학교보건법 준수해 문제없다고?

마사회는 '경마는 곧 도박'이라는 부정적 인식을 씻고 지역사회와 상생한다는 취지의 프리미엄 화상경마장을 지난해 1월 서울 용산구 한강로에 공식적으로 개장했다. 그렇지만 취지와 달리 용산 화상경마장은 화상경마장 논란의 대표적 사례로 꼽히며 지역사회와 갈등을 3년여 가까이 이어오고 있다. 물론 마사회는 용산 화상경마장에 대해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마사회측은 용산 화상경마장 주변에 CCTV를 설치하고 안전과 청소 도우미를 대거 배치해 주변 환경 정화에 힘쓰고 있다고 강변한다. 또 취객은 물론 입장 정원 자체를 제한해 과밀화를 막았고, 입장료도 2만 원으로 설정해 경마장 출입자에 대한 제한을 두면서 최대한 지역주민의 생활권이 침해되지 않도록 장치를 마련하고 있다는 게 마사회측 설명이다.

아울러 마사회는 지역사회와 상생을 위해 다양한 공익사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현명관 마사회 회장은 2014년 용산화상 경마장 개장 당시 "지역사회를 위해 5년간 모두 10억 원의 지역발전기금과 10년간 모두 20억 원의 장학금을 집행하는 등 지역주민의 신뢰를 얻겠다"고 말했다. 실제로 용산 화상경마장은 개장 이후 지역거주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전달하고, 지역 노인정 등에 전자제품을 설치하는 등 다양한 활동을 이어가면서 주민 친화작업을 전개 중이다.

또한 마사회는 법적으로도 용산 화상경마장 설립이 문제가 없다는 점도 거듭 강조했다. 학교보건법을 준수했고 지방자치단체의 정식 허가를 받아 법적으로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학교보건법은 학교 200m이내에서는 학습권을 침해할 시설이 들어설 수 없는데 경마장은 200m 밖에 있다는 점을 든다. 용산 화상경마장과 인접한 모 학교는 약 230m 떨어져 있다.

천막노숙 농성이 3년 여동안 진행중인 용산 화상경마장 현안에 대해 마사회 관계자는 "원만한 해결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원론적인 입장만 되풀이하고 있다.

용산 화상경마장은 빌딩완공 후 우여곡절 끝에 1년8개월 여가 지난 2014년 7월28일 시범개장 형태로 문을 열었고 지난해 1월 정식개장했다. 하지만 개장 후에도 여전히 숱한 논란의 중심에 있다. 용산 화상경마장을 기준으로 직선으로 235m 거리에 성심여중과 성심여고가 있고, 불과 500m내에 6개의 초·중·고교가 밀집해 있다.

주민들은 2012년 사행산업 이용실태 조사 결과 등을 근거로 용산 화상경마장이 인근 학생들의 도박 중독 가능성을 높인다면서 폐쇄 내지는 이전을 촉구하며 오늘 현재도 농성중이다.

한국마사회가 지역사회 교육권 침해등의 이슈가 끊이지 않고 있는 용산 화상경마장 현안을 어떻게 지혜롭게 풀어나갈지 시민사회는 지켜보고 있다. (☞5편에서 <진영 의원 해법 "용산 주민 뜻 따라 이전하라"> 계속)

bdu@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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