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알츠하이머병’ 라응찬 전 회장, 건재한 모습 포착
  • 황진희 기자
  • 입력: 2012.12.14 10:55 / 수정: 2016.03.21 17:06
라응찬(74) 전 신한금융지주 회장이 강남 모 호텔 피트니스센터 방문을 마친 뒤, 지하주차장으로 나와 본인 차량 운전석에 탑승하고 있다./ 이새롬 기자
라응찬(74) 전 신한금융지주 회장이 강남 모 호텔 피트니스센터 방문을 마친 뒤, 지하주차장으로 나와 본인 차량 운전석에 탑승하고 있다./ 이새롬 기자


[더팩트│황진희·이철영 기자] 알츠하이머병(알츠하이머성 치매)을 이유로 내리 세 번의 법정 증인 출석에 응하지 않던 라응찬(74) 전 신한금융지주 회장이 직접 운전을 할 정도의 건강상태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라 전 회장은 때 이른 동장군의 기세가 한풀 꺾인 13일 오후 서울 강남의 모 호텔 피트니스클럽을 이용한 뒤 지하주차장에서 자신의 차를 직접 운전할 정도로 건강한 모습을 보였으며 <더팩트> 취재진은 이 장면을 단독으로 포착했다. 라 전 회장은 비서나 수행원을 대동하지 않고 자택과 약 10분 거리인 호텔을 에쿠스 승용차로 무난하게 왕복했다.

검은색 셔츠에 남색 체크 재킷을 입은 라 전 회장은 다소 수척해진 모습이었다. 그러나 특유의 눈빛과 카리스마는 현업에 있을 때와 같았다.

차량에 탑승하기 전, 라 전 회장이 밝은 표정으로 기자와 대화를 나누고 있다.
차량에 탑승하기 전, 라 전 회장이 밝은 표정으로 기자와 대화를 나누고 있다.


라 전 회장은 <더팩트>과의 즉석 인터뷰 요청에 미소로만 답했다. 본인의 차량에 탑승하려던 라 전 회장에게 다가가 인사를 건네자, 그는 경계하는 눈빛을 보였으나 이내 밝은 표정으로 기자와 인사를 나눴다. 기자가 “편찮으시다고 들었는데 몸은 좀 어떠신가요?”라고 묻자, 그저 미소로 대답을 대신했다. 간단한 대화를 마친 라 전 회장은 다시 차량 운전석에 탑승해 빠르게 주차장을 빠져나갔다.

알츠하이머병을 앓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라 전 회장이 차량 운전석에 탑승해 주차장을 빠져나갔다.
알츠하이머병을 앓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라 전 회장이 차량 운전석에 탑승해 주차장을 빠져나갔다.


알츠하이머병을 앓고 있는 라 전 회장의 바깥 활동에 대해 한 신경과 전문의는 “알츠하이머병 환자가 운전 및 운동을 하는 것은 상식적으로는 이해하기 어렵다. 하지만 알츠하이머병 초기의 경우 최근 기억부터 잊어버리기 때문에 오랫동안 해온 기계 조작이나 행동은 잊지 않을 수도 있다”면서 “상식적으론 이해하기 어렵지만, 의학적 이론으로는 반박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신한금융지주의 정신적 지주였던 라 전 회장은 지난 2010년 10월30일 ‘신한사태’의 책임을 통감하며 51년 뱅커 인생을 내려놨다. 신한사태란 지난 2010년 9월2일 신한은행이 신상훈 전 신한금융지주 사장을 배임과 횡령 혐의로 검찰에 고소한 사건이다. 양측의 수차례에 걸친 폭로전 끝에 신상훈(64) 전 신한금융지주 사장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혐의로, 이백순(60) 전 신한은행장은 금융지주회사법 위반 혐의로 각각 기소됐다.

이후에도 간혹 신한금융에는 라 전 회장의 끝나지 않은 영향력에 대한 소문들이 전해졌지만, 라 전 회장은 두문불출했다. 그리고 지난달 14일, 라 전 회장이 알츠하이머병을 앓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라 전 회장의 병세가 공식적으로 알려진 것은 법정이었다. 회사 자금을 횡령한 등의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신 전 사장과 이 전 행장에 대한 공판에서 핵심 증인으로 출석요구를 받은 라 전 회장이 ‘알츠하이머병을 앓고 있어 최근 2~3년의 기억이 없다’는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했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2008년 남산 자유센터 정문 주차장에서 전달된 3억원의 행방에 대한 의혹의 열쇠는 라 전 회장이 쥐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공판에서 증인들은 “라 전 회장 지시를 받은 이 전 행장이 전달했다, ‘정치와 관련된 돈’이니 관련 진술을 번복하라는 조언을 들었다”고 진술했다. 그러나 의혹의 실마리들을 쥔 라 전 회장이 알츠하이머병을 이유로 끝내 법정에 서지 않으면서 이 사건은 미궁으로 빠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한편, 횡령 및 배임 혐의 등으로 불구속 기소된 신 전 사장과 이 전 행장의 선고공판은 오는 27일에 속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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