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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소영 기자] 개그맨 김병만(36)은 한 시상식에서 수상소감으로 사라지는 코미디에 대한 안타까움을 밝혀 화제를 모았다. 그가 그토록 재현하고 싶고 다시 꿈꾸고 있는 '코미디 르네상스 시대'는 과거 1980~90년대다. 당시 개그 프로그램은 방송 3사마다 넘쳐났고 선보이는 코너 대다수는 높은 인기를 끌었다. 코흘리개 아이부터 어른들까지 코미디 프로그램의 캐릭터와 유행어를 따라하기 바빴고, 개그맨들의 인기는 톱배우 못지 않았다. 코미디가 찬란히 빛났던 그 시절, 다시 보고 싶은 개그 코너를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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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머 일번지' 속 인기 코너 '동작그만'(왼쪽)과 '내일은 챔피언' /사진=KBS 2TV '유머 일번지' 캡처 |
◆'유행 코너 가득' KBS 유머 일번지
과거 KBS의 코미디 프로그램은 대단한 인기를 끌었다. 그중 1983년부터 시작해 1992년까지 주말 저녁 안방극장에 웃음을 선사한 '유머 일번지'는 가히 최고의 코미디 프로그램이었다. 초기에는 단편 코미디로 구성됐다가 점차 고정 코너들이 자리를 잡으며 남녀노소 즐길 수 있게끔 진화했다.
개그맨 김한국, 김정식, 이봉원, 조금산, 이상운 등이 활약한 '동작그만'은 군 내무반의 에피소드를 다뤄 전 국민의 사랑을 받았다. 이봉원은 이 코너를 통해 '곰팽이' 라는 별명을 얻었고 메기 병장 역의 이상운은 학사장교 출신으로 리얼한 연기를 선보여 눈길을 끌었다.
현재 방송되고 있는 MBC '황금어장-무릎팍 도사'는 '유머 일번지' 속 '부채도사'를 모티브로 삼은 것이다. '부채도사'는 개그맨 장두석이 사이비 점쟁이로 등장, 말도 안되는 점괘로 웃음을 유발했다. 간혹 사회모습을 풍자하는 내용을 담기도 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실례 실례 합니다~ 실례 실례 하세요~" 라는 노래는 길거리에서 행인들이 자주 흥얼거렸다.
바보 연기의 최고봉, 심형래가 출연한 '내일은 챔피언'도 큰 사랑을 받은 코너였다. 당시 최고의 인기 스포츠였던 권투를 소재로 한 체육관에서 벌어지는 일화를 그렸다. 지능은 모자라지만 복서를 꿈꾸는 '칙칙이' 심형래와 코치 임하룡, 또 다른 복서 양종철-오재미 등이 나와 깨알 같은 웃음을 안겼다.
이 외에도 '변방의 북소리' '탱자 가라사대' '영구야 영구야' '회장님 회장님 우리 회장님' '괜찮아유' 등이 폭발적인 인기를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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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기 개그 코너 '쓰리랑 부부'(왼쪽)와 '시커먼스' /사진=KBS 2TV '쇼 비디오 자키', MBC '황금어장-무릎팍 도사' 자료화면 캡처 |
◆'화제만발' KBS 쇼 비디오 자키
'유머 일번지'가 토요일 저녁 시청자들의 웃음을 책임졌다면 일요일은 '쇼 비디오 자키'의 몫이었다. '유머 일번지'와 동시간대 전파를 탄 '쇼 비디오 자키'는 명실상부 KBS를 대표하는 코미디 프로그램이었다.
그중 '쓰리랑 부부'는 분장, 말투, 유행어 등 코너 속 웃음 요소가 모두 유행이 되며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개그맨 김한국, 김미화가 부부로 등장해 코믹한 부부싸움을 연기했고 국악인 신영희 명창이 중재자로 변신해 의외의 재미를 선사했다. 김미화의 일자눈썹과 야구방망이, "음메 기죽어, 음메 기살어" 등 유행어는 물론 강아지 '행국이'까지 화제로 떠올랐다.
이봉원-장두석 콤비의 '시커먼스'도 시청자들을 배꼽 빠지게 했다. 검은 분칠을 해 흑인으로 변신한 두 사람이 음악에 맞춰 "시커먼스, 시커먼스. 망했다, 망했어" 등 절도있는 대사로 웃음을 유발했다. 이 코너는 1988년 서울 올림픽 개최 직전 흑인 비하를 이유로 폐지됐지만 이후 후배 개그맨 이수근-정명훈에 의해 '키 컸으면'이란 코너로 재탄생 됐다.
이 밖에 최양락-임미숙이 열연한 '네로 25시', 심형래가 펭귄과 똥파리 등으로 변신한 '동물의 왕국' '벌레들의 합창' 등 많은 코너가 화제를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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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봉숭아 학당' 속 맹구, 오서방 등 많은 캐릭터가 오랜 기간 사랑을 받았다. /사진=KBS 2TV '한바탕 웃음으로-봉숭아 학당' 캡처 |
◆'시원하게 웃읍시다' KBS 한바탕 웃음으로
1991년 '쇼 비디오 자키'가 폐지된 후 웃음 요소만을 뽑아 제작한 코미디 프로그램은 '한바탕 웃음으로'다. 특히 '봉숭아 학당'은 전 국민의 웃음 충전 코너였다. 일제 강점기 보통학교의 교실을 배경으로 많은 코믹 캐릭터가 등장, 폭풍 웃음을 만들어냈다.
그중 맹구는 영구와 쌍벽을 이루는 바보 캐릭터였다. 선생님의 질문에 독특한 손동작과 책상 위에 올라가는 열정을 보이며 내뱉은 "선생님 저요~!" , 손가락으로 안경을 만들어 "배트~맨" 이라고 외친 유행어 등은 모든 초등학생들이 따라하기도 했다. 그 외에 오서방 캐릭터의 오재미, 간난이 역의 서현선 등도 큰 사랑을 받았고 당시 신인이었던 유재석-남희석 등도 이 코너에서 조연으로 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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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제의 개그 코너 '허리케인 블루'(왼쪽)와 '소나기' /사진=MBC '오늘은 좋은날' 캡처 |
◆'세련된 웃음' MBC 오늘은 좋은날
MBC도 다채로운 개그 프로그램을 제작해 시청자들을 즐겁게 했다. 특히 '웃으면 복이 와요'는 오랜 기간 동안 전파를 탄 장수 프로그램이었고 이후 방송한 '오늘은 좋은날'은 유행 코너를 대량으로 품고 있었다.
이윤석-김진수 콤비가 립싱크 개그를 선보인 '허리케인 블루'는 당대 최고의 인기를 구사한 코너였다. 두 사람이 외국 가수들의 분장을 한 채 노래를 과장되게 따라 부르는 모습은 시청자들을 폭소케 만들기 충분했다. 노래하는 시늉과 오버액션은 익살맞은 웃음을 유발해 큰 호응을 얻었고 다른 프로그램에서도 패러디 돼 화제를 모았다.
개그맨 이홍렬은 임하룡과 노부부로 출연한 '귀곡 산장'과 이휘재 등과 호흡을 맞춘 '큰집 사람들'로 시청자들의 웃음보를 자극했다. 특히 "뭐 필요한 거 없수? 없음 말구~" 라는 '귀곡 산장' 속 그의 대사는 많은 이들이 따라하는 유행어가 됐다. 할머니 분장이 무척 잘 어울려 임하룡과 잘 어울리는 한 쌍(?)으로 평가 받았다. 앉은 걸음으로 다니는 '큰집 사람들'도 아이들이 유쾌하게 흉내곤 했다.
강호동의 풋풋한 과거 모습이 담긴 '소나기'도 많은 팬들이 그리워 하는 개그 코너 중 하나다. 황순원의 소설 '소나기'를 패러디한 이 작품은 강호동과 아역 포동이의 콤비 개그가 일품이었다. "행님아~ 예쁘게 봐주이소" "포동이 삐침" 등의 멘트에 안방 시청자들은 배꼽을 잡고 쓰러졌다. 특히 포동이의 여자친구였던 미모의 꼬마 숙녀 수미는 현재 걸그룹 카라의 리더 박규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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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90년대 많은 사랑을 받은 틴틴파이브의 '로보캅'(왼쪽)과 신동엽-홍록기 /사진=SBS 제공 |
◆"배꼽 문 활짝 열렸어요" SBS 열려라 웃음천국
개그맨 신동엽은 1991년 '열려라 웃음천국'으로 데뷔했다. 당시 그가 선보인 코너는 '레일맨'. 그는 무스를 잔뜩 발라 머리를 뒤로 넘겨 당시 유행이었던 오렌지족을 표현했다. 특유의 깐족거리면서 자신만만한 태도로 일관하지만 앞뒤가 맞지 않는 횡설수설식의 개그로 보는 이들을 폭소케 했다. 그는 "안녕하시렵니까" 라는 유행어로 단숨에 톱개그맨 반열에 올라 1990년대 전성기를 누렸다.
SBS 개그맨 하면 틴틴파이브를 빼놓을 수 없다. 표인봉, 홍록기, 이웅호, 김경식, 이동우 등으로 이루어진 틴틴파이브는 '열려라 웃음천국'에서 '로보캅'으로 당대 최고의 인기를 누렸다. 입으로 효과음을 내며 절도 있는 동작을 맞춰 볼거리와 웃음을 동시에 안겼다. 멤버 모두 가창력도 뛰어나 아카펠라 개그를 선보이는 등 원조 '개가수(개그맨+가수)'로 맹활약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