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이현경기자] MBC의 야심찬 새 예능 프로그램 '나는 가수다'가 첫 방송 전부터 난관에 봉착했다. 예상치 못한 방청객들의 스포일러로 방송 내용이 공개되면서 시청자들은 '기대된다' 혹은 '김 빠진다' 등 다양한 의견을 내놓고 있다.
이처럼 스포일러는 신설 프로그램이나 매회 새 아이템에 도전하는 리얼 버라이어티에서 자주 등장한다. 최근 휴대폰의 기능 향상으로 촬영, 녹음 등이 수월해지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가 확대되면서 스포일러가 심해지는 양상이다.
스포일러에 대한 반응은 극과 극이다. 우선 '무한도전', '남자의 자격' 등은 스포일러에 매우 민감하다. 매회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리얼 버라이어티에 스포일러가 가장 큰 방해 요소라는 설명이다. 프로그램의 핵심인 아이템이 클릭 한번으로 노출되면서 속된 말로 '김 샜다'는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
예능 프로그램뿐이 아니다. 최근 종영한 '시크릿 가든'도 방영 내내 스포일러 방지에 진땀을 뺐다. 현장 스태프들의 입단속은 물론 폰 카메라 촬영도 전면 금지했다. 그럼에도 스포일러가 끊이지 않았고, 최종회의 쌍둥이 등장도 미리 공개돼 아쉬움을 샀다.
![]() |
| ▲ MBC '나는 가수다' 스포일러 |
스포일러가 시청자의 관심을 극대화할 수 있다는 긍정적인 시각도 있다. MBC의 '나는 가수다'는 스포일러가 등장하기 전에는 '신입사원' 보다 관심을 받지 못했지만 방청 후기가 알려지며 시선몰이에 성공했다.
화려한 출연진 명단에 '기대된다'는 반응도 이어졌다. 김건모, 박정현, 김범수, 정엽 등 최고의 보컬리스트가 라이브 실력을 겨뤘다는 소식이 시청자들의 호기심을 자극한 것이다. 덕분에 많은 인터넷 게시판 등에는 "하루 빨리 방송을 보고 싶다"는 의견이 쏟아졌다.
결론적으로 보면, 스포일러는 프로그램에 '독'이 될 가능성이 높다. 결과물이 나오기도 전에 불필요한 논쟁이 불거져 제작진의 본래 의도가 변질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힘들게 만들어 낸 창작물이 너무 쉽게 공개되면서 제작진에게 허탈감을 안겨주기도 한다.
'무한도전'의 김태호 PD는 지난 9월 달력 특집 스포일러와 관련, "왜 이런 스포일러가 아무 거리낌 없이 개진되는지 이해할 수 없다"며 "결과가 도출되기까지 제작진과 출연자들의 노고가 얼마나 많았는지 조금이라도 안다면 이런 스포일러는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최근에는 많은 시청자들도 스포일러를 반기지 않는 상황이다. 호기심과 궁금증을 갖고 봐야할 프로그램의 내용을 알게되면 재미가 반감된다는 지적도 있다. 열혈팬 사이에서는 "스스로 스포일러를 지양하는 노력을 기울여 성숙한 문화를 이끌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 |
| ▲ MBC '무한도전' 김태호 PD가 공개한 사진 |
<글=이현경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