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이현경기자] "차세대 가수를 선발하는 것이 슈퍼스타K의 목표입니다. 무엇보다 가창력이 중요하죠. 하지만 노래 실력이 뛰어나지 않아도 합격하는 길은 있습니다."
케이블 채널 M.net '슈퍼스타K 시즌2'(이하 '슈퍼스타K2')는 가수를 뽑는 서바이벌 오디션 프로그램이다. 사실 오디션은 누구나 볼 수 있다. 그러나 서바이벌은 누구나 참가할 수 없다. 심사위원의 합격 통보가 있어야 한다.
'슈퍼스타K2'의 심사는 혹독하다. 일정수준의 가창력과 음악적 재능은 기본 조건. 여기에 3가지 특별 조건이 더해져 심사가 이뤄진다. 노래에 감동을 더하는 사연, 가수로서의 발전 가능성, 노래에 대한 열정 등이 있어야 합격 가능성이 높다.
중요한 것은 모든 조건이 균형을 맞춰야 한다는 점. 한쪽에 치우쳐서는 합격하기 힘들다. 예를 들어 넘치는 끼와 노력을 보인 참가자라도 실격이 부족하면 슈퍼위크에 참가할 수 없다. 또 가능성이 보이지 않는데 감동 사연만으로는 결선에 들어갈 수 없다.
'슈퍼스타K 2'의 3가지 합격 요인을 사례와 함께 살펴봤다.

◆ 감동을 줄 수 있는 사연
감정을 실은 노래에는 흔히 말하는 '소울(soul)'이 담겨있다. 특별한 개인사가 있는 스티비 원더나 안드레아 보첼리의 음악이 더 감동적인 이유다. '슈퍼스타K2'는 감동을 주는 가수를 찾기 위해 가창력 만큼이나 노래에 담긴 개인적인 사연에 집중했다.
'슈퍼스타 K' 관계자는 "최근엔 전문 보컬교육을 받아 노래를 잘하는 사람이 매우 많다"며 "뛰어난 기교나 가창력보다는 노래 속에 아픔이 담겨있고 그것을 통해서 시청자들에게 감동을 주는 음악을 할 수 있는 사람이 '슈퍼스타 K'가 찾는 가수"라고 말했다.
지난 13일에 출연한 장재인 씨가 그랬다. 그는 따돌림받은 상처를 극복한 싱어송라이터. 음악은 독학으로 배웠다. 화려한 배경은 없었지만 장재인은 풍부한 감성과 감동적인 노래로 심사위원의 만장일치 합격을 이끌어냈다.
하지만 특별한 사연만으로는 합격하기 힘들었다. 박우식 씨는 오디션 중 성적소수자임을 커밍아웃했다. 국내 1호 동성애 가수가 되고 싶다는 꿈을 밝혀 주목을 받았지만 결과는 탈락. 사연과는 별개로 가수 자질이 부족한 것이 탈락 이유였다.
이런 사연에 대해 흥미 위주의 사생활 공개라는 비판도 있었다. 엠넷 측은 "귀로만 듣는 것이 아닌 오감으로 느낄 수 있는 음악을 추구하다보니 사연이 부각되어 보인 것 같다"며 "시청률만을 위해 참가자의 사생활을 들춰내진 않는다"고 말했다.

◆ 발전 가능성
가수 발전 가능성이 2번째 특별 심사 기준이었다. 미완성이지만 향후 가능성이 있는 참가자들이 높게 평가됐다. 그와 반대로 가창 스타일이 이미 고정돼 있는 참가자는 불합격됐다. 또 기성 가수를 모방하기만 한 출연자도 탈락됐다.
'슈퍼스타K2'는 "지난해 서인국이 우승할 수 있었던 것은 점점 발전해 나가는 모습을 보여줬기 때문"이라며 "시청자들과 함께 성장해나가고 공감을 얻을 수 있는 참가자가 '슈퍼스타 K'의 우승 후보"라고 기준을 밝혔다.
지난 13일 이재성 군이 합격한 것도 이 때문이었다. 이 군은 완벽하지는 않았지만 미래가 기대돼 합격했다. 14세인 만큼 아직 호흡과 기술면에서는 부족했지만 남다른 목소리로 합격한 것. 차세대 가수를 찾는다는 프로그램 기획 의도와 잘 맞아 떨어졌다.
반면 화려한 기교나 몸에 밴 노래 습관은 독이었다. 지난 13일 출연한 최화영은 힙합 듀오 언터쳐블의 '텔 미 와이'를 피처링한 가수였다. 그러나 그는 심사위원 모두에게 불합격을 받았다. 단순히 외국 가수를 따라했던 것이 문제였다.
프로그램 담당자는 "노래 경연 대회가 아니기 때문에 당장의 표면적인 실력은 조금 떨어지더라도 발전 가능성을 많이 보고있다"며 "프로처럼 정형화된 보컬을 지닌 사람 보다는 새로운 것을 창조해 낼 수 있는 인물을 찾고있다"고 말했다.

◆ 노래에 대한 열정
마지막 심사 기준은 열정이었다. 오디션 참가 목적에 초점을 둔 조건이다. 가수에 대한 열망이 있는 사람만이 슈퍼위크 진출을 할 수 있었다. 단순한 호기심과 튀어보이려는 욕심에 도전한 참가자들은 대부분 탈락의 고배를 마셨다.
엠넷 관계자는 "노래 실력도 중요하지만 노래에 대한 철학과 열정을 갖춰야 한다"면서 "노래에 모든 것을 건 사람들의 열정과 노력만이 심사위원은 물론 시청자들에게도 매력적으로 다가갈 수 있다"고 말했다.
샤크라 출신의 보나, 악동클럽 출신의 정윤돈은 열정을 보여 합격했다. 그룹 해체 후에도 가수의 꿈을 버리지 못한 두 사람은 오디션을 마지막 기회로 여겼다. 결국 무대에 대한 열의를 인정받아 합격 티셔츠를 손에 거머쥘 수 있었다.
'슈퍼스타 K' 관계자는 "가수 활동을 했던 분들이 새롭게 신인가수에 도전해 놀랐다"면서 "'가수 출신'이라는 자존심도 버리고 자신의 꿈을 위해 도전한 점이 높게 평가된 것 같다"고 말했다.
절박함이 없는 사람은 자연히 탈락이었다. 개그맨 이상구는 무난한 노래 실력에도 불구하고 탈락했다. 이승철의 "개그맨을 그만 둘 수 있냐?"는 질문에 대답을 못하며 "가수에 대한 열정이 느껴지지 않는다"는 평가를 받았다.
<글=이현경기자, 사진=슈퍼스타K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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