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 바꾸면 통할까?"…예능TV, 멤버교체의 득과 실
  • 서보현 기자
  • 입력: 2010.06.09 13:13 / 수정: 2010.06.09 13:13

[ 서보현기자] "시청자의 우려를 잘 알고 있습니다. 저 역시 빈자리와 팀워크에 대한 걱정이 큽니다. 그러나 프로그램을 처음 시작했을 때도 이 고민을 했습니다. 시간을 두고 지켜본다면 또 다른 재미를 느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KBS-2TV '청춘불패' 김호상 PD는 시간이 약이라 했다. 대대적인 멤버 변화를 둘러 싼 우려에 대한 대답이었다. 멤버 변화로 인한 고민과 우려를 느낄 수 있는 한 마디였다.

최근 버라이어티 내에 자체 개편이 이뤄졌다. 2달 사이에 총 5개 예능 프로그램이 멤버 변화를 맞은 것. 출연진의 하차와 교체, 추가가 쉴 새 없이 이어진 셈이다.

예능이 멤버 변화를 시도할 때마다 시청자의 반응은 뜨거웠다. 새롭게 투입되는 출연진은 실시간 검색어 1위에 올랐고 프로그램은 새롭게 조명받았다. 순식간에 화제의 예능으로 떠올랐다 해도 무리가 아니다.

그러나 이것이 장기적인 관심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호기심을 보이는 시청자는 많지만 호응을 보내는 사람은 극히 드물기 때문이다. 상당수의 시청자가 기존 멤버가 하차하는 아쉬움과 새 멤버로 인한 팀워크 저하를 걱정하고 있다.

예능의 새 얼굴에 대한 기대와 우려를 짚어봤다.

◆ "6월, 달라진 예능 멤버"

예능 속 멤버 변화의 유형은 크게 3가지로 나눌 수 있다. 우선 기존 멤버의 하차로 인한 변화다. KBS-2TV '해피 선데이-1박 2일'이 김C의 하차로 7명에서 6명 체제로 돌아선 것이 그 예다. 당분간 '1박 2일'은 김C의 공석을 그대로 둔 채 6인 멤버 체제를 유지할 계획이다.

이와 달리 전면 교체가 이뤄지는 경우도 있다. '청춘불패'와 KBS-2TV '천하무적 야구단'을 들 수 있다. '청춘불패'는 유리,써니,현아의 하차로 빅토리아, 주연, 김소리를 발탁했고, '천하무적 야구단'은 마르코 대신 탁재훈, 김동희, 김현철 등이 합류했다.

마지막으로 멤버가 추가되는 경우도 있다. SBS-TV '패밀리가 떴다2'는 김희철과 장동민을 고정 멤버로 확정해 9명 체제를 완성했다. , MBC-TV '우리 결혼했어요'는 기존 2커플을 유지한 채 닉쿤과 빅토리아를 새로운 가상 부부로 캐스팅했다.

◆ "분위기 전환과 기대주 발굴"

고인물은 썩는다고 했다. 변화가 없으면 정체될 수 밖에 없다는 말이다. 예능이 멤버 변화를 꾀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멤버 변화는 신선함이 생명인 버라이어티가 가장 단기간에 새로움을 줄 수 있는 방법이다.

멤버 변화로 얻는 효과 중 하나는 예능 기대주 발견이다. 김희철은 '패떴'으로 게스트를 넘어선 차세대 예능 MC로서의 가능성을 보였고, 주연은 '청춘불패'를 통해 숨겨진 끼를 선보여 예능 블루칩이 되겠다는 각오를 내비쳤다.

김호상 PD는 "예능의 소임 중 하나는 새 얼굴을 발굴하는 것"이라며 "가능성있는 기대주와 신선한 캐릭터는 프로그램을 풍요롭게 할 뿐 아니라 기존의 멤버들에게 자극제가 되기도 한다. 결국 멤버 변화는 방송과 출연진에게 윈윈 효과를 안겨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분위기 전환 효과도 있다. 멤버 교체로 시청자에게 신선한 느낌을 줄 수 있다는 것. MBC-TV '일요일 일요일 밤에-뜨거운 형제들'이 탁재훈과 김구라 사이에 박명수를 투입시킨 것도 이 때문이다. 박명수가 탁재훈과 김구라의 '오빠밴드' 이미지를 희석시킨다는 것.

김영희 CP는 "우려도 있었지만 새로움에 대한 갈망이 있었기 때문에 박명수를 새 멤버로 투입시켰다"며 "물론 처음에는 서로 겉도는 느낌도 있었지만 회를 거듭할 수록 안정된 모습을 보이고 있어 캐스팅 결과에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 "교체 위한 교체? 반짝 효과 경계"

그러나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멤버 변화가 수박 겉핥기식의 임시 방편으로 사용되고 있다는 것. 이는 시청률 논리에 따른 것으로, 주먹구구식의 멤버 교체는 반짝 관심은 살 수 있어도 공감은 얻을 수 없다는 지적이다.

한 방송 관계자는 "최근 프로그램의 총체적인 위기를 출연진 교체로 무마하려는 경향이 있다"며 "시청자의 외면은 출연진이 아닌 식상한 콘셉트의 영향 때문에 이뤄진다. 인기있는 출연진으로 교체한다고 해서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캐릭터 중복도 문제다. 버라이어티의 롱런 공식은 다양한 캐릭터의 조화. 중복되는 캐릭터는 식상함을 줄 뿐이다. 실제로 과거 '패떴'은 김종국이 기존의 김수로와 캐릭터가 겹치며 시청자의 외면을 받은 사례가 있다.

'청춘불패' 김호상 PD는 "제작진 입장에서도 인기 멤버의 부재에 대한 걱정을 하지 않을 수 없다"며 "무엇보다 새 멤버가 기존 팀워크와 캐릭터를 해치지 않으면서 빈자리를 빨리 채우는 것이 중요하다"고 어려움을 털어놨다.

이 같은 우려에 대한 예능 제작진의 입장은 '시간은 약이다' 였다. '패떴2' 곽승영 PD는 "멤버 교체로 혼동을 느끼는 시청자도 있었을 것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시간을 두고 보면 변화가 오히려 약이 된 것을 알 수 있을 것 같다. 이전과 달리 캐릭터는 단단해지고 팀워크도 탄탄해질 것이다. 시간을 두고 너그럽게 지켜봐줬으면 좋겠다"고 부탁했다.

<글=서보현기자, 사진제공=KBS, MBC, 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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