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니가 하면, 나도 한다"…365일 돌아가는 아이돌
▶ "라이브 무대에선 얼음돌"…발전없는 무한경쟁
[ 나지연기자] "월요일은 예능 실내 및 야외 녹화, 화요일은 2~3개 라디오 생방송, 수요일은 각종 행사, 목요일은 케이블 MC, 금요일은 가요 프로그램, 주말은 콘서트 출연"
한 아이돌 그룹의 일주일치 활동 계획표다. 하루에 평균 3~4개의 방송에 출연하다보니 7일이면 소화하는 스케줄 수가 20개를 훌쩍 뛰어 넘는다. 새 앨범을 내는 주기도 짧다. 정규와 싱글을 번갈아 낸다. 그러다보니 공백이란 없다. 1년 365일 내내 돌고, 또 돈다.
비단 한 그룹만의 특별한 이야기가 아니다. 최근 활동 중인 아이돌 그룹의 스케줄은 대부분 비슷하다. 이유는 아이돌의 무한경쟁에서 찾을 수 있다. 아이돌 전성시대는 그룹간의 대결구도를 형성하며 시너지를 내지만 그 이면에 나타나는 부작용도 있다.
아이돌 그룹 과다경쟁의 두얼굴을 살펴봤다. '소녀시대', '카라', '티아라', '2NE1', '비스트', '유키스' 등이 동시다발적으로 활동, 화제성 면에서는 긍정적이지만 음악에 대한 신뢰도는 여전히 낮았다.

◆ "365일, TV는 아이돌 천국"
TV 채널을 돌리면 여기도 아이돌, 저기도 아이돌이다. 음악, 예능, 드라마, 심지어 케이블 리얼리티쇼까지 아이돌 그룹 일색이다. 가수 본연의 업무 뿐 아니라 출중한 개인기와 끼를 앞세워 자신의 성향에 맞는 프로그램에 따로 또 같이 출연하고 있다.
한 주에 방송되는 공중파 3사 음악 프로그램의 경우 한 회당 아이돌 출연 비율이 80%를 넘어선다. 그만큼 앨범을 내고 활동하는 걸그룹, 보이그룹이 많다. 신인 아이돌 그룹까지 합하면 그 수는 훨씬 많아진다.
예능 프로그램도 마찬가지다. 소위 말하는 잘 나가는 코너에는 아이돌 멤버 한 둘은 꼭 끼어있다. 퀴즈 프로그램, 리얼 버라이어티, 각종 토크쇼에 고정 패널로 참여하거나 혹은 매주 게스트로 얼굴을 내민다. 아예 걸그룹 멤버만 모아 만든 코너도 있다.
이외 활동까지 더하면 활약상은 더 두드러진다. 공백 기간에는 드라마에 출연해 연기자로 변신을 하거나, 방송사 MC로 활약하며 활동을 이어간다. 케이블 방송에서는 아예 그룹을 중심으로 만든 리얼리티 프로그램에 출연해 사생활까지 낱낱히 밝힌다.

◆ "과다경쟁, 관심은 올라가고"
아이돌 그룹이 봇물을 이루게 된 것은 가요계의 현 상황과 관련이 깊다. 오랜 불황과 싸울 수 있는 유일한 대항마로 아이돌이 떠오른 것. 음악을 소비하는 주계층, 즉 10~20대를 공략하는 타킷 마케팅에서도 아이돌 만한 가수가 없었다.
음악평론가 성우진 씨는 "가요계에 상업적 움직임이 직접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빨리 수익을 이끌어 내야하는 상황이 됐다"이라며 "그러다보니 흥행을 바라보는 아이돌 그룹 천지가 된 것 같다. 아이돌이 하면 뭘하든 화제가 되니 수익창출 목적의 아이돌이 많아졌다"고 분석했다.
앨범 발매 시기를 맞추며 시너지 효과를 내기도 했다. 동시다발적으로 활동하다보니 자연스레 경쟁구도가 형성됐고, 이는 더 많은 이슈를 생산하는 계기가 됐다. 게다가 신인 아이돌까지 경쟁구도에 끼어들며 무대는 물론 방송까지 아이돌 전성시대가 이어졌다.
TS 엔터테인먼트 원근연 이사는 "아이돌끼리 앨범 발매 시기를 맞춰서 내는게 결코 손해가 아니다. 걸그룹끼리 뭉치는 경우 분석기사, 특집 프로그램 등이 나와 활동에 긍정적이다"라며 "비스트와 엠블랙처럼 신인 때 경쟁 구도가 생기면 관심을 받으니 더 효과적이다"라고 설명했다.

◆ "과잉경쟁, 실력은 떨어진다"
하지만 경쟁 구도가 너무 과다하게 형성되다보니 부작용도 생겼다. 바쁜 활동 속에 앨범을 준비하다보니 본직업인 가수로 돌아오면 형편없는 결과를 내놓는다. 일례로 라이브로 진행되는 음악방송에서 노래를 제대로 소화하는 그룹을 찾아보기란 하늘에 별 따기다.
한 아이돌그룹 소속사 관계자는 "미니앨범이나 디지털 싱글 등 아이돌 그룹이 앨범을 발매하는 숫자가 많아져 공백이 없다"며 "이렇게 경쟁하다보니 활동이 과해지고, 멤버들의 컨디션도 안 좋아 라이브 무대가 완벽하지 못할 때가 많다. 연습이 부족한 것도 사실"이라고 전했다.
변신도 마찬가지다. 새 앨범을 발매할 때 마다 변신을 강조하지만 정작 달라진 건 외적인 변신 뿐이다. 큐티와 섹시를 오가며 겉모습을 달리할 뿐, 음악색은 대동소이하다. 몇년 째 후크 일색으로 대중들이 느끼기에도 별반 차이가 없다.
대중문화평론가 이문원 씨는 "아이돌 시장이 포화됐다. 지금 상황으로 공급 과잉이다"라며 "변신이라고 하지만 음악을 들으면 사실상 테크노를 베이스로 힙합이나 유로 댄스를 섞고, 여기에 변종 오토튠을 깔고 있다. 공차면 몰려가는 식, 한마디로 자포자기다"라고 지적했다.

◆ "주객전도, 상품화의 득과 실"
아이돌의 과외 활동은 여러가지 면에서 긍정적인 측면이 많다. 특히 볼거리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눈이 즐거운 건 사실이다. 하지만 본업이 가수인 만큼 주객이 전도돼서는 곤란하다. 쉼 없는 활동도 중요지만 음악적 역량을 키우는 것은 더 중요하다.
여대생 이하율(22) 씨는 "주말 음악 프로그램에서 한 여자 아이돌이 신곡을 부르는데 귀를 의심했다. 음원으로 듣던 그 노래가 맞는지 한참 헷갈렸다"면서 "적어도 앨범을 들고 활동하는 가수라면 예능감보다 라이브 실력을 먼저 키워야 되지 않을까 생각됐다"고 비난했다.
아이돌 그룹의 과다경쟁은 그룹의 장기적인 발전에 걸림돌이다. 아무리 '싱어테이너'의 시대라지만 싱어가 아닌 엔터테이너로 소비되다 보면 대중의 기호에 따라 롤러코스터를 탈 수 있다. 빠른 소비 패턴 속에서 음악적 역량 없이는 그룹 자체의 수명도 짧아질 수 밖에 없다.
한 가요계 관계자는 "예전는 앨범 사이에 공백기가 있었고, 그 때 새 앨범을 준비했다. 그러나 지금은 서로 경쟁하며 아이돌끼리 꼬리잡기를 하고 있다"면서 "아이돌의 상품성을 모르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상품으로 돌리다보면 한계는 빨리 올 수 밖에 없다. 지금은 과다경쟁의 득에 빠져 있지만 잃을 것에 대해서도 미리 대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 사진제공 = SM·DSP· YG· 큐브·제이튠엔터테인먼트, 코어콘텐츠미디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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