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 "유행 쫓는 충무로"…영화계, 장르 편식의 두 얼굴

  • 김지혜 기자
  • 입력: 2010.02.05 13:26 / 수정: 2010.02.05 18:08

[ 김지혜·서보현기자] "충무로는 패션과 닮았어요. 유행을 참 많이 타거든요. 멜로가 뜨면 멜로로 우르르르, 코미디가 뜨면 코미디로 떼르르르....지금 유행은 스릴러 영화라 할 수 있죠"

한 영화 관계자는 충무로를 패션에 비유했다. 한 가지 유행 아이템이 등장하면 모든 패션 하우스가 비슷한 상품을 찍어내듯 하나의 영화가 유행하면 모든 제작사들이 닮은 기획을 내놓는 특성이 강하다는 말이다.

틀린 말이 아니다. 오랜 기간 충무로는 유행을 쫓아왔다. 90년대 후반 '편지'라는 영화가 큰 히트를 기록했을 때 한동안 멜로 영화 제작이 봇물을 이뤘고 2000년대 '가문의 영광'이라는 영화가 흥행한 후에는 코미디 장르가 대세를 보였다.

2010년, 현재도 마찬가지다. 충무로가 쫓는 장르는 스릴러와 액션이다. 규모면에서는 몸집 큰 블록버스터를 지향하고 있다. 한쪽으로 몰리다 보니 영화의 다양성은 떨어졌다. 또 대형기획 쪽으로만 자본이 몰리다보니 자연스레 규모가 작은 독립영화는 다시 음지로 내려앉고 있다.

다양성이 기반이 되어야할 문화에서 편식만큼 위험한 것은 없다. 편식에서 오는 영양 불균형은 고스란히 관객에게 돌아가기 때문이다. 더욱이 장르 편중은 충무로의 장기적인 발전을 저해하는 요소로 작용하기도 한다. 유행 쫓는 충무로의 두 얼굴을 살펴봤다.

◆ 액션·스릴러 편중…충무로는 남자시대

2010년 충무로는 남자시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마초성 짙은 장르인 액션과 스릴러의 제작이 활성화 되고 있고 배우 기용 역시 남자 투톱이 대세다. 2010년 첫 한국 영화였던 '용서는 없다'부터 개봉을 앞둔 기대작 '의형제', '평행이론', '황해'까지 남자영화라는 점에서 닮았다.

그러다보니 상대적으로 멜로, 코미디, 공포 등의 장르는 찾아보기 힘든 상황이다. 되는 장르 쪽으로 기획, 제작이 몰리면서 다양성 차원에서는 아쉬움이 생기는 것. 또 남자 배우들이 두각을 나타낼 수밖에 없는 장르 영화들이 만들어지다 보니 여배우들의 역할이 축소되는 것도 사실이다.

남자영화가 득세를 보이면서 여자 배우를 내세운 영화들은 찾기 힘들어졌다. 또 규모가 큰 장르일수록 여배우들의 역할은 작아지고 있다. 영화평론가 하재봉 씨는 "액션이나 스릴러는 남자 배우들이 두각을 나타낼 수밖에 없는 장르적인 특징이 있다"면서 "스토리텔링 자체가 여성위주의 멜로나 드라마 보다는 선 굵은 액션 쪽에 힘이 실리기 때문이다"고 분석했다.

◆ 블록버스터 대세, 작은 영화는?

또 하나 충무로의 흐름은 기획과 제작이 점차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해운대', '국가대표' 등 제작비 100억 원에 육박하는 대형 영화들이 성공하면서 한국형 블록버스터 제작이 줄을 잇고 있다. 올해만 하더라도 1월 개봉한 '전우치'를 시작으로 '포화 속으로','디데이', '아름다운 우리'등 제작비 100억원대의 영화 약 10여 편이 기획, 제작에 들어갔다.

한국형 블록버스터 제작의 활성화는 충무로의 산업 확대 측면에서는 환영할만한 일이다. 규모가 큰 영화가 성공할 경우 창출되는 부가 가치가 엄청나기 때문이다. 또 블록버스터급 영화를 계속해서 시도하면서 충무로의 기술을 향상시키는 것은 물론이고 제작 노하우도 쌓을 수 있다.

그러나 규모가 커지는 만큼 위험 부담도 큰 것이 사실이다. 또 이처럼 블록버스터 쪽으로 자금이 몰리다보면 상대적으로 작은 영화 제작에 대한 관심은 소원해지기 마련이다. 지난해 '워낭소리', '똥파리' 등의 성공으로 독립 영화의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했음에도 불구하고 2010년 독립 영화 제작 환경은 크게 달라지지 않은 상황이다.

◆ 한국영화, 다양해질 필요있다

2010년의 충무로는 분명 2009년에 비해 긍정적인 희망을 품고 있다. 지난해 한국 영화들이 선전하면서 관객 신뢰를 회복했고 제작 역시 활개를 띄는 분위기다. 그러나 다양성 측면에서는 여전히 아쉬움이 크다. 액션과 스릴러 등 특정 장르가 선호되고 규모가 큰 영화의 위주로 제작이 되다보면 소외받은 장르와 영화들이 생길 수밖에 없다.

영화평론가 심영섭 씨는 "기획이 대형화되면 작은 영화의 제작이 줄어드는 건 사실이다. 빈익빈 부익부는 한국영화의 오랜 문제점 중 하나"라며 "전에 없던 큰 시도를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가운데 작고 다양한 영화에 대한 관심도 지속되어야 한다"고 견해를 밝혔다.

그러기 위해서는 제작비 100억대의 대형 영화 제작뿐만 아니라 20~30억원때의 중형 영화, 10억 미만의 작은 영화 등 다양한 사이즈의 작품이 균형있게 제작될 수 있는 환경 조성이 중요하다. 대중문화평론가 이문원 씨는 "단순 소비 트렌드를 쫓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 영화계는 유행을 쫓으면 늘 큰 실패를 만나고는 했다. 발전의 기반이 될수 있는 영화들이 꾸준히 만들어질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가는 노력이 계속되어야 한다"고 충고했다.

<사진 = 각 영화 스틸 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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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팩트 기자들이 풀어 놓는 취재후기 = http://press.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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