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캐릭터가 날개"…제 몸에 맞는 역할, 있다
  • 김지혜 기자
  • 입력: 2009.12.07 13:00 / 수정: 2009.12.07 17:49

[ 김지혜기자] 옛 말에 '옷이 날개'라 했다. 자신에게 걸맞는 옷을 입으면 사람의 가치도 동반 상승하지만 몸에 맞지 않는 것을 입을 경우 초라해 보일 수 있다. 이처럼 옷 하나에 사람에 대한 가치 평가는 극과 극으로 나뉘어진다.

배우에게 있어서 '캐릭터'는 바로 옷이다. 몸에 맞으면 '날개' 역할을 하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무덤'이 되기도 한다. 실제로 제 몸에 맞는 역할을 찾아 '딱! 그 연기'를 펼친 배우는 호감도는 물론 드라마 흥행까지 끌어올렸고, 반대의 경우 비호감으로 전락해 시청자의 외면을 받았다.

동전의 양면처럼 캐릭터 하나에 웃고 운 스타들을 통해 배우와 캐릭터의 상관관계를 살펴봤다.

◆ "이 역할이 적역"…캐릭터로 '날개' 단 스타

한국형 드라마의 특징은 희노애락이 명확한 스토리에 있었다. 그러나 요즘은 이야기가 다르다. 흡입력 있는 스토리만큼이나 개성 있는 캐릭터가 인기를 좌우한다. 2009년의 경우만 보더라도 그 어느 해보다 다양한 캐릭터가 등장해 시청자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올해 캐릭터 하나로 인기와 명성 두 마리 토끼를 잡은 대표적인 스타는 '선덕여왕'의 김남길, '지붕 뚫고 하이킥'의 황정음, '천사의 유혹'의 이소연 등이 있다. 이들은 '맞춤형 캐릭터'를 통해 가능성 많은 조연 배우에서 전국민의 사랑을 독차지하는 스타로 거듭났다.

데뷔 6년차의 김남길은 종전까지 능력 있는 회사원, 정의감 넘치는 검사 등 준수한 외모와 깔끔한 이미지만을 강조한 단조로운 역할을 맡아왔다. 그러나 '선덕여왕'에서는 선과 악, 코믹과 진지함을 넘나드는 '비담' 역을 맡아 자신의 역량을 120% 발휘하며 인기를 누렸다.
황정음 역시 대체 불가능한 완소 캐릭터로 시청자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연기자 전업 후 그가 맡았던 역할은 밉상 캐릭터. 새침한 성격의 부잣집 딸 역할이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지붕 뚫고 하이킥'으로 제 몸에 맞는 '엉뚱' 캐릭터를 입었고, 제 2의 전성기를 누리고 있다.

이소연도 기존 이미지와는 180도 다른 캐릭터를 통해 자신의 진가를 발휘하고 있다. 전작에서 밝고 캐릭터를 연기했던 이소연은 '천사의 유혹'을 통해 제대로 된 악역에 도전했다. 무색무취의 배우에서 색깔과 향기나는 배우로 변했고, 이소연을 각인 시키는 계기가 됐다.

◆ "역할만 튀었다"…캐릭터로 '무덤' 판 스타

반대로 이미지와 맞지 않는 역할을 맡아 실패를 맛본 케이스도 있다. 캐릭터의 매력과 배우의 이미지가 자연스레 조화를 이루지 못한 경우다. 대부분 오랜만에 브라운관에 컴백한 스타들이 실패의 쓴 잔을 마셨다. 대표적인 배우는 윤은혜, 손태영, 김규리 등이다.

윤은혜의 대표 이미지는 '톰보이'다. 그러나 2년만에 선택한 드라마 '아가씨를 부탁해'에서는 '톰보이' 대신 '공주님'으로 변신했다. 문제는 캐릭터가 윤은혜에게 전혀 이입되지 못했다는 것. 화려한 의상과 화장은 윤은혜 특유의 매력을 반감시켰고 어색한 연기는 튀기 일쑤였다.

2년 만에 안방극장에 컴백한 김규리 역시 캐릭터 선택에 실패한 경우다. 세련된 도시 미인의 이미지를 지닌 김규리는 드라마 '멈출 수 없어'에서 복수의 화신 캐릭터를 맡았다. 그러나 무늬만 캐릭터에 그쳤다. 남루한 옷을 입고 펼치는 눈물 연기는 제 몸에 맞지 않고 겉돌았다.

손태영의 경우 이미지와 연기의 부조화는 물론이고 캐릭터 자체의 설득력이 떨어져 시청자의 외면을 받았다. 드라마 '두 아내'에서 비련의 여주인공을 맡은 손태영은 어색한 연기로 방송 내내 논란에 시달렸으며, 극 후반에는 설득력 없는 캐릭터로 또 한번 비난 받았다.

◆ "캐릭터 모범 답안?"…이미지와 연기력 조화

예쁜 옷도 제 때 갈아입지 않으면 닳고 헤진다. 배우에게 있어 캐릭터도 마찬가지다. 아무리 좋은 이미지 가졌다 할지라도 적절한 시기에 변화를 주지 않으면 도태되기 마련이다. 단, 언제 어떻게 효과적으로 변신을 꾀하느냐가 성패의 관건이다.

드라마 평론가 윤석진 씨는 캐릭터 변신에도 전략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그는 "본인이 가지고 있는 잠재적 이미지를 극대화 시킬 수 있는 캐릭터를 잘 찾는 것이 우선"이라며 "하지만 배역 만큼이나 중요한 것은 그 캐릭터를 얼마나 설득력 있게 표현하느냐다"고 분석했다.

그러고 보면 성공한 배우들이 맞춤옷처럼 새 배역을 소화할 수 있었던 것은 그를 뒷받침하는 안정적인 연기력 때문이다. 종전 이미지를 무리하게 탈피하기 보다는 자신의 역량 안에서 자연스럽게 변화를 시도하는 것이 주효했다.

윤석진 씨는 "팔색조 연기자라 평가받는 김명민이 좋은 모범 답안이 될 수 있다"면서 "하나의 캐릭터를 창조하기 위해 철저히 분석하고 몰두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그런 노력없이 섣불리 새로운 캐릭터에 도전 했다간 기존의 호의적 이미지까지 깎아버릴 수 있다"고 충고했다.

ebada@tf.co.kr

<사진 = 김용덕·이승훈·이호준기자, 각 방송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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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팩트 기자들이 풀어 놓는 취재후기 = http://press.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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