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생팬의 하루] "지방 콘서트, 휴게소를 노려라"…55만원 택시를 타는 까닭?

  • 나지연 기자
  • 입력: 2009.09.29 13:39 / 수정: 2009.09.29 14:50

[ 나지연기자] 역시 보통 일은 아니었다. 아이돌 가수들을 맹목적으로 따라다니는 것은. 게다가 수많은 팬들의 치열한 경쟁을 뚫고 오빠를 한번 더 만나고, 또 남들이 없는 사진을 찍는다는 건 엄청난 집념과 정보력을 요하는 일이었다.

치열한 경쟁 사회에서 모두가 승자는 될 수 없다. 사생팬도 마찬가지다. 다 똑같이 가수를 따라다니는 것 같지만 누가 더 영리하게, 누가 더 기발하게 재치와 기지를 발휘했느냐에 따라 그 결과는 천차만별이다. 팬들에게 사생 중 생긴 특별한 사연과 에피소드를 들어봤다.

◆ "창원까지 55만원, 휴게소를 노려라"

서울에 사는 고등학생 A양은 지난해 동방신기의 지방 콘서트에 맞춰 창원에 가기로 결심했다. 대부분의 팬들은 창원에 먼저 내려가 자리를 잡기 위해 KTX를 이용했다. 하지만 A양은 마음이 맞는 몇몇 팬들과 함께 택시를 타고 내려갔다. 총 4명의 팬이 모여 택시를 타고 내려가는데 든 비용은 총 55만원.

이는 KTX나 기차보다 적게는 2배 많게는 3~4배 정도 비싼 가격. 그러나 A양이 택시를 타고 동방신기 밴 뒤를 따라간 이유는 따로 있었다. 다름아닌 '휴게소 작전'이 가능하기 때문. 아무리 주변을 의식하는 가수라해도 4~5시간이 걸리는 장거리를 논스톱으로 달릴 수는 없는 노릇이다. 2시간에 1번은 휴게소에 들려 볼 일도 보고, 배도 채워야 한다.

A양의 생각은 제대로 적중했다. 서울 톨게이트를 빠져 나간 밴은 중간에 휴게소를 들렸고, 택시로 뒤따라가던 A양의 일행도 뒤이어 들어갔다. 휴게소는 숙소나 공연장 등과 달리 팬들의 경쟁이 전혀 없었다. 또한 매니저의 제재도 심하지 않다. 덕분에 A양은 준비했던 선물을 직접 전해줄 수 있었고, 옆자리에서 밥을 먹는 행운까지 얻었다.

◆ "팬들끼리도 낚시, 단독사진은 내 것"

대학생 B양은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SS501 숙소 앞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그러던 중 개인 시간을 보내러 나온 멤버의 모습을 목격했다. 이 날 승용차를 몰고왔던 B양은 재빨리 멤버들의 뒤를 쫓았다. 결국 이들이 도착한 곳은 청담동 인근의 한 카페. 평소에도 가끔씩 들르는 장소였다.

B양을 제외한 나머지 팬들은 곧바로 따라오지 못한 상황이었다. 멤버들의 앉은 곳 가까이에 자리를 잡은 B양은 고민하기 시작했다. 조금만 있으면 다른 팬들도 이 카페에 올 것이 분명했기 때문이다. 어렵사리 얻은 조용한 기회를 놓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결국 B양은 평소 알던 몇몇 팬들에게 문자를 보냈다.

문자의 내용은 '오빠들 지금 신사역 근처로 간 것 같아'. 서로 정보를 공유한 많은 사생팬들은 이 문자 하나에 낚이고 말았다. B양은 자신을 제외한 팬들을 엉뚱한 곳으로 유인하는데 성공한 뒤, 카페 안에서 오빠들의 모습을 카메라에 넘치도록 담았다. 기사로 따지면 단독이 성공한 날이었다.

◆ "택시기사와도 문자, 정보는 나의 힘"

"지금 XX가 압구정동 ◇◇카페에 친구랑 들어갔어."
"정말요? 아저씨 택시몰고 신촌으로 빨리 오세요"

여고생 C양에겐 특별한 문자친구가 있다. 바로 택시기사 아저씨. 택시도 그냥 택시가 아니다. 가수들의 뒤를 전문적으로 따라다니는 택시다. 이 날 사생을 하루접고 집에서 쉬려던 C양은 아저씨가 보낸 문자에 고민하다 압구정행을 결심했다. 그리고 바로 아저씨를 콜했다. 택시 아저씨가 신촌까지 오는데 걸린 시간은 고작 30분.

택시에 몸을 실은 C양은 아저씨의 안내에 따라 좋아하는 가수가 들어갔다는 압구정동 카페로 향했다. 이후 2시간을 기다린 C양은 오빠의 얼굴을 볼 수 있었다. 이 날 C양이 택시비로 사용한 돈은 총 5만원. 신촌과 압구정 왕복에 웃돈까지 얹은 금액이었다.

C양은 "사실 택시비가 비싸긴 하죠. 하지만 전문적으로 가수를 따라다니는 아저씨들의 정보는 100% 정확해요. 그런 아저씨들끼리 정보를 주고받기 때문"이라며 "택시 기사분들은 저같은 팬들을 태워 돈을 벌려고 문자로 정보를 흘리고, 저도 가끔은 오빠들의 행방이 궁금해 문자를 할 때도 있어요"라고 택시 아저씨와 문자 친구가 된 이유를 설명했다.

< 사진 = 김용덕·이승훈·이호준·송지원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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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팩트 기자들이 풀어 놓는 취재후기 = http://press.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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