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춤 완전정복] "우리는 히트춤 제조기"…걸그룹 안무가를 만나다

  • 나지연 기자
  • 입력: 2009.09.23 11:11 / 수정: 2009.09.23 12:37

▶ 평균나이 30, 춤으로 산 지 11년. 김용현·배윤정·이재욱·최정호

▶ 4인의 안무가, 그들의 말하는 춤 인생과 가수 대표 춤꾼은 누구?

[ 김지혜·나지연기자] 과거 가수들의 무대 안무는 노래를 빛내주는 보조수단 혹은 자기과시용에 불과했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일단 '춤'이 떠야 '노래'도 히트칠 수 있다. 그만큼 가요계에서 안무가 차지하는 비중이 커졌다.

이렇듯 춤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덩달아 주목받는 이들이 있다. 바로 '히트춤 제조기', '창작의 마술사'로 불리는 안무가들이다. 이들은 대부분 10년 이상의 경력을 자랑한다. 이렇듯 오랜기간 쌓은 댄스 열정이 뜨는 안무를 만든 원동력이 됐다.

국내를 대표하는 안무가 4인을 만나 춤에 얽힌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브라운 아이드 걸스 '시건방춤'을 만든 '핫칙스' 배윤정 단장, 카라 '엉덩이춤'을 창시한 '야마'의 김용현 단장, 2NE1 '노노노춤'을 히트시킨 '하이테크' 이재욱 팀장, 쥬얼리 '살랑살랑춤'을 만든 '스타제국'의 최정호 팀장이 그 주인공들이다.

◆ 경력 10년은 기본, "히트춤은 내 손안에 있다"

평균나이 30, 그 중 11년 3개월. 배윤정·김용현 단장, 이재욱·최정호 팀장이 춤에 몸담은 시간이다. 그저 춤추는게 좋아, 춤에 미쳐서 산 게 벌써 인생의 절반 정도다. 이처럼 오랜 시간 애정을 갖고 한 분야에 매진한 결과일까. 이들이 만든 안무 중엔 이름만 얘기해도 알만한 히트춤들이 유독 많았다.

2NE1은 요즘 가장 핫한 가수다. 춤도 마찬가지다. 그렇다면 이들의 안무는 누가 만들었을까? 바로 13년간 YG엔터테인먼트에 몸담아 온 이재욱 씨다. 그는 "지누션 때부터 안무에 참여했어요. 본격적으로 안무를 짜기 시작한건 5년 전부터죠. 2NE1의 '노노노춤'과 '의자춤'이요? 저와 동료들이 힘을 합해 만든 안무입니다"라고 설명했다.

배윤정·김용현 씨도 이에 못지 않다. 10여년 전 댄서로 활동하면서 친분을 쌓아온 두 사람은 각각 '야마'와 '핫칙스'라는 댄스팀을 만들었다. 연습실은 내방동에 있는 것을 함께 쓴다. 한 지붕 두 가족인 셈. 서로 안무를 창작할 때 조언도 해주고, 합동 무대도 꾸미면서 윈윈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이런 두 사람이 안무에 참여한 가수들은 박진영, 아이비, 토니, 렉시, 길건 등이 있다. 모두 이름만 들어도 쟁쟁한 스타들이다. 그렇다보니 안무에 얽힌 두 사람의 재미있는 에피소드도 많다. 현재 가요계 최고 히트춤으로 꼽히는 카라의 '엉덩이춤'도 그 중 하나다.

김용현 씨는 "엉덩이춤의 경우 그냥 엉덩이를 흔들다가 생각난 안무였어요. 그런데 추면서 계속 긴가민가 하고 있던 찰나 '핫칙스' 여자 댄서들이 추는 장면을 보는 순간 '이거다' 싶었죠. 남자들보단 여자가 추는 게 예쁜 느낌이 나더군요. 만약 이 장면을 못봤다면 '엉덩이춤'은 탄생하지 못했을 수도 있겠죠?"라며 웃었다.

◆ 춤에 대한 열정, "남자가 여자 된 기분 아니?"

춤에 매진하다보니 남다른 직업병도 얻기도 했다. 몸짓이나 춤동작이 지나치게 여성스러워졌다는 것. 걸그룹 안무에 치중하다보니 자신도 모르게 생긴 증상이다. 특히 여성팀 안무를 전담하는 남자 안무가들에게서 이런 현상이 두드러진다. 쥬얼리 안무가 최정호 씨와 카라의 1집부터 함께한 김용현 씨가 이에 해당된다.

최정호 씨는 쥬얼리의 안무를 1년여간 전담했다. 이렇게 생활하다보니 그가 매일 참고하는 안무 영상도 여성들 위주가 됐고, 연습실에서 추는 춤 자체도 여성의 라인을 살린 동작이 많아졌다. 그래서일까. 몸도 자연스럽게 걸그룹화 됐다.

최정호 씨는 "매일 여자 안무가들의 영상을 보다보니 몸 자체가 자꾸 바뀌더군요. 춤을 출 때도 남자 라인보다는 여성적 라인이 두드러지기는 경향이 생겼어요"라며 "심지어는 댄서 친구들이 여성 안무가로 나서는게 어떠냐고 놀릴 정도라니까요. 아무래도 이게 제 운명인가봐요"라며 장난스런 한숨을 내쉬었다.

비단 그 뿐만이 아니다. 김용현 씨도 이런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다. 카라의 1집부터 현재까지 모든 춤을 전담하다보니 자신도 모르는 새 여성적 동작에 익숙해진 것. 김용현 씨는 " '야마' 댄스팀을 만들고 계속 여자팀 안무만 맡았어요"라며 "가만히 서 있어도 자꾸 힙이 나오는데, 가수 비의 월드투어를 가서 춤을 추는데 자꾸 여성적인 성향이 나와서 당황했던 기억이 난다"며 웃었다.

물론 이들의 고민은 심각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현상도 다 춤에 있어서 지나치게 프로페셔널하기 생긴 병이니 누굴 탓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 안무, 누가누가 잘추나?…"그룹별 춤짱 멤버"

이렇듯 춤에 대한 안무가들의 열정은 타의추종을 불허한다. 하지만 이들의 멋진 안무도 무대에서 그 느낌을 잘 소화한 가수들이 있기에 빛을 발할 수 있었다. 그렇다면 4명의 안무가가 최근 유행시킨 안무들을 가장 예쁘고, 멋지게 춘 걸그룹의 '춤짱' 멤버는 누구일까?

카라의 니콜은 '엉덩이춤'을 가장 잘 소화한 가수로 꼽혔다. 김용현 씨는 "니콜은 아무래도 해외생활을 해서 그런지 춤의 느낌을 잘 살리는 것 같다. 흔히 댄서들이 하는 말로 '흑인 간지'가 난다고 볼 수 있다"면서 "그래서 이번 '엉덩이 춤' 부분에서도 니콜을 멤버들의 카메라 중심에 위치하게 했다"고 밝혔다.

브아걸과 쥬얼리의 대표 춤꾼은 누구일까? 배윤정 씨는 가인을, 최정호 씨는 서인영을 택했다. 그 이유는 바로 표정연기. 배윤정 씨는 "춤은 느낌이 중요하다. 그런 면에서 가인이가 분위기를 잘 살리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최정호 씨는 "서인영은 안무 중 포인트를 잘 캐치한다. 연기도 잘해 표현력도 좋아 돋보인다"고 말했다.

이재욱 씨가 뽑은 2NE1의 춤꾼은 공민지다. 공옥진 여사의 손녀로 알려진대로 타고난 감각이 있다는 것. 하지만 그보다 큰 이유는 춤에대한 관심과 애정이었다. 이재욱 씨는 "민지의 경우 어린시절부터 춤에 남다른 관심이 있었고, 개인적으로도 춤을 연습하고 있었다. 이런 노력이 무대에서의 퍼포먼스로 이어진 것 같다"고 말했다.

◆ 제약된 안무현실, "외국처럼 멋지게 만들고 싶어"

안무가들은 가수가 무대에서 춤을 멋지게 소화할 때 보람을 얻는다. 하지만 제약된 무대 때문에 좌절할 때도 있다. 예를 들면 퍼포먼스를 들 수 있다. 외국 댄서들의 경우 이들 자체가 하나의 아티스트로 인정 받고 있다. 때문인지 연기나 테크닉 등을 무대에서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다. 하지만 국내 현실은 그렇지 않다.

기획사나 연예계의 요구에 따라 유행을 쫓는 대중성을 안무에 치중하다보니 오히려 수준이 뒷걸음질 치고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안무가들은 자신이 표현하고 싶은 동작 대신 어쩔수 없이 인위적으로 춤 사위를 만들기까지 한다.

최정호 씨는 "외국 안무가들의 영상을 보면 부러운 부분이 많아요. 물론 실력이 뒤쳐지는 점도 있겠지만 국내의 가요 무대에선 절대 소화할 수 없는 큰 스케일의 퍼포먼스나 연기가 많거든요. 하지만 아직까진 댄서에 대한 선입견이 있어서인지 제약이 많아요. 그래서 퍼포먼스를 살리기가 어려워요"라고 하소연했다.

그는 이 설명 말미에 '국내 무대 안무의 과도기'라는 말을 덧붙였다. 전국민의 유행춤이 나오면서 대중화는 가능했지만 정작 댄서들의 수준에는 맞지 않는 춤들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4명의 안무가들은 인터뷰 끝에 다들 비슷한 말을 건넸다. "좀 더 멋지고, 세련된 춤을 만들고 싶다"고 말이다. 하지만 밤을 새면서까지 히트춤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이들을 보면 바람이 현실이 될 날이 머지않아 보인다.

<사진 = 이승훈기자, 이호준기자, 송지원기자, 그래픽 = 손해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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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팩트 기자들이 풀어 놓는 취재후기 = http://press.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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