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춤 완전정복] "요즘 시건방 좀 떠시나요?"…국민댄스 탄생비화 (종합)

  • 김지혜 기자
  • 입력: 2009.09.23 11:11 / 수정: 2009.09.23 12:37

▶ "시건방·손가락·엉덩이 춤, 어떻게 탄생했을까?"
▶ 아이돌 안무팀장이 털어놓는 탄생비화 & 댄싱팁

[ 김지혜·나지연기자] 땀 냄새가 피어오르는 여기는 서초구 방배동과 마포구 합정동의 댄스 연습실. 이곳은 24시간, 불이 꺼지지 않는다. 그도 그럴 것이 현재 대한민국 가요계를 뒤흔들고 있는 걸그룹의 히트 안무가 만들어지고 있는 산실이기 때문이다.

이 연습실에서 요즘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는 브라운 아이드 걸스의 '시건방춤'과 카라의 '엉덩이춤'이 만들어졌다. 또 2NE1의 '노노노춤'과 쥬얼리의 '살랑살랑춤'이 만들어졌다. 오늘 하루도 댄스팀을 진두지휘하는 안무 팀장의 "파이브, 식스, 세븐, 에잇"이라는 힘찬 구호 아래 댄서들의 몸짓은 숨 가쁘게 움직인다.

걸그룹에게 춤은 팬심을 사로잡는 결정적인 무기다. 특히 남성 팬들의 마음을 사냥할 때 사랑스럽고 섹시한 춤은 필수적이다. 가공할만한 중독성을 가진 댄스가 있다면 노래의 히트는 보장된 것이나 마찬가지. 히트춤은 단순한 인기를 넘어 유행이 되고 트렌드가 되기도 한다.

2009년 가요계에서 가장 핫한 안무를 만들어낸 일등 공신들을 만났다. '시건방춤'을 만든 '핫칙스'의 배윤정 (31)팀장, '노노노춤'을 만든 'YG엔터테인먼트'의 이재욱(31) 팀장, '엉덩이춤'을 만든 '야먀'의 김용현(31) 팀장, '살랑살랑춤'을 만든 '스타제국'의 최정호(26) 팀장이 그 주인공들이다. 이들이 말하는 히트 춤 탄생 비하인드 스토리를 공개한다.

◆ "히트곡이라고? 포인트 안무 있어?"

1990년대에도 히트 춤은 있었다. 룰라의 '싸바싸바춤'이나 , DJ DOC의 '관광버스춤'이 좋은 예. 하지만 지금처럼 포인트 안무보단 군무나 퍼포먼스가 유행했다. 포인트 춤이 유행한 건 지난 2007년 원더걸스의 '텔미'가 히트를 기록하면서 부터다.

"2009년 히트한 걸그룹의 댄스 가요계를 정리해보자면 음악적으로는 '후크송', 댄스 쪽으로는 '포인트 안무'가 대세였잖아. 즉, 뜨는 노래에는 강렬한 후크와 중독성 강한 포인트 안무가 있었던 거지. 다행히 우리가 만든 춤이 히트곡을 대표하는 포인트 안무로 자리 잡았고 말야" (노노노춤·이재욱 팀장·31)

"'포인트 안무'라는 말이 이젠 댄스 용어로 자리 잡은 것 같아. 사실 90년대에도 국민댄스는 있었잖아. 룰라의 '싸바싸바춤'이나, DJ DOC의 '관광버스춤' 등은 전 국민적인 인기를 얻었던 거 기억하지? 하지만 그때는 '포인트 안무'가 댄스 음악의 절대 요소는 아니였던 것 같아. 그때만 해도 안무는 끼워 맞춘 듯 한 군무 형식이나 고난이도를 퍼포먼스 춤이 대세였으니 말야" (엉덩이춤·김용현 팀장·31)

"걸그룹 사이에서 포인트 안무가 붐이 일게 된 건 원더걸스의 '텔미(Tell me)' 영향이 컸던 것 같아요. 중독성 있는 후크도 인기에 큰 몫을 했지만 누구나 따라 할 수 있는 복고댄스는 전 국민적으로 사랑받았잖아요. 그때 10대는 물론이고 직장인, 군인, 노인층까지 전 세대를 넘나드는 '텔미춤' 열풍이 불었고 그 후 걸그룹이 포인트 안무 만들기에 집중했던 것 같아요" (살랑살랑춤·최정호 팀장·26)

"맞아. 그 때부터 걸그룹의 안무에는 꼭 튀는 포인트 안무가 있어야 한다는 보이지 않은 공식이 자리 잡은 것 같아. 덕분에 가요 프로그램을 보는 팬들의 눈을 즐거워진 반면 '따라 하기 쉬운 춤'에 대한 우리 안무가들의 압박도 시작됐고 말야" (시건방춤·배윤정 단장·31)

◆ "국민댄스, 하루아침에 만들어졌다고?"

오랜 시간 공을 들여야만 좋은 춤이 나오는 것은 아니다. 촉박한 시간에 쫓길 때 무심코 떠오른 안무가 국민댄스가 된 경우가 많았다. 카라의 '엉덩이춤'은 무심코 멤버들의 동작을 보다 2일만에 뚝딱 만든 안무다.

"자, 그럼 이제 국민댄스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말해볼까. 나는 발등에 불이 떨어진 상황에서 '엉덩이춤'이 나왔어. 카라가 2집 앨범 후속곡을 '미스터'로 정하고 첫 방송이 잡혔거든. 내가 안무를 짤 수 있는 시간은 고작 이틀. 시간은 쫓기고 압박은 커지고, 그러다 멤버들과 장난처럼 춤을 추다 나온게 '엉덩이춤'이었어" (김용현 팀장)

"어머? 우리 춤도 벼락치기였는데!! '아브라카다브라'의 '시건방춤'은 나름 치열한 경쟁률을 뚫고 세상 밖으로 나온 춤이었어. 왜냐하면 소속사 측에서 우리 안무팀 말고 다른 팀에도 안무를 맡겼었거든. 여러 팀에 안무 오더를 주고 그중에서 가장 괜찮은 춤을 선택하고자 했던 거지. 첫방송 이틀 남겨두고 '시건방춤'을 완성했는데 소속사 측도 그렇고 멤버들도 처음에는 반신반의했었어. 너무 걸그룹스럽지 못한 춤이라 여긴 거지" (배윤정 단장)

"오랜 시간 고민한다고 해서 꼭 좋은 춤이 나오는 건 아닌거 같아. 2NE1의 '아이 돈 케어' 같은 경우엔 후속곡으로 정해지고 안무 짤 시간이 꽤 있었는데 마땅한 포인트 안무가 안 떠오르는 거야. 타이틀곡 '파이어'가 강렬하고 도발적인 느낌이 강해서 후속곡은 좀 귀엽고 사랑스러운 춤을 만들고 싶었는데 잘 안되더라구. 근데 고민에 고민을 거듭했던 춤은 결국 최종안이 되지 못했고 정말 무심코 떠올렸던 '노노노춤'이 포인트 안무가 됐어" (이재욱 팀장)

"쥬얼리 같은 경우에는 '버라이어티'가 앨범 타이틀곡이었기 때문에 안무 만들 시간은 충분했던 것 같아요. 이 노래의 경우에는 포인트 안무를 "이걸로 해야지"하고 만들기보다 벌스(verse: 절)와 후크(hook: 후렴구)곳곳에 특색 있는 안무를 넣었어요. '살랑살랑춤', '닭벼슬춤', '요일춤' 등 여러 가지 안무를 만들어야 했기 때문에 시간이 좀 많이 걸렸죠" (최정호 팀장)

◆ "아이디어 원천은…아이돌과 사장님(?)"

전 국민이 빠져든 '엉덩이춤', '노노노춤'의 아이디어는 어디서 나왔을까. 그룹 멤버들이 춤을 추며 자연스럽게 몸을 흔들 때. 소속사 대표나 주변 사람들이 낸 의견이 히트춤의 탄생과 연결된 경우가 많다.

" 아무래도 요즘 댄스 가요는 활동주기도 짧고 준비기간도 짧다보니까 안무를 만드는데도 많은 시간을 쏟지는 못하는 애로사항이 있는 것 같아요. 그래도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라고 환경에 다 맞춰지더라고요. 다들 안무 아이디어는 주로 어디서 얻는 편이예요?" (최정호 팀장)

"우린 양사장님(양현석). 농담 아니고 진짜야. 워낙 유명한 가수이자 댄서였다 보니 그 감각이 웬만한 현직가수, 안무가를 능가해. 이번 '노노노춤'도 양사장님 아이디어야. 포인트 안무를 고민하고 있었는데 양사장님이 "가사에 맞게 노노노 이렇게 손짓하는 게 어때?" 하시는 거야. 드라마 '사랑을 그대 품안에'에서 차인표씨가 했던 그 손짓. "첨엔 괜찮을까" 했는데 어깨를 같이 리듬에 맞춰 흔드니까 쉽고 재밌더라고" (이재욱 팀장)

"하하하. 진짜? 우린 회사 소속이 아니다보니까 대표가 안무에 직접적인 아이디어를 내는 일은 드문 거 같아. 아이디어 원천은 멤버들? 안무 작업에 들어가면 멤버들과 가장 많이 의견 교환을 해. 춤 동작 맞춰보면서 노는 거지. 그때 건지는(?) 것들이 많아. 멤버들은 무심코 춤을 췄을 뿐인데 거기서 아이디어를 얻게 돼. 이번 '엉덩이춤'도 멤버들끼리 막춤 추고 놀고 있는데 엉덩이를 흔드는 모습이 귀여우면서 섹시한 거야. 그래서 안무로 발전 시켰지" (김용현 팀장)

"그건 나도 비슷한 거 같아. 무대에서 노래를 부르고 직접 춤을 추는 멤버들과의 커뮤니케이션은 그래서 중요한 게 아닐까 싶어. 감각이 남다른 사람들이니까. '시건방춤'의 기본 동작은 내가 짜긴했지만 보강해준 것은 멤버들이었어. 노래 중간에 뭔가 퍼포먼스적인 것을 넣었으면 했는데 가인이가 "중간에 제 노래 파트를 빼고 개인 퍼포먼스를 넣고 싶다"고 하더라고. 그래서 나온 안무가 가인이 무대 위에서 구르고 뒤집는 춤이었어" (배윤정 단장)

◆ "포인트 안무가 뭐길래, 웃고 우네"

포인트 안무. 보기에는 쉽고 재밌다. 하지만 만드는 사람의 압박은 크다. 요즘은 춤이 유행해야 노래도 뜨는 시대기 됐다. 그만큼 안무가들의 히트춤 창작엔 부담감이 클 수 밖에 없다.

"다들 포인트 안무에 대한 압박은 엄청나구나. 하긴 남들이 보기엔 쉽게 쉽게 나오는 것 같아도 사실 쉬운 춤 만드는 게 더 힘들잖아. 안무의 전체적인 그림을 짜는 것 보다 확실한 포인트 안무 하나 만드는 게 보통 스트레스가 아닌 거 같아" (이재욱 팀장)

"맞아. 소속사에서 안무 부탁을 할때 항상 하는 말이 "아무도 만들 수 없는 새로운 것을 만들어 달라"라고 해. 섹시하면서도 귀엽고 사랑스러운 춤을 만들어달라고. 그때마다 드는 생각은 '막연함'이지. 근데 또 이게 멤버들하고 함께 모여서 놀다 보면 자연스럽게 아이디어가 떠오르고 춤 하나가 만들어지더라고" (배윤정 단장)

"난 이런 것도 좀 난감한 것 같아. 어떤 걸그룹은 섹시한 것보다 귀여운 것이 훨씬 잘 어울리는 데 소속사 측에서는 "이번에는 무조건 섹시"를 요구하는 거야. 물론 안무야 만들 수 있겠지. 하지만 그룹의 이미지, 멤버들의 개성을 살릴 수 있는 춤이 중요한데...그럴 때 내 의견을 이야기하고 소속사측과 멤버들과 의견 조율을 시도하는 편이야" (김용현 팀장)

"역시 중요한 건 춤을 만드는 사람과 직접 무대에서 추는 사람의 커뮤니케이션 같아요. 요즘은 신인들도 자기 주관이 뛰어나고 감각이 좋은 편이라 작업 과정에서 많은 도움이 되요. 특히 쥬얼리는 서인영, 박정아가 워낙 베테랑이다 보니까 자신의 의견을 잘 얘기해줘서 저로서는 편한 부분이 많아요" (최정호 팀장)

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후반까지. 강산이 변한다는 10년 동안 댄스 가요의 춤을 설계해온 사람들답게 그들과의 대화는 한권의 '댄스 백과'를 읽는 듯 유익한 시간이었다. 하루 24시간을 시계추가 멈춘 듯 땀 흘리는 이들이 있어 우리의 노래방 나들이가 한껏 더 흥이 날 수 있다.

오늘도 후속곡 안무 만들기에 여념이 없는 4인을 보며 '이번엔 또 어떤 안무가 우리를 기쁘게 할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들이 만들고 걸그룹이 알리는 또 하나의 국민 댄스, 벌써부터 기대된다.

<사진 = 이승훈·이호준·송지원기자, 그래픽 = 손해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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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팩트 기자들이 풀어 놓는 취재후기 = http://press.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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