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돌 그룹, 끝없는 의상논란…"개성과 민망사이"
  • 나지연 기자
  • 입력: 2009.08.24 11:49 / 수정: 2009.08.24 12:47

[ 나지연기자] '공민지의 곰바지, 지드래곤의 티셔츠, 탑의 욱일승천기…'

YG엔터테인먼트 소속 아이돌 가수들이 연이은 의상논란으로 곤욕을 치르고 있다. 일본 제국주의를 상징하는 욱일승천기가 새겨진 점퍼를 입어 여론의 뭇매를 맞은 탑. 자극적인 프린팅티셔츠를 입어 문제가 된 지드래곤. 최근 특정 부위가 흥분된 곰돌이 바지를 입고 나와 질타를 받은 공민지와 산다라 박까지 스타일을 둘러싼 문제가 잇따라 터지고 있다.

빅뱅, 2NE1 등 YG소속 가수들은 화려한 패션과 남다른 감각으로 연예계 '패셔니스타'로 손꼽힌다. 스타일에 있어선 개인의 의견도 자주 내세울 정도로 각자의 개성을 최우선시 하는 분위기가 형성되어 있기 때문이다. 무대에서도 의상, 액세서리, 소품, 헤어 등 전체적인 스타일 조화를 통해 멤버들의 각각의 이미지와 색을 형성하려는 노력이 엿보인다.

하지만 스타일의 전체적 조합만을 의식한 탓일까. 각개 아이템에서 유독 잦은 논란이 발생하고 있다. 대부분은 의상에 새겨진 프린팅이 문제가 됐다. 한국적 정서에 맞지 않거나 지나치게 선정적이고 자극적인 무늬가 새겨져 있는 의상을 입어 곱지 않은 시선을 받았다. 특히 이들은 10대 청소년에게 영향을 미치는 아이돌 가수라는 점에서 논란이 가중됐다.

패션과 불편 사이의 경계를 넘나드는 YG 아이돌 가수들의 의상과 논란, 이에 대한 시선을 짚어봤다

◆ 연이은 의상논란

YG 아이돌 그룹 멤버들의 의상 논란은 지난 2007년부터 시작됐다. 욱일승천기, 야한 문구, 선정적인 사진, 민망한 그림이 새겨진 옷들 때문이었다. 이같은 논란이 불거질 때마다 소속사 측은 "다음부터 의상에 더욱 세심하게 주의를 기울이겠다"고 말해왔다. 하지만 3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같은 문제가 또 다시 반복되고 있는 상황이다.

우선 빅뱅 멤버 탑은 지난 2007년 일본 제국주의를 상징하는 욱일승천기가 양쪽에 새겨진 점퍼를 입고 공중파 방송 프로그램에 나와 비난을 받았다. 당시 이 장면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논란이 일었다. 사건이 확산되자 양현석 대표는 공식 홈페이지에 "본인은 물론 주변 스태프조차 그 표식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신경 쓰지 못했다. 앞으로 이 같은 일이 없게 하겠다"며 사과했다.

하지만 그 후에도 소속 가수의 의상에 대한 지적은 끊이지 않았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지드래곤. 지드래곤은 2007년 KBS-2TV '뮤직뱅크'에 성관계를 의미하는 그림이 새겨진 옷, 2008년 열린 '엠넷 20's 초이스'에서는 성을 묘사하는 선정적인 문구가 노골적으로 그려진 의상, 지난 12일에는 비키니를 입은 여성의 하의 사진이 담긴 티를 입고 방송에 등장해 질타를 받았다.

그룹 2NE1도 마찬가지였다. 지난 12일 케이블 채널 Mnet '2NE1 TV'에 막내 공민지가 다소 민망한 곰돌이 무늬가 프린트된 바지를 입고 나와 구설수에 올랐다. 팀에서 제일 어린 막내인데다 미성년자라 시청자들의 불쾌감이 컸다. 그런데 상황이 일파만파 확산되면서 같은 그룹 멤버인 산다라 박도 같은 무늬의 바지를 입고 방송을 한 사실이 알려져 문제가 확산됐다.

◆ 의미보단 스타일

YG소속 아이돌 가수들은 스타일리쉬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스타일리스트에게 전적으로 의지하는 다른 아이돌 그룹과는 달리 개개인이 패션에 대한 관심이 많고 참여도도 높은 것으로 알려져있다. 사복도 그렇지만 무대 의상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다. 적극적으로 의견을 반영하며 의상 스타일을 완성시키고 있다.

한 예로 지난 2008년 지드래곤이 시상식장에서 입어 문제를 일으켰던 티셔츠도 본인의 취향에 맞춰 구한 의상이었다. 지드래곤은 한 잡지와의 인터뷰에서 "그 옷을 너무 오랫동안 사고 싶었다"면서 "그런데 그날 시상식에 스타일리스트가 중고를 구해와서 보자마자 입었다"며 무대 의상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음을 간접적으로 시사한 바 있다.

하지만 문제가 됐던 선정적 문구에 대해서는 "우리가 옷을 입을 때 거기 써 있는 글씨까지 하나하나 읽지는 않지 않느냐. 그 문구는 정말 못 봤다"면서 "보는 분들이 불편해 하셨다는 건 죄송한 일이니까 사과드려야 하지만 솔직한 제 심정으로는 잘 이해는 안 갔다"고 문구의 의미보다는 패션 스타일로 바라봐달라는 심경을 밝혔다.

YG엔터테인먼트 역시 지드래곤과 비슷한 생각을 지니고 있다. 이번 공민지의 바지 논란에 대해 소속사 측은 "방송을 보던 우리도 역시 단순한 곰돌이 그림인 줄 알았다. 그런 그림이라고 생각지 못했고 인터넷에 캡쳐물이 올라온 후에야 알게 됐다"면서 스타일 완성도를 중요시하는 사내 분위기를 드러냈다.

◆ 패션과 불편사이
이같은 격렬한 반응과 달리 문제가 된 의상들에 대해 관대한 시선을 보이는 여론도 분명 존재한다. 방송 화면에서 잠깐 등장했던 만큼 캡처한 장면이 없다면 모르고 지나갔을 대중이 많았을거란 점에서 문제가 없다는 의견.공민지의 바지 같은 경우엔 무대 의상이 아닌 단순 사복에 가까웠다는 점에서 너그럽게 봐줘야 한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패션은 멤버 개이의 개성으로 이해해줘야 한다는 이야기.

하지만 지드래곤, 탑, 공민지, 산다라박이 아이돌 가수라는 점을 고려 했을 때 문제의 소지가 많다는 의견이 대다수다. 아이돌 가수의 일거수 일투족은 10대들에게 무의식적으로 영향을 끼치는만큼 팬들을 생각해서라도 더욱 신중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공인에게 따르는 책임을 잊어서는 안된다는 의미다.

굳이 10대 청소년 팬들을 논하지 않더라도 마찬가지다. 일본을 상징하는 무늬나 선정적인 티셔츠 속 프린트는 사회적으로 불쾌감을 일으키기 충분하다. 40대 직장인 이민규 씨는 "문제의 의상들을 보고 경악을 금치 못했다. 자의든 타의든 방송에 나오면서 저렇듯 선정적인 의상을 입었다는 것은 문제가 있는 것 같다. 프로라는 사람들이 방송에 나오면서 세세한 부분까지 신경써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 아니냐"고 지적했다.

물론 패션은 개인의 취향이고 개성임이 당연하다. 하지만 대중에 영향을 미칠 수 있고 사회적인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면 좀 더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게다가 같은 문제가 계속 불거진다면 이것은 단순한 실수가 아닌 고의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는 점에서 문제를 인식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아무리 멋진 무대의상도 패션이 아닌 불편한 소재로 전락할 뿐이기 때문이다.

<관련기사>

▶ "소문이 멤버 잡네"…아이돌 컴백, 바람 잘 날 없는 까닭?

▶ 가요계, 신곡의 아이러니…"무늬만 신상 vs 들어보면 식상"

▶ "아이돌, 연기도 전략이다"…드라마 캐릭터, 극과 극 선택

<더팩트 기자들이 풀어 놓는 취재후기 = http://press.tf.co.kr>

발로 뛰는 <더팩트>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 카카오톡: '더팩트제보' 검색
· 이메일: jebo@tf.co.kr
· 뉴스 홈페이지: https://talk.tf.co.kr/bbs/report/write
· 네이버 메인 더팩트 구독하고 [특종보자→]
· 그곳이 알고싶냐? [영상보기→]
A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