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서보현기자] 한 평생 연기만 보고 살아 온 故 여운계(69)가 마지막 길을 떠났다. 그는 자신을 사랑했던 사람들의 위로와 배웅을 받으며 조용히 저 세상으로 갔다.
故 여운계의 영결식이 25일 오전 8시 30분 서울 신촌 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서 불교식으로 치러졌다. 이날 영결식에는 유가족과 후배인 이계진 한나라당 의원, 배우 김미숙 등 약 30여 명이 참석해 고인의 마지막 가는 길에 함께했다.

아들 차주현 씨가 영정사진을 들고 영결식장으로 이동하자 친지들은 눈물을 훔치며 그 뒤를 따랐다. 영결식은 목탁소리와 염불소리 외 다른 소리는 나지 않을 정도로 조용히 진행됐다. 참석한 이들은 고개를 떨구고 그저 조용히 흐느낄 뿐이었다.
약 10 분간의 영결식이 끝난 뒤 장례식장에는 엄숙한 분위기가 돌았다. 고인이 편안하게 마지막 길을 갈 수 있도록 슬픔을 자제하는 분위기였다. 이들은 故 여운계가 가는 길마다 합장을 하며 뒤따르는 등 마지막까지 예를 지켰다.

고인은 진정 연기에 죽고 연기에 살았던 배우였다. 지난 1962년 데뷔한 후부터 눈을 감던 순간까지 연기만을 생각해 온 사람이었다. 최고의 자리에 올랐음에도 불구하고 배역과 비중을 따지지 않고 연기를 할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해했다.
그의 연기 욕심은 대단했다. 지난 2년 간 2번이나 찾아온 암으로 힘겹게 싸우던 중에도 연기를 손에서 놓지 않았을 정도였다. 故 여운계는 의사 소통이 힘들 때에도 쉼없이 연기에 대한 애정을 표현해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고인은 대중에게 받은 사랑을 주위에 베푸는 것에도 힘써왔다. 그동안 약 10억 원에 이르는 자선 사업을 펼쳐왔던 것. 이는 가족도 모르게 혼자 해 오던 것으로 그가 중환자실에 입원했을 당시 문병객을 통해 밝혀졌다.
故 여운계는 대한민국 대표 배우라는 족적을 남겼다. 배우로 살아간 47년이라는 시간동안 그는 늘 흐트러짐 없는 모습을 보였다. 이제 편안히 쉴 때가 왔다. 고인의 유해는 경기도 벽제 승화원에서 화장된 후 경기도 고양시 해인사 미타원 납골당에 안치된다.
<사진=이호준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