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송은주기자] 한·미·일 드라마가 하이틴 이야기에 푹 빠져있다. 그중에서도 상위 1%의 자녀들만 다니는 명문 사립고를 배경으로 한 드라마가 각광받고 있다.
돈과 가문의 명예 그리고 완벽한 외모 이 3박자를 모두 갖춘 주인공들을 중심으로 전개되는 드라마는 시청자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있다. 문화의 차이는 있지만 드라마의 기본 뼈대는 비슷하다. 10대 주인공들은 약자를 괴롭히며 흥청망청 지내다가 평범한 친구를 알게 되고 진정한 사랑 혹은 삶의 의미를 찾아간다는 것.
눈길을 잡는 요소도 비슷하다. 입이 떡 벌어지는 학교와 집, 그리고 꽃남·꽃녀로 브라운관을 채우고 있다. 그들이 하는 행동 역시 성인 드라마의 주인공 못지 않다. 강도 높은 애정신이 바로 그것. 일본과 미국에 이어 한국에까지 불어 닥친 드라마 속 사립고 10대들의 이야기. 그들은 어떻게 살까?

◆ 그들만의 세계
등교는 최고급 외제차 세단으로 한다. 수업은 앤틱한 책상과 개인 노트북이 갖춰진 교실에서 이뤄진다. 교복은 입어도 되고 안 입어도 된다. 최신 트렌드 메이크업으로 곱게 단장하고 등교한다. 사립고를 배경으로 하는 한·미·일 드라마속 주인공들의 모습이다. 문화에 따라 약간씩 차이는 있지만 상류 학생들의 외형이나 그려지는 세계는 똑같다.
친구를 괴롭히는 모습도 똑같다. 미국 드라마 '가쉽걸' 주인공 블레어는 누군가가 자신의 비위를 거스른 행동을 하면 가차 없이 소외하고 응징한다. '꽃보다 남자' 구준표는 자신과 같은 셔츠를 입었다는 이유만으로 주스를 끼얹고, 마음에 안드는 친구를 퇴학시키라고 교장 선생님을 압박하는 모습과 비슷하다. 일본판 '꽃남'의 도묘지 츠카사 역시 왕따를 조장하기도 한다.
사랑을 위해서라면 물불을 가리지 않는 점도 동서양을 막론한다. 이들의 연애는 특별하다. 고등학교 시절 누구나 겪는 아련한 첫사랑과는 거리가 멀다. 자신의 감정에 솔직하다. 블레어는 첫사랑을 되찾기 위해 친한 친구를 곤경에 빠뜨려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는다. 구준표와 도묘지도 '서민' 여자 친구를 위해 선물공세는 물론 남태평양 섬으로 초호화판 여행을 데려간다.

◆ 그들만의 스타일
교복을 입는 학생이지만 스타일은 방금 런웨이에서 내려온 것처럼 트렌디하다. 1년 365일 교복을 입어야하는 현실 속 고등학생들과는 정반대의 모습이다. 이들은 오히려 유행을 주도하고 새로운 스타일을 창조하고 있다.
'가쉽걸' 주인공들은 10~20대 여성들의 패션 교과서 역할을 하고 있다. 교복을 사복화해 새로운 트렌드를 주도한 것. 여주인공들은 교복을 레어어드하여 발랄하면서도 럭셔리한 스타일을 보여주고 있다. 세리나(블레이크 라이블리)는 체크 교복 스커트에 라이더 재킷을 믹스&매치한다. 블레어는 크고 화려한 코사지가 장식되어 있는 머리띠와 아찔한 하이힐을 교복과 매치한다.
이에 반해 한국과 일본의 사립고 10대는 남자 주인공들이 화려한 스타일을 뽐내고 있다. 재벌집 아들로 설정된 그들이기에 럭셔리하고 깔끔한 의상을 선호한다. 게다가 이들은 학생임에도 불구하고 F4라는 이유로 교복을 전혀 입지 않는다. 대신 정장 스타일을 고수한다. 클래식한 스타일 보다는 캐주얼한 요소를 믹스해 너무 무겁지 않은 느낌을 표현하고 있다.

◆ 통하는 이유
동서양을 막론하고 명문 사립고를 배경으로 한 드라마가 많은 사랑을 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꽃남'의 열혈 시청자 차수진(16)양은 "드라마 내용이 현실과 거리가 멀다는 것은 잘 안다. 하지만 만화책을 보면서 한번쯤 꿈꿔본 상황이 드라마로 재현돼 볼수록 신기하고 재밌다"라고 말했다. 즉 소녀들의 가슴 한편에 자리 잡은 판타지를 드라마로 자극한 것.
세 드라마 주인공은 공부와는 전혀 무관한 삶을 살고 있다. 이들의 주관심사는 연애다. 지옥 같은 입시경쟁과 자유롭지 못한 현실에 처해있는 청소년들은 같은 또래로 설정된 주인공들의 삶을 동경할 수밖에 없다. 외모와 배경이 완벽한 남자주인공이 평범한 여고생을 좋아하는 설정은 소녀시청자들로 하여금 '혹시 나에게도 저런 일이 생길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이입시키도록 만든다.
20~30대 여성시청자들에게는 주인공들의 훈훈한 외모가 완벽하게 어필됐다. 이들의 신선한 얼굴과 화려한 언변과 매너는 누나들의 마음을 설레게 했다. 모든 것을 다 갖췄지만 저마다 가지고 있는 아픈 상처와 고슴도치와 같은 성격은 시청자들의 모성본능을 자극하기에 충분하다. 또한 '가쉽걸' 경우 한번쯤 입어보고 싶은 옷과 액세서리를 매장면마다 치장하고 나오는 여주인공들은 부러움의 대상이다.
<사진제공 = KBS, Onstyle, 영화 '꽃보다 남자' 스틸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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