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人터뷰] 변우민의 고민은?… "잔인한 교빈, 나도 무서워요" (종합)

  • 송은주 기자
  • 입력: 2009.01.03 13:01 / 수정: 2009.01.03 18:50

▶ 변우민, 악역도전 "10년은 더 늙은 것 같다"
▶ 변우민, 결혼계획 "평범한 여친 4년째 열애중"

[임근호·송은주기자] 원래 이렇게 나쁜 사람일까. 요즘 변우민(44)을 보면 문득 드는 생각이다. 그렇지 않다면 이런 잔인한 역할을 이처럼 리얼하게 표현할 수 없지 않을까. 아무리 연기라지만 잔인한 교빈은 그의 실제 성격과 조금은 닮지 않았을까 추측했다.

하지만 기자의 예상은 그와의 첫 대화에서 여지없이 무너졌다. 연기가 너무 리얼하다는 말에 돌아온 뜻밖의 대답 때문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변우민은 배 속에 있는 아이를 없애기 위해 아내를 죽이는 잔인한 교빈과는 멀어도 한참 멀었다.

"요즘 너무 무서워요. 잠도 잘 못자요. 어휴…. 어떻게 그럴 수 있는지. 생각만 해도 소름 끼치고 무서워 죽겠어요."

예상 밖의 대답에 귀가 쫑긋해진 기자는 3가지 질문을 더 던졌다. 연기변신을 시도한 계기, 처음 맡은 악역에 대한 생각, 마지막으로 나이가 나이니 만큼 결혼에 대한 계획도 물었다. 아, 2009년 목표도 빼놓지 않았다.

◆ 예상 밖 이야기 1. "이런 역할 하기도 싫었어요"

변우민이 털어놓는 예상 밖 이야기 하나. 사실 그는 '아내의 유혹'에서 맡은 '교빈'역을 하기 싫어 3번이나 시나리오를 덮고 또 덮었다. 죽었다 깨어나도 못할 것 같더란다. 그도 그럴 것이 변우민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젠틀'. 1987년 데뷔 이후 늘 선한 역만 맡아왔다.

"연기 생활 20년째에요. 이런 역할을 한 적도 없고, 하기도 싫었어요."

그런 그가 세상에서 가장 악한 남편인 교빈 역을 누구보다 완벽하게 표현하고 있다. 변우민이 아니면 누가 정교빈을 연기할 수 있을까…. 착각까지 들 정도다. 그의 연기 변신, 아니 그의 연기 결심을 이끈 계기가 궁금했다.

변우민은 친구가 무심코 내던진 한마디 말로 그가 교빈을 택한 이유를 대신했다.

"우민아, 너 언제 연기변신할래? 명색이 배운데 맨날 똑같은 스타일의 연기, 지겹지도 않냐? 게다가 감독도 친형이나 다름없는 (오)세강이 형이고. 한 번 해봐. 안그럼 넌 영영 반쪽짜리 배우로 늙어 죽는다."

◆ 예상 밖 이야기 2. "메니에르 증후군을 아세요?"

변우민 덕분에 드라마 '아내의 유혹'은 시청률 30%을 돌파하며 고공행진 중이다. 스스로도 만족할까? 변우민이 꺼낸 예상 밖 이야기 두번째. 시청자는 즐겁지만 스스로는 여전히 고통이란다. 아니, 아직도 그는 교빈이 무서워 죽겠단다.

"너무 잔인해서 싫어요. 배신에도 정도가 있죠. 교빈이는 사람이 아니에요. 사람이 해서는 안될 짓만 골라서 하니까요."

실제로 변우민은 최근 이명증을 앓고 있다. 메니에르 증후군으로 불리는 이 병은 한쪽 귀와 뇌에서 '웅' 하는 이상한 소리가 들리는 것. 과로 및 스트레스로 신체적 균형이 깨져서 생기는 증상이다.

"내적인 갈등이죠. 나 변우민은 그런 사람이 아닌데…. 극중에서 너무도 잔인한 정교빈이 되어야 한다는 것. 거기서 생기는 갈등인거죠. 지나가다 사람들이 '우민씨 왜 이렇게 나뻐'라고 하는 날에는 하루 종일 힘들고 우울해요. 정말 10년은 더 늙은 것 같습니다."

◆ 예상 밖 이야기 3. "모니터링요? 무서워서 안해요"

특히 바닷가 씬을 찍을 때는 너무 힘들어 2일을 못잤다. 내연녀와의 관계때문에 전부인을 바다로 끌고가 빠뜨리는 장면. 아내 뿐 아니라 뱃속 태아까지 죽이는 그 장면은 변우민을 한참 동안 괴롭혔다. 그의 말을 그대로 옮기면 '정말 미치는 줄 알았다'.

"은재를 빠뜨리는데 손이 부들부들 떨렸어요. 지금까지 누구를 이렇게 대한 적이 없거든요. '세상에 이런 사람이 있냐'는 생각에 무서웠죠. 알지 못하는 자괴감 때문에 힘들어요. 이 드라마를 하면서 정말 5번은 넘게 혼자 운 것 같아요."

변우민이 밝힌 또 다른 이야기 세번째. 그는 단 한 번도 드라마 '아내의 유혹'을 모니터링 한 적이 없단다. 보통 배우에게 모니터링은 기본. 하지만 변우민에게는 아니란다. 스스로 뿐 아니라 사랑하는 여자 친구에게도 절대 보지말 것을 주문한다.

모니터링도 없이 다음 연기를 할 수 있을까. 드라마를 총괄하는 오세강 PD에게 변우민의 연기를 물었다.

"우민이요? 분량이 가장 많은데도 거의 NG를 안내죠. 본인은 너무 괴롭다는데 슛만 들어가면 180도 달라져요. 역시 배우구나 하는 생각이 들죠. 그래서 우민이 씨는 걱정도 안해요. 워낙 알아서 잘 해주니까."

◆ 예상 밖 이야기 4. "4년 사귄 여자친구와 결실을~"

인터뷰 도중 들은 뜻밖의 이야기 네번째. 여자친구에 관한 언급이다. 지금껏 한 번도 공개하지 않았던 사실에 귀를 쫑긋 세워 물었다. 언제 어디서 만나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나이가 나이인 만큼 결혼도 준비해야 하는 게 아닌지 꼬치꼬치 캐물었다.

변우민의 고백에 따르면 여자 친구는 그야말로 평범하다. 세상에게 가장 평범한, 그래서 자신에게 가장 소중한 여자란다. 변우민의 마음을 훔친 그녀의 나이는 29. 44살인 변우민과 15살 차이가 난다. 4년 전 자신이 뮤지컬 공연 때 팬과 배우로 만나 지금까지 사랑을 키워온 것.

"저보고 도둑놈이라고 놀리죠. 그래도 좋아요. 지금 제 인생에서 가장 힘이 되는 여자거든요. 너무도 평범한 여자라 조심스레 사귀어왔는데 벌써 4년이 지났네요. 올해는 결혼하고 싶어요. 사업을 하나 계획중인데 성공적으로 런칭하고 프로포즈하려고요."

때문일까. 변우민은 여자 친구에게 만큼은 교빈을 보여주고 싶지 않다. 세상에서 가장 나쁜 남자 역을 하는 게 미안해서다. 하지만 이는 변우민의 기우였다. 15살 어린 여친이 되레 변우민을 위로해 준단다.

"착한 연기를 하는게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어떤 역할이든 최선을 다하는게 중요하다고 말하죠. 이럴 때 보면 정말 어른스러워요. 그래서 저는 다짐하죠. 나쁜 남자는 연기로 충분하다고요. 현실에서는 세상에서 가장 좋은 남자가 되기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 예상 밖 이야기 5. "연기와 사업, 사랑 다 잡을래요."

마지막으로 2009년 계획을 물었다. 연기와 사업, 그리고 사랑까지 3마리 토끼를 모두 잡겠다는게 변우민의 각오다. 현재 연기는 기대 이상으로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두번째 목표인 사업은 어떨까.

변우민은 요즘 엔터테인먼트 사업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난 1999년부터 드라마 판권사업을 해온 그는 올해 드라마 제작까지 영역을 확장할 계획이다. 현재 변우민이 갖고 있는 시나리오 판권만 10여편. 연기와 사업을 병행하며 꾸준히 준비한 결실을 맺겠다는 생각이다.

"10년 전 드라마 판권을 구입하겠다고 했을 때 방송국 관계자가 '판권을 사서 뭐해'라며 의아해했죠. 하지만 지금 판권사업은 엄청난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있습니다. 7년을 덴츠 등 일본 제작사들과 함께 일하며 그들이 좋아하는 컨텐츠를 연구했죠. 올해 그 노하우를 적용해볼 예정입니다."

그리고 또 하나. 사랑에 대한 결실을 맺고 싶은 소망도 있다. 결혼이다.

"처음 만났을 때부터 언제든 떠나고 싶을 때 떠나도 된다고 말했죠. 그런데 착한 여자친구는 4년동안 제 곁을 지켰어요. 평범하지만 너무도 특별한 그녀와 좋은 가정을 꾸리고 싶습니다. 올해까지 제 곁에 있어준다면 용기내 말하려고요."

2009년. 변우민은 '소'처럼 일할 팔자라고 마무리를 지었다. 그리고 가을, 풍년이 찾아오면 자신의 사랑도 결실을 맺을 수 있을거라고 말했다. 2009년 누구보다 바쁠 그에게 행운이 가득하길 빈다.
<사진 = 이호준기자, 사진제공 = 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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