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3년 전통 골든 디스크, 뒤로가는 권위…공정시비·보은수상 등 해묵은 논란으로 얼룩
[ 김지혜·나지연기자] 23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골든디스크 시상식이 수상 남발과 공정성 시비라는 씁쓸한 뒷맛을 남기며 막을 내렸다. 오랜 역사와 전통에도 불구 해묵은 시비를 반복하며 스스로 권위를 떨어뜨린 셈이다.
10일 오후 7시 서울 올림픽공원내 올림픽홀에서 열린 제23회 골든디스크 시상식은 2008년 가요계를 결산하는 마지막 시상식이었다. 공중파 3사가 작년에 이어 올해도 가요 시상식을 포기하면서 골드디스크의 향방은 더욱더 관심을 모았다.
대상을 수상한 동방신기는 올해 최다 음반 판매량을 기록하며 명실상부 2008년 최고의 가수로 우뚝 섰다. 그러나 총 10개팀이 선정된 본상은 뜻밖의 수상으로 논란의 중심에 섰다. 골든디스크가 음반 판매량을 중심으로 하는 국내 유일의 가요상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다소 의문스러운 결과였다.
'시상'보다 '수여'의 의미가 강한 남발도 문제였다. 상의 가치는 상의 갯수에 반비례하는 법. 올해 활약한 가수를 두루 챙긴 만큼 상의 권위는 추락했다. 게다가 특정 가수를 의식한 듯한 기획성 시상과 참가자에게 주는 보은성 시상 역시 23년 쌓아온 골든 디스크의 명성을 무너뜨리기에 충분했다.

◆ 인기상 4팀에 뉴 트렌드상까지…수상 남발
23개. 올해 골든 디스크에서 수여한 상의 갯수다. 해마다 음반 판매량을 기준으로 본상을 선정했던 골든 디스크는 음원 시장의 성장을 반영해 지난해부터 본상을 디스크 본상과 디지털 음원 본상으로 나눠 시상하고 있다.
올해 디스크 본상에는 동방신기, 김동률, 브라운아이즈, 비, 신화, SG워너비 총 6팀(명)이 선정됐으며 디지털음원 본상에는 쥬얼리, 브라운아이드걸스, MC몽, 원더걸스 4팀이 선정, 총 10팀이 수상했다. 여기에 신인상 2팀, 인기상 4팀, 뉴트렌드상, 공로상, 제작자상을 수여하고 트로트, 록 부분의 분야별 수상자 2명을 선정했다.
지난해와 달리 올해는 공로상과 뉴트렌드상이 신설됐다. 가요계의 어른을 기리는 공로상의 신설을 그 자체로 의미가 있다. 그러나 신인가수 김종욱이 수상한 뉴 트렌드상은 신설된 상임에도 불구하고 성격과 선정 기준이 모호해 기획 시상이라는 의혹을 받기도 했다.
이날 골든디스크상 시상식을 관람한 여대상 최민지(22)씨는 "아무리 인기투표를 기준으로 수상자를 정한다고 해도 4팀에게 같은 인기상을 나눠주는 것은 이해하기 힘들다"고 의아해했다. 그는 이어 "뉴트렌드상은 정체도 모르겠다. 엠넷 소속인 김종욱을 위한 기획성 시상아니겠냐"고 반문했다.

◆ 서태지, 빅뱅은 왜 빈손?… 공정성 논란
골든디스크 시상식의 수상자 선정기준에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바로 음반·음원 판매량(총점의 60%)이다. 대중의 구매력을 존중하겠다는 의미다. 하지만 수상자를 보면 과연 판매량이 수상의 기준이 됐는지 의문이 남는다. 공정성 논란이 불거진 것도 이 때문이다.
대상 후보인 디스크 본상에는 총 30팀이 이름을 올렸다. 하지만 올해 싱글앨범 판매량 20만장을 돌파한 서태지는 후보 명단에도 들지 못했다. 정규앨범이 아니라는 것이 그 이유였다. 앨범의 형식이라는 미묘한 차이가 만든 결과다. 음반 판매량을 최우선 순위로 둔다는 기준은 허울 뿐이었다.
더불어 음원 판매량에 기준을 둔 디지털음원 본상도 공정성에 치명타를 입혔다. 빅뱅은 2장의 미니앨범과 정규 2집 앨범을 통해 '하루하루', '마지막 인사' 등 여러 곡을 음원 판매 1위에 올렸다. 본상 수상은 물론 음원 대상도 유력했다. 하지만 개인 사유로 식장에 불참했고 수상자에서 제외됐다.
시상식에서 만난 대학생 이미현(21)씨는 "판매량이 수상에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당연히 동방신기 서태지, 빅뱅의 대상 3파전을 예상했다"면서 "하지만 서태지와 빅뱅이 본상도 수상하지 못했다는 것은 도무지 납득이 안간다"며 골든디스크의 공정성에 불신을 드러냈다.
◆ 해묵은 시비들…"23년 권위는 어디로?"
상이 권위를 가지기 위해서는 합당한 자격을 갖춘 사람에게 수여되어야 한다. 하지만 골든디스크는 좀 다르다. 홈페이지를 통해 "스타 개인 사유로 인한 시상식 불참시 수상자에서 제외될 수도 있습니다"고 미리 공지를 했다. 후보자의 참석 여부가 수상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는 전제를 미리 깔아둔 것이다.
시상식의 권위는 공정성에서 나온다. 상을 받을만한 자격을 갖췄다면 참석 여부는 수상 여부와 별개여야 한다. 한 가요계 관계자는 "골든 디스크는 시상식에 나와야만 상을 받을 수 있다는 인식이 강하다. 사실유무를 떠나 이런 인식 자체가 상의 권위를 떨어 뜨리는 계기가 된다"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유연한 사고를 요구하기도 했다. 한 대중가요 평론가는 "시대의 흐름에 따라 디지털 음원 판매량은 심사기준으로 삼으면서 불황의 대안인 싱글앨범은 정규앨범이 아니라서 제외시켰다고 말한다. 얼마나 앞뒤가 맞지 않는 발상이냐"며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식 시상에 실망감을 드러냈다.
골든 디스크는 미국의 그래미 어워드를 표방한다. 앨범 판매량이라는 심사기준을 잡고 수치에 의한 시상을 하고 있다. 하지만 시상식이 좀 더 객관성을 가지려면 기준이 되는 한국음악산업협회의 음반 집계(9월까지 집계만 공개)를 명확히 공개해야 하지 않을까. 디지털 음원의 기준이 된 도시락·멜론·뮤직온 등 음원 유통사의 다운로드 매출 자료 집계 역시 마찬가지다. 누가 봐도 납득할 수 있는 시상식 그리고 좀 더 투명한 골든 디스크를 기대해본다.
<사진=김용덕, 이승훈, 이호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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