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영화대상] 화려한 볼거리 vs 민망한 스타들 (종합)

  • 김지혜 기자
  • 입력: 2008.12.05 08:10 / 수정: 2008.12.05 13:22

끝까지 자리 지킨 배우, 20여명…"영화인의 축제는 꿈일까?"

[김지혜기자] "한국영화를 사랑해 달라고 말합니다. 그런데 말 뿐인 것 같아요. 과연 배우들은 한국영화를 사랑하는 걸까요? 제가 보기엔 자기 영화만 사랑하는 것 같네요. 오늘 시상식 분위기가 그랬습니다."

한국영화 마니아인 여대생 김지현(24)양은 제 7회 대한민국 영화대상을 보고 씁쓸한 마음을 감출 수 없었다. 꿈에 그리던 배우들을 한 자리에서 만날 수 있을거란 생각에 세종문화회관을 찾았지만 그가 본 건 노미네이트된 일부 후보들 뿐이었다.

사실 대한민국 영화제는 언제나 그랬다. 영화인을 위한 축제라고 말하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늘 그들만의 축제였다. 다른 동료 배우의 들러리(?)를 자처하는 배우는 거의 찾아보기 힘들다. 올해로 일곱돌을 맞는 대한민국 영화대상도 마찬가지였다. 약속된 배우들만 모습을 보였다.

대한민국 영화대상은 7년의 세월만큼 더욱 세련된 모습을 선보였다. 외적인 성장을 꾀한 것. 화려한 볼거리로 2시간 이상 끌고가는 능력은 가히 탁월했다. 하지만 그게 전부였다. 스타들의 자세는 변한 게 없었다. 수상에 실패하자 자리를 박차고 나서는 일부 배우들은 민망할 뿐이었다.

◆ 화려한 볼거리 "분위기는 축제"

2008년 대한민국 영화대상은 한층 화려해진 볼거리로 영화팬의 눈을 즐겁게했다. 빼어난 외모의 배우들을 한 자리에서 볼 수 있는 레드카펫 행사는 물론이고 화려한 세트와 다양한 효과를 겸비한 시상식 무대는 축제의 장을 마련하기에 충분했다.

송윤아의 단독 진행으로 시작된 영화대상은 시상식 중간 중간 개그맨들의 영화 관련 꽁트로 긴장된 분위기에 여유를 불어 넣었다. 특히 개그맨 김경식과 아나운서 오상진이 스포츠 중계 형식으로 정리한 한국 영화계는 배우와 관객의 배꼽을 훔치기에 충분했다.

시상식의 열기가 더해질 무렵 가수 김윤아, 빅뱅, 비 등이 스페셜 공연을 선보이며 분위기를 한층 고조시켰다. 지난해 박진영과의 합동 무대를 통해 숨겨둔 춤실력을 깜짝 개하기도 했던 송윤아는 올해는 DJ KOO와 호흡을 맞춰 테크토닉을 선보여 또 다른 매력을 과시했다.

2008년 영화계를 결산하고 공을 치하하는 축제의 장인 만큼 에피타이저는 화려했다. 그러나 그 뿐이었다. 내실이 외형을 따라잡지 못했다. 다수 영화인의 불참으로 시상식은 후보에 오른 배우들의 축제로 전락했다. 화려한 볼거리를 무색케 만드는 아쉬운 장면이었다.

◆ 민망한 스타들 "주인의식 결여"

미국의 대표적인 시상식인 아카데미가 열리는 날 할리우드는 영화 촬영을 중단한다. 적어도 그날 만큼은 다른 스케줄을 잡지 않는다. 축제에 동참하기 위해서다. 수상자 명단에 이름이 있건 없건 상관없다. 함께 고생했던 동료를 만나고 그동안 밀렸던 이야기를 하는 것 만으로 의미는 충분하다.

영화제의 주인공은 배우다. 하지만 아직 국내 배우에게 주인의식은 없다. 스타의식만 있을 뿐이다. 이번 대한민국 영화대상도 마찬가지였다. 참석한 스타라곤 수상자 후보로 지목된 배우와 시상자로 나설 배우가 전부였다. 단지 영화인이라는 이유로 모습을 드러낸 배우는 안성기 등 손에 꼽힐 정도였다.

특히 한국 영화계를 이끌어갈 젊은 배우의 태도는 안타까운 측면이 없지 않았다. 젊은 배우들은 수상 결과에 따라 일희일비하는 태도를 보였다. 수상에서 떨어지자 먼저 자리를 뜨는 배우도 있었다. 시상자로 초대된 일부 배우는 자신의 순서가 끝나자 기다렸다는 듯이 식장을 빠져 나갔다. 후보에 올랐음에도 불구 아예 참석을 안한 배우는 말할 것도 없다.

결국 영화제 중반 영화배우 신영균의 공로상 수상은 초라한 풍경을 낳고 말았다. 대선배를 축하하기 위해 기립한 배우들의 수는 20여명 남짓. 무대는 화려했지만 객석은 허전했다. 단지 영화인이라는 이유 하나로 모두가 주인공이 될 수 있음에도 불구 그들은 영화제를 축제로 만들지 못했다. 자기 영화 아니면 관심없다는 배우들의 이기적인 자세가 문제였다.

◆ 영화인의 축제 "과연 꿈일까?"

한국 영화계 최대 위기라는 요즘. 영화제가 단순히 상을 주는 역할에 그쳐서는 안된다. 가교의 장, 영화인이 모두가 모여 위기를 실감하고 지혜를 모으고 대책을 마련하는 만남과 토론의 공간으로 자리잡아야 한다.

이날 시상식에서 만난 배우 성지루는 국내 영화제에 대한 몇가지 아쉬움을 털어놨다. 그는 "결혼식이나 장례식을 제외하면 영화인이 한 자리에 모일 기회가 거의 없다"면서 "영화제를 빌미로 영화인들이 다같이 모일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되면 좋을텐데 아직 국내 영화제는 수상자를 위한 축제의 성격이 강하다"고 토로했다.

영화제는 축제다. 수상자를 위한 축하파티가 아닌 영화인 모두를 위한 축제다. 그런 면에서 국내 영화제가 아직 갈 길이 멀다. 적어도 이날 만큼은 영화인이라는 이유 하나로 시간을 쪼개 참석하고, 수상자를 축하하고, 탈락자를 위로하고, 영화를 걱정하고, 미래를 설계하는 자리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
<사진=김용덕 이승훈 이호준기자, 제공=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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