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속극, 뻔한 장면과 진부한 대사…"반복되는 드라마 클리세?" ③

  • 나지연 기자
  • 입력: 2008.11.11 12:44 / 수정: 2008.11.11 14:21

[ 나지연기자] 통속극은 뻔하다. 어디선가 본 듯한 뻔한 장면이 눈을 채운다. 한번은 들어봤음직한 뻔한 대사가 귀를 울린다. 데자뷰 현상을 겪는 듯한 착각을 불러 일으킨다. 그럼에도 불구 쓰이고 또 쓰인다. 시청자 역시 빠지고 또 빠진다.

통속극에서는 몇 가지 장면이 반복된다. 가난한 집의 두 형제는 언제나 모범생과 깡패 극과 극의 설정으로 갈린다. 혼전 임신과 이로 인해 주인공들이 결혼으로 이어지는 장면도 다반사다. 교통사고로 인연이 만들어지는 장면 등은 일년에 몇 차례씩 볼 수 있는 것들이다.

대사 역시 마찬가지다. 결혼을 반대하는 집안의 어머니나 아버지가 하는 말은 매번 똑같다. 주인공을 괴롭히는 악녀가 말하는 복수의 이유도 비슷하다. 삼각 관계에 선 주인공들 중 도태된 한 명이 다른 주인공에게 던지는 말도 예측 가능하다.

통속극에서 볼 수 있는 뻔한 장면 3가지와 뻔한 대사를 알아봤다.

◆ 뻔한 형제, '모범생과 깡패'

드라마에 나오는 형제의 설정은 대부분 비슷하다. 시대극일 경우는 더욱 그렇다. 형제의 집은 가난하다. 아버지의 죽음으로 홀로 남겨진 억척스런 어머니도 있다. 그리고 형제가 있다. 그 중 한 명은 일류대에 수석을 차지할만큼 똑똑하다. 나머지는 싸움을 잘해 주먹으로 성공을 일궈낸다.

모범생과 깡패로 설정된 형제는 극과 극의 인생을 그려낸다. 불의와 타협하지 않는 모범생과 의협심이 강한 깡패. 두 사람은 진한 형제애를 갖고 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대립할 수 밖에 없는 상황에 처한다. 운명의 소용돌이에 휘말린 형제의 극한 대립이 극의 긴장감을 고조시킨다.

이는 80년대 드라마 '사랑과 야망'에서 볼 수 있었던 설정이다. 사법고시에 패스한 공부 잘하는 큰 아들과 주먹으로 성장하는 작은 아들. 2008년 드라마 '에덴의 동쪽'의 싸움으로 커가는 큰 아들 동철(송승헌 분)과 서울대 법대를 수석으로 들어간 작은 아들 동욱(연정훈 분)의 모습이 뻔하게 그려지고 있다.

◆ 뻔한 결혼, '혼전임신의 결과'

통속극에 등장하는 결혼 장면도 반복된다. 남자를 짝사랑하는 여인이 있다. 그리고 이를 부담스러워하는 남자가 있다. 두 사람은 하룻밤의 실수로 아이를 갖게 된다. 이 사실은 결국 집안에 알려지게 된다. 결국 아이로 인해 남자는 원치 않는 결혼에까지 이르게된다.

통속극에서 임신은 결혼으로 가기 위한 수단이다. 사랑없이 하룻밤을 보내고 그게 바로 임신으로 이어진다. 여자는 이를 무기삼아 원하던 결혼을 이룬다. 하지만 남자는 이로 인해 사랑하는 사람을 포기한다. 그리고 어쩔 수 없이 결혼한다. 이는 남자 주인공의 갈등으로 이어지며 극을 고조시킨다.

과거 드라마 '사랑과 야망'에서도 혼전임신과 결혼이 그려졌다. 둘째 아들이 사랑하지 않는 여자와 하룻밤을 보내고 인연을 맺었다. 그리고 이는 불행의 씨앗이 된다. '내 사랑 금지옥엽'에서도 이런 설정이 등장한다. 혼전임신한 보리(홍아름 분)과 실수라 여기는 신호(지현우 분)의 뻔한 결혼이 이어진다.

◆ 뻔한 사고, '갈등의 첫 단추'

교통사고도 뻔한 드라마를 만드는 장면 중 하나다. 교통사고를 당한 사람이 기억을 잃는다. 그리고 당시 구해준 사람과 인연을 만들어간다. 혹은 교통사고 장면이 등장한다. 이후 새롭게 알게 된 사람들과 교통사고로 인해 문제가 얽히면서 갈등이 시작된다.

주인공들의 교통사고는 어김없이 새로운 인연으로 이어진다. 교통사고를 당했을 당시 주변에서 도움을 준 사람과 얽히면서 이야기가 만들어진다. 단순한 사고가 인연과 갈등으로 이어지게 된다. 그리고 교통사고는 갈등의 전초전 역할을 하면서 시청자를 몰입하게 만든다.

교통사고로 인해 갈등을 일으키는 드라마는 많다. 과거 '아내'는 교통사고로 기억을 잃은 남자 유동근과 그를 간호하는 엄정화가 결혼 이후 기억이 돌아오면서 겪는 갈등을 그렸다. '겨울연가'도 교통사고로 기억을 잃은 남자와 그를 기다리는 여자의 이야기다. 최근 '너는 내운명'에서도 예전의 교통사고로 인해 여주인공과 집안 식구들이 겪는 갈등을 풀어냈다.

◆ 뻔한 대사

# 내 눈에 흙이 들어가기 전까지 이 결혼 절대 안된다

남녀 주인공이 결혼을 할 때 한번씩 등장하는 뻔한 말이 있다. 특히 결혼을 반대하는 시어머니가 이런 말을 하는 경우가 많다. 가난한 집안의 여주인공이 재벌가의 남자와 결혼 승낙을 받는 장면에서 주로 던져지는 대사다.

# 넌 항상 내 모든 걸 빼앗아갔어

이유없이 주인공을 괴롭히는 악녀들이 많이 하는 말이다. 어린 시절부터 착하고 뭐든지 잘하는 주인공 때문에 사랑을 받지 못한 피해의식을 표출한 것이다. 마지막으로 사랑하는 남자까지 빼앗긴 후 이런 뻔한 대사를 내뱉는다.

# 너 때문에 그 사람 더 힘들어져. 그러니까 헤어져

남녀 주인공이 삼각관계로 얽힐 때 빈번하게 쓰이는 말이 있다. 주로 사랑 경쟁구도에서 한발 뒤쳐진 주인공에게서 나온다. 집안에서 반대하는 사랑을 하는 경쟁자에게 이 대사를 던지면서 물러나라는 경고를 한다. 이 대사로 인해 주인공은 남모르는 갈등을 겪게 된다.

# 너답지 않게 왜그래? 나 다운게 뭔데

남녀 주인공이 싸우는 장면에서 자주 등장한다. 보통 남자가 질문을 던지고 여자가 대답을 한다. 발랄하고 착하던 여주인공이 어떤 사건으로 독하게 돌변하거나 나쁜 일을 저질렀을 때 남자 주인공이 질문을 하고, 여자가 반문을 하는 형태로 대사가 진행된다.

# 니가 어떻게 나한테 이럴 수 있어

오랜 기간 사귄 남녀 주인공 중 한 쪽이 배신을 할 때 등장하는 대사다. 주로 남자 주인공이 신분상승을 위해 사랑하는 여자에게 이별을 통보한다. 이때 여자 주인공은 울면서 매달린다. 그리고 호소하면서 이런 말을 종종 사용한다.

# 왜 때려? 니까짓게 뭔데

남녀 주인공의 관계가 파국으로 치달을 때 싸움도중 많이 나오는 대사다. 격한 싸움 끝에 남자가 여자의 따귀를 때리게 된다. 이에 여자는 울면서 억울함을 호소한다. 이후 남자 주인공은 실수를 깨닫게 되지만 상황은 이미 지난 후다.
< 사진 = 드라마 화면캡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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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팩트 기자들이 풀어 놓는 취재후기 = http://press.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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