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김지혜기자] '다다익선'(多多益善)이라 했다. 그러나 항상 많은 것이 좋은 건 아니다. 아귀가 맞지 않아 불협화음이 생기기 일쑤다. 최근 몇몇 예능 프로그램에서 보여주는 MC들의 모습이 그렇다. 소모적인 경쟁을 벌이고 있다.
MC의 패러다임이 바뀌었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MC는 쇼를 이끌어가는 진행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하지만 최근 MC의 개념이 달라졌다. '진행'보다 '참여'의 의미가 강해진 것. 혼자서 프로그램을 이끄는 '단독 MC' 대신 단체로 쇼에 참가하는 '집단 MC'가 대세를 이루었다.
이런 패러다임의 변화는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 사공이 많아서일까. 최근 집단 MC를 내세운 프로그램이 방향을 잃고 산으로 향하는 모습이다. 개성이 부딪히며 어긋나는 모습이 눈에 보인다. 게다가 중구난방에 가까운 어수선한 진행 역시 집중도를 떨어 뜨린다.

◆ 주도권 전쟁 "배가 산으로 간다"
MBC-TV'라디오 스타'의 재미는 역시나 가식없는 '생'(生) 웃음이다. 예능프로에서 최소한의 예의로 여겨지던 게스트에 대한 칭찬은 찾아볼 수 없다. 게스트를 향해 거침없이 막말과 독설을 쏟아낸다. 그래서 더 신선하고 더 재밌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최근 모습은 '생'웃음 대신 '쓴' 웃음을 짓게 한다. 4명의 MC들이 벌이는 설전이 꽤나 소모적이기 때문. 프로그램 컨셉트를 위해 독설을 내뱉는 게 아닌 주도권 경쟁을 위한 막말을 내던지는 양상으로 변질되고 있다. 한마디로 주객이 전도된 느낌이다.
특히 지난 31일 방송에서 김구라와 신정환이 벌인 막말 배틀은 도를 넘어섰다는 지적이다. "야XX", "이XX" 등의 욕설까지 등장한 것. 라디오 스타의 특징이 무질서라 할지라도 각각의 MC는 그들이 맡은 공격과 수비, 중재 역할에 충실해야 한다. 프로그램 진행과 상관없는 무의미한 힘겨루기는 '독'이나 다름없다.

◆ 역할 논란 "거액의 모니터 요원?"
MBC-TV '우리 결혼했어요'는 사실상 MC가 필요없는 프로그램이다. 가상커플의 알콩달콩 결혼생활이 방송시간 대부분을 차지하기 때문에 MC의 역할은 관전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 '우결'에는 5명의 MC가 등장한다. 역할 논란이 거센 이유다.
실상 이들이 하는 일이라곤 모니터를 보며 추임새를 넣는 것이 전부다. 정형돈, 박명수, 이휘재, 이혁재, 강수정 등에게 주어진 특별한 임무가 없다. 그저 가상 커플들의 일상이 나올 때 마다 "너무 잘 어울린다", "결혼 했으면 좋겠다"는 식의 뻔한 관전평을 내리는 게 대부분이다.
애초 MC의 역할은 프로그램을 조율하며 평가를 내리는 것이다. 하지만 집단 MC 체재에서는 캐릭터에 맞는 분업이 요구된다. '우결'의 경우 MC 자체의 역할이 무의미한 상황에서 5명의 MC가 자리를 잡고 있다보니 MC는 되레 군더더기가 된다. 그들의 멘트 자체가 불균형인 셈이다.

◆ 캐릭터 중복 "시너지 대신 마이너스?"
집단 MC의 목적은 시너지 효과다. '1+1=3'이 되길 바라는 것. '1박2일'의 강호동과 '우결'의 서인영이 만나면 더 재밌지 않겠냐는 식이다. 이에 SBS-TV '야심만만 2'는 강호동, 김제동, 서인영, MC몽 등 현재 최고의 주가를 올리고 있는 MC를 한 자리에 모았고 '예능 선수촌'을 띄웠다.
그러나 효과는 마이너스다. 문제는 캐릭터의 중복에 있다. 타 방송사의 특정 프로그램 이미지를 지우지 못했다는 것. 강호동에겐 '1박 2일'의 대장 캐릭터, 서인영에겐 '우결'의 신상녀 이미지, 전진에겐 '무한도전'의 전스틴 캐릭터가 그대로 뿜어 나왔다.
실제로 방송 첫회부터 이들은 자신의 전매특허나 다름없는 댄스와 유행어를 선보이며 시청자를 사로 잡으려 애썼다. 하지만 보는 사람에겐 익숙하다 못해 진부한 것들이 대부분. 포장지는 다르지만 내용물이 같을 때 나오는 실망감이 컸다.

◆ 집단 MC, 캐릭터와 역할분담 명확해야
집단 MC는 현재 예능 프로그램에서 가장 선호하는 진행 형식이다. 대부분의 프로그램이 적게는 3명에서 많게는 8명에 이르는 MC를 포진 시켜놓았다. 한마디로 MC 패러다임의 변화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집단 MC가 프로그램 안에 무리없이 정착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방송 관계자는 "MC개개인의 역할 분담이 절대적으로 중요하다"면서 "무엇보다 개개인이 캐릭터를 확실하게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같은 집단 MC를 기용하고도 잘된 프로그램과 망한 프로그램이 동시에 나오는 것은 다 이유가 있다"면서 "시청자들의 호응을 얻기 위해서는 프로그램에 색깔에 맞춰 진행 스타일도 변화하는 것이 좋다"고 충고했다.
'집단'이라는 말이 붙는 순간 가장 중요한 것은 팀웍이다. 아무리 잘나가는 MC를 모았다 하더라도 개인 플레이는 '팀'을 죽이는 지름길이다. 꿔다 놓은 보릿자루처럼 1시간 내내 고개만 끄덕이는 것도 문제지만 혼자 튀겠다고 개인적인 유머와 독설을 날리는 것도 곤란하다. '1+1=3'이 되기 위해서는 캐릭터를 규정짓고 역할을 나누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사진 = 각방송사 프로그램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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