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공의 변신이 통쾌한 까닭 3가지…"이보다 짜릿할 수 없다"

  • 나지연 기자
  • 입력: 2008.07.27 11:09 / 수정: 2008.07.27 11:09

[ 나지연기자] #장면1. 상고 출신 여변호사. 뽀글뽀글한 아줌마 파마에 검은 뿔테 안경이 촌스럽다. 근데 이게 왠일? 의뢰인과 서서히 사랑에 빠지더니 안경도 벗고 머리도 펴고 완전히 변했다.

#장면2. 남편 밖에 모르는 아내. 우중충한 티와 늘어진 몸빼바지, 아무렇게나 묶은 머리와 쌩얼이 트레이드 마크다. 하지만 믿었던 남편이 바람을 피자 분노에 찬 그녀…화려한 패션감각의 커리어 우먼으로 확 달라졌다.

#장면3. 억척스런 주부. 파격적인 푸들머리와 커다란 안경, 어울리지 않는 옷의 매치가 촌스러움의 극치다. 그러던 어느날 톱스타가 된 첫사랑을 만나고 그의 도움으로 최고급으로 치장. 파티장에 깜짝 등장한다.

말도 안되는 여자들의 180도 변신. 최근 드라마에서 자주 볼 수 있는 장면이다. 첫번째는 MBC-TV'대한민국 변호사', 두번째는 SBS-TV'조강지처 클럽', 마지막은 MBC-TV '내 생애 마지막 스캔들'에 등장한 내용이다.

여스타들의 미운오리 새끼에서 백조로의 변신. 드라마 속 자주 등장하는 최고의 양념이다. 변해도 너무 변해서 말도 안된다는 지적에도 불구하고 자꾸 변신하는 여주인공들. 왜일까.

◆ 대리만족 "이보다 좋을 순 없다"

청담동에 사는 여대생 최회정(23)씨. 화면을 볼 때마다 미소가 번진다. 우이경(이수경 분)이 점점 예뻐지는 게 남의 일 같지 않아서다. 어제는 안경을 벗고, 오늘은 머리를 펴는 이경의 단계별 변신…. "미래의 나를 보는 듯 하다"는 게 최씨의 이야기다.

여자의 변신만큼 시청자를 설레게하는 소재는 없다. 현실에서 불가능한 변화가 드라마 안에선 뚝딱 이뤄지기 때문이다. 이것이 드라마 '대한민국 변호사'가 열혈팬을 확보한 방법이다. 최회정씨는 "이경이 촌스러움을 벗을 때마다 나도 모르게 만족감이 느껴진다"며 "실제로는 불가능한 일인데 드라마에선 가능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구질구질한 촌티를 벗은 주인공은 이런 매력으로 시청자들 중에도 특히 여심을 사로잡는다. 바로 대리만족의 즐거움 때문이다. 못나서 안타깝던 주인공이 자꾸 예뻐진다. 예뻐진 여자가 사랑도 만난다. 누구나 꿈꾸는 환상을 이야기로 실현시키는 것이다.

한 드라마 작가는 희망을 준다는 점이 여주인공 변신의 원동력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시청자가 여주인공의 변신에 환호하는 이유는 나도 어쩌면 변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을 심어주기 때문"이라며 "못난 주인공이 쉽게 변한다는게 어필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 통쾌함 "이보다 짜릿할 순 없다"

직장인 김혜연(26)씨는 주말 저녁마다 TV에 푹 빠져 살고있다. 나화신(오현경 분)의 통쾌한 변신이 어디까지 이어질까 궁금했기 때문이다. 촌티 아줌마에서 섹시한 커리어우먼으로 탈바꿈해 남편에게 복수까지… 속이 다 시원했단다.

드라마에서 촌스러움을 벗는 여자만큼 짜릿한 내용은 없다. 변신 후엔 주변상황이 주인공을 중심으로 돌아가기 때문이다. 김혜연씨는 "드라마에서 여자가 변신하면 어김없이 좋은 일이 생긴다"라며 "예뻐지기도 하고 자신을 무시하던 사람들의 콧대도 꺾어 놓으니 유쾌·상쾌·통쾌하다"고 말했다.

이런 장점 때문에 여자 스타의 변신은 드라마안에 끊임없이 나온다. 평범하던 그녀가 변신하자마자 다가오는 멋진 남자. 진가를 알아보지 못한 남편의 후회. 변화와 동시에 일과 사랑 두마리 토끼를 잡는 모습으로 시청자에 어필하는 것이다.

이에 대해 한 방송관계자는 화끈한 변신에 통쾌한 변화라고 말했다. "확 달라지는 모습에 시청자는 한번 눈길이 간다. 이후 급변하는 주변의 이야기에 두번 관심을 갖는다"며 "변해서 통쾌하고 이야기가 달라져서 또 통쾌한게 매력"이라고 밝혔다.

◆ 긴장감 "이보다 극적일 순 없다"

천호동에 사는 주부 이상미(45)씨는 계속 손에 땀을 쥐었다. 아름답게 변신한 홍선희(최진실 분)를 시기하는 사랑의 라이벌 이나윤(변정수 분)이 언제 어떤 행동을 할지 조마조마했기 때문이다. 선희의 변화가 화를 불러올까 긴박감마저 느껴졌다.

주인공의 변신은 시청자의 마음을 쥐락펴락한다. 확 달라진 여자 주위를 맴도는 질투의 세력들의 행동이 아슬아슬한 느낌을 주기 때문이다. 이상미씨는 "선희가 아름답게 단장하고 파티에 나타났을 때 나윤이 보내던 눈길이 섬뜩했다"라며 "나윤이 선희를 곤경에 빠뜨릴까봐 내내 마음을 졸였다"고 했다.

주인공의 변화는 극의 긴장을 형성한다. 극의 긴장은 보다 해피엔딩이라는 뻔한 결말로 가기 전에 TV 속으로 시청자를 모으는 힘이 된다. 변화와 질투, 얽힌 사랑이라는 삼각관계가 형성되면서 드라마의 강약을 조절하는 것이다.

한 드라마 PD는 여자의 변화가 극을 더 풍성하게 만듬을 밝혔다. 그는 "드라마 속 주인공의 변화는 변화에서 끝나지 않는다"며 "그로 인해 더 악해지는 주변 인물을 통해 사건과 해결이 반복되고, 결국 이것은 행복한 결말을 더 극적으로 만든다"고 설명했다.

여자 주인공의 이유있는 변신은 분명 특별한 매력이 있다. 하지만 의미없이 재탕, 삼탕 된다면 시청자의 공감을 얻지 못할 수도 있다. 이제 남은 과제는 주인공의 확달라진 변화로 더 새롭고 참신한 양념을 찾는 일일 것이다.

< 사진 = 각방송사 화면캡처, MBC, SB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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