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류용 기획영화의 한계…"무작정, 스타만 택한 결과?"
입력: 2008.04.14 15:16 / 수정: 2008.04.14 16:35

[ 김지혜기자] 한류(韓流) 효과를 노린 기획영화가 결국 소문난 잔치로 끝나고 있다. 2005년 배용준을 앞세운 영화 '외출'에서 부터 전지현을 내세운 '데이지'(2006), 최지우를 간판으로 한 '연리지'(2006) 등이 줄줄이 조기종영의 쓴 맛을 봤다.

게다가 올해 야심차게 개봉한 '숙명'까지 철저한 관객의 외면을 받고 있다. 지난달 20일 개봉한 '숙명'은 현재까지 전국 80만명을 동원하는데 그쳤다. 이 추세라면 전국관객 100만명을 돌파하기도 힘든 상황이다.

'숙명'의 추락은 한류용 기획영화의 현주소를 여실히 보여준다. 무작정 한류형 영화는 상업적인 목표가 우선시 된다. 때문에 '배우'보다는 '스타'를 선호하고, '작품' 보다는 '상품'의 성격을 강하게 띈다. 관객들이 실망감을 나타내는 것은 이 때문이다.

한류영화의 실패 사례를 통해 뿌리 깊은 문제점 등을 짚어봤다.

◆ 한류 지향, 관객 지양 '주객전도' 영화들

한류용 기획 영화는 한류 열풍이 정점에 달했던 2004년부터 본격화되기 시작했다. 배용준의 출연만으로 일본 열도의 이목을 집중시켰던 영화 '외출'(2005)이 시초라 할 수 있다.

섬세한 연출력으로 평단의 지지를 얻었던 허진호 감독과 한류스타 배용준이 만난 '외출'은 여러모로 예상을 뒤엎는 영화였다. 수작을 기대했던 평론가들은 진부함에 실망했고, 배용준 손예진 커플의 절절한 멜로 연기를 예상했던 관객들은 평면적인 연기에 실망했다.

결국 추석 대목 흥행을 노렸던 '외출'은 참패했다. 철저하게 일본 팬들의 입맛에 맞춰 제작된 영화였기에 까다로운 국내 관객의 취향에는 맞지 않았던 것이다. 그러나 일본에서는 배용준 파워에 힘입어 27억 엔의 수익을 얻었다. 작품 내적인 요인이라기 보다는 스타 파워에 힘입은 결과였다.

'데이지' (2006)와 '연리지'(2006) 역시 한류용 기획영화의 실패 사례로 꼽힐만 하다. 우선 '데이지'는 미녀스타 전지현의 아시아 프로젝트였다. 한국의 자본의 홍콩의 유명 감독이 만났지만 국내 흥행 스코어는 30만. 기대를 걸었던 일본에서도 5억 엔의 수익을 내는데 그쳤다. '지우히메' 최지우를 내세운 영화 '연리지'는 국내 개봉 당시 10만 관객밖에 모으지 못했다. 일본에서도 수익도 6억 엔 수준에 머물렀다.

두 영화의 실패 요인은 진부한 스토리와 평면적인 연출, 배우들의 함량 미달 연기였다. 특히 재벌 2세와 불치병, 삼각관계 등 한국형 멜로를 답습한 소재로 한국 팬들은 물론이고 한류 팬들에게도 환영받지 못했다. 스토리 없이 무작정, 스타만 내세운 결과였다.

현재 개봉중인 '숙명' 또한 국내는 물론 아시아 국가에서의 흥행도 우려되는 작품이다. 그간 실패한 한류 영화의 공식을 그대로 답습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국내만 해도 송승헌과 권상우라는 한류용 투톱만 내세웠을 뿐 영화의 근간을 이루는 내러티브 자체가 없다. 볼 거리는 많은데 남는 게 없다는 것이다.

◆ 부실한 기획 상품 '한류팬'과 '국내팬' 모두 외면

'외출', '데이지', '연리지', '야수', '숙명'. 이 영화가 공개됐을 때 내려진 평가는 엇비슷하다. ▲ 기획은 있지만 영화는 없다. ▲ 스타는 있지만 연기가 없다. 한마디로 부실한 기획 상품이라는 비난을 겪었다.

실제로 충무로는 2004년부터 꾸준히 한류용 영화를 내놓았다. 그러나 진화는 찾아볼 수 없었다. 작품에 대한 고민 보다 오로지 스타 캐스팅에 몰두하는 모습이었다. 멋진 남자의 근육을 강조하거나 예쁜 배우의 얼굴을 클로즈업하기에 바빴다. 장르 또한 한류를 의식하다 보니 멜로나 액션영화에 편중됐다.

이런 영화계의 안일한 습관은 스스로의 발목을 잡는 원인이 됐다. 영원할 것 같은 한류 열풍이 꺽이자 국내외에서 한국 영화를 찾는 팬들의 발길이 끊어지기 시작한 것. 그 결과 한국 필름 마켓을 찾는 아시아 국가 마케터들의 발길은 뜸해졌고, 수출가는 기존 최고가의 절반 수준인 200만 달러로 떨어졌다.

한 필름 마케터는 "한류 거품이 꺼지면서 한국 영화는 더 이상 일본과 중국, 대만의 마케터들의 선호를 받지 못한다. 그나마 '숙명'이 200만 달러에 계약된 것은 흥행에 대한 기대보다는 DVD및 부가 수익에 대한 기대 때문이다"라고 평가했다.

국내 팬들의 반응은 더 냉담했다. 뻔 한 이야기, 연기 못하는 스타가 등장하는 영화에 8000원을 지불할 관객은 없었기 때문이다. ‘숙명’에 대한 국내 팬들의 외면도 같은 맥락이다.

◆ 무작정 한류는 위험, '상품' 보다 '작품' 만들어야

‘무작정’ 한류 영화는 위험하다. 한류 열풍이 예전만 못한 상황에서 아시아 시장만을 겨냥한 상품을 내놓기에는 불안 요소가 크다.

한류를 겨냥하기에 앞서 국내 관객의 인정을 받을 만한 작품을 내놓는 것이 우선되어야 한다. 지난해 관객과 평단의 호평을 받으며 1200만을 돌파한 영화 '괴물'은 2006년과 2007년 중국과 싱가포르, 홍콩 등에서 괄목할만한 성과를 거뒀다. 한류 스타 없이 작품의 질만으로도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결과다.

문화 평론가 이문원씨는 "한류 스타만을 내세운 기획 영화는 설 자리를 잃었다. 지난해 '그해 여름'의 실패와 현재 '숙명'의 부진이 입증하고 있다"면서 "과거에 성공했다고 해서 과거 공식을 답습해 관성적으로 영화를 만드는 것은 위험하다. 한류용 영화가 제작되더라도 질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충고했다.

꺼져가는 한류에 기대 스타를 기용하고 거대 자본을 사용하는 것은 도박에 가깝다. 더욱이 국내 관객의 수준을 간과한 '상품' 성격의 영화 제작은 지양해야 한다.

한류 팬과 국내 팬에게 동시에 어필하기 위해서는 질 높은 콘텐츠 개발이 시급하다. 콘텐츠의 질이 높지 않으면 국내 팬은 물론 한류 팬에게도 환영받기 힘들다. 더 이상 최루성 멜로나 스타의 이미지에 기댄 영화 제작은 곤란하다.

안일한 기획 영화의 끝은 관객 외면과 스타의 몰락이다. 또한 충무로의 작품수준을 퇴보시킴과 동시에 뻗어나가는 한류 열품에도 걸림돌이 될 뿐이다. 한류가 만류가 되지 않기 위해서는 내실을 다지는 게 급선무다.

<사진 = 영화 '숙명', '데이지', '외출', '연리지' 스틸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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