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정적인 노랫말과 감미로운 멜로디, 밝고 순수한 음색
80년대까지 대학생 MT 때마다 즐겨 불리던 '추억 노래'
박인희는 오랜만에 콘서트와 방송 출연으로 대중과 만났다. 마침 과거에 출간됐던 그의 산문집 한권과 시집 두권이 '박인희 컬렉션'으로 재출간된 시점과도 겹쳤다. /도서출판 마음의숲 |
[더팩트ㅣ강일홍 기자] 박인희는 가수로, 방송인으로, 시인으로 살며 '노래하는 시인'이란 별명이 더 잘 어울리는 주인공이다. 최근 그는 연세대학교 대강당에서 단독 콘서트를 갖고, 오랜 공백을 깨고 목말라 했던 팬들과 마주했다. KBS 추석특집 '콘서트 7080 플러스'를 통해서도 근황을 알렸다.
박인희는 혼성듀엣 '뚜아에무아'로 데뷔한 뒤 '약속' '세월이 가면' 등의 히트곡으로 수많은 팬들의 사랑을 받았다. 정점을 달리던 그는 단지 음악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을 벗어나고 싶다는 마음으로 가수활동을 접고 미국행을 선택했다. 데뷔한 지 불과 12년만이었다.
30여년의 미국 생활 중 그는 더이상 음원을 발표하는 일 없이 라디오 DJ로만 집중하며 '방송인' 박인희로 살아왔다. 2016년 콘서트를 열기까지 한국 팬들 앞에서 활동을 재개한 것은 81년 이후 35년만이다. 그리고 다시 8년이란 세월이 흘렀다.
올해는 마침 과거에 출간됐던 그의 산문집 한권과 시집 두권이 '박인희 컬렉션'으로 재출간된 시점과도 겹쳤다. 그는 콘서트 직전 가진 언론인터뷰에서 "이제는 단 한 사람만이 내 노래를 기다린다 해도 그를 위해 원숙한 목소리로 노래를 부르고 싶다"고 속내를 밝혔다.
'노래하는 시인'이란 별명을 가진 박인희는 혼성듀엣 '뚜아에무아'로 69년 데뷔한 뒤 '약속' '세월이 가면' 등의 히트곡으로 수많은 팬들의 사랑을 받았다. /온라인커뮤니티 |
박인희는 숙명여대 불어불문학과를 졸업한 69년 이필원과 혼성 듀엣 뚜아에무아(Toi et Moi)를 결성하고 이듬해인 70년 데뷔 앨범을 발표했다. 둘의 멋진 화음은 들꽃 향기를 실어오는 봄바람 소리처럼, 파란 가을 날의 햇살처럼 팬들을 설레게 했다.
3년 뒤 솔로로 독립해 76년까지 앨범 6장과 시낭송 음반을 냈다. 발표한 곡들은 한결같이 여성스러우면서도 기품이 넘쳐나 대중가요임에도 음반이 발매될 때마다 문학, 고전음악과 샹송을 사랑하는 팬들에게 많은 찬사를 받았다.
박인희의 음색은 청아하면서도 노래할 때 감정은 극도로 절제됐다. 그가 추구한 음악은 촉촉한 감수성으로 가득하고 문학다운 낭만이 넘치는 매력이 넘쳤다. 매우 쉬운 단어로 인생과 사랑을 속삭이는 듯하였으나 그 노랫말에 담긴 의미는 심오했다.
가을이면 곧잘 떠오르는 '모닥불'은 80년대까지 대학생들의 MT 때마다 즐겨 불리던 노래다. 이 시기 청춘들이라면 누구라도 한두 번 불러보지 않은 이가 없고, 박인희의 다른 노래 '방랑자' '하얀 조가비' '끝이 없는 길' '그리운 사람끼리' '봄이 오는 길'도 크게 사랑을 받았다.
박인희는 숙명여대 불어불문학과를 졸업한 69년 이필원과 혼성 듀엣 뚜아에무아(Toi et Moi)를 결성하고 이듬해인 70년 데뷔 앨범을 발표했다. /도서출판 마음의숲 |
'모닥불 피워놓고 마주 앉아서/우리들이 이야기는 끝이 없어라/ 인생은 연기속에 재를 남기고/ 말없이 사라지는 모닥불 같은 것/ 타다가 꺼지는 그 순간까지/ 우리들의 이야기는 끝이 없어라'(박인희의 '모닥불' 가사 1절)
이 곡은 72년 프린스레코드사에서 발매된 솔로 데뷔 앨범 '박인희 스테레오 골든앨범 Vol.1' 타이틀이다. 박건호가 작사하고 싱어송라이터인 박인희가 직접 곡을 썼다. 서정적인 노랫말과 부드럽고 감미로운 멜로디, 박인희 특유의 밝고 순수한 음색이 애잔하게 와닿는다.
박인희는 시집 '지구의 끝에 있더라도', '소망의 강가로'와 수필집 한 권을 출간하는 등 문학가로도 활발히 활동했다. 심야 방송에서 라디오 DJ로도 명성을 떨쳤다. 시인으로 유명한 이해인 클라우디아 수녀와 여자중학교 동창으로서 지금도 자주 소통하며 지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