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킬러스', 용기 있는 시도 그리고 심은경[TF씨네리뷰]
입력: 2024.10.23 10:00 / 수정: 2024.10.23 10:00

4명의 감독이 풀어낸 4편의 살인극…23일 개봉

23일 개봉한 더 킬러스는 헤밍웨이 단편소설 더 킬러스를 대한민국 대표 감독 4인이 각기 다른 시선으로 해석하고 탄생시킨 4편의 살인극을 담은 시네마 앤솔로지다. /㈜스튜디오빌
23일 개봉한 '더 킬러스'는 헤밍웨이 단편소설 '더 킬러스'를 대한민국 대표 감독 4인이 각기 다른 시선으로 해석하고 탄생시킨 4편의 살인극을 담은 시네마 앤솔로지다. /㈜스튜디오빌

[더팩트|박지윤 기자] 지금껏 본 적 없는 형태의 영화가 등장했다. 4명의 감독이 각기 다른 시선으로 해석한 4편의 살인극으로 한 편의 작품이 완성된 것. 이를 관통하는 배우 심은경은 다채로운 얼굴로 스크린을 가득 채운다. 그야말로 한국 영화계의 새로운 시도이자 용기 있는 작품 그리고 심은경의 또 하나의 대표작이 될 '더 킬러스'다.

오늘(23일) 스크린에 걸린 영화 '더 킬러스'(감독 김종관·노덕·장항준·이명세)는 어니스트 헤밍웨이 단편소설 '살인자들(The Killers)'을 모티브로 대한민국 대표 감독 4인이 각기 다른 시선과 스타일로 해석하고 탄생시킨 4편의 살인극을 담은 시네마 앤솔로지다.

'최악의 하루' '조제'의 김종관 감독과 '연애의 온도' '특종: 량첸살인기' 의 노덕 감독, '리바운드' '오픈 더 도어'의 장항준 감독과 '인정사정 볼 것 없다'의 이명세 감독이 의기투합해 다채로운 색깔과 개성을 한 번에 만끽할 수 있는 영화를 관객들에게 선보인다.

김종관 감독과 노덕 감독, 장항준 감독과 이명세 감독이 의기투합해 다채로운 색깔과 개성을 한 번에 만끽할 수 있는 영화를 만들었다. /㈜스튜디오빌
김종관 감독과 노덕 감독, 장항준 감독과 이명세 감독이 의기투합해 다채로운 색깔과 개성을 한 번에 만끽할 수 있는 영화를 만들었다. /㈜스튜디오빌

어니스트 헤밍웨이의 '살인자들(The Killers)'은 금주령이 시행된 1920년대 두 명의 청부살인업자가 술집을 찾아오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로 미국 대공황기의 풍경을 담은 소설이다. 영화감독 로버트 시오드맥과 안드레이 타르코프스키 등에 의해 영화화되면서 필름 누아르에 많은 영향을 줬고, 사실주의 화가 에드워드 호퍼의 대표작 '밤을 지새우는 사람들'의 모티브가 된 작품으로도 화제를 모았다.

그리고 이를 모티브로 한 '더 킬러스'에는 김종관 감독의 스타일리시한 감각을 엿볼 수 있는 '변신'부터 노덕 감독의 재기발랄함이 돋보이는 '업자들'과 1979년을 배경으로 한 장항준 감독의 서스펜스 시대극 '모두가 그를 기다린다' 그리고 독보적인 비주얼리스트 이명세 감독의 누아르 '무성영화'까지, 네 명의 감독이 각기 다른 시선으로 해석한 네 편의 단편 영화가 담겼다.

각 작품은 명확한 결말을 제시하지 않으면서 보는 이들의 상상력을 자극시키고 짙은 여운을 남긴다. 이 외에도 윤유경 감독과 조성환 감독의 작품까지 총 6편으로 제작됐고, 그중 4편의 영화가 극장을 통해 먼저 공개된 후 온라인 VOD 및 OTT를 통해 확장판으로 6개의 작품을 모두 감상할 수 있다.

'더 킬러스'는 등에 칼이 꽂힌 채 눈을 뜬 남자로 시작한다. 그리고 어마어마한 금액의 살인을 의뢰하는 여자 그리고 모두가 기다리는 자와 누군가를 기다리는 자, 이렇게 의문의 상황 속 미스터리함이 가득한 인물들이 등장하면서 4편의 영화가 몰입감 있게 전개된다.

김종관 감독은 관객들에게 익숙한 뱀파이어라는 설정을 친절하지 않게 그려내며 신선함과 긴장감을 동시에 선사하고, 노덕 감독은 청부 살인 의뢰가 하청 노동으로 이어지면서 결국 전혀 관련 없는 사람을 납치하게 되는 이야기를 통해 현실을 스타일리시한 연출과 함께 풍자한다. 배우들이 진지하게 연기할수록 관객들의 웃음이 터져 나온다.

심은경(아래쪽 사진의 오른쪽)은 각기 다른 특색을 가진 네 편의 단편 영화를 하나의 작품으로 완성시키는 대체 불가한 활약을 펼친다. /㈜스튜디오빌
심은경(아래쪽 사진의 오른쪽)은 각기 다른 특색을 가진 네 편의 단편 영화를 하나의 작품으로 완성시키는 대체 불가한 활약을 펼친다. /㈜스튜디오빌

장항준 감독은 왼쪽 어깨에 문신이 있다는 정보가 유일한 단서인 살인마를 잡기 위해 네 명의 형사가 어촌에 있는 작은 선술집에서 만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작품의 배경을 우리 역사의 변곡점이 있었던 1979년 10월 26일 밤으로 설정하면서 짙은 여운을 남긴다. 이명세 감독은 대중성보다 예술성을 택해 보는 이에 따라 난해하다고 느낄 수도 있겠다.

각기 다른 특색을 가진 네 편의 단편 영화를 하나의 작품으로 완성시키는 건 심은경의 활약이다. '궁합'(2018) 이후 6년 만에 한국 영화로 국내 관객들을 찾는 심은경은 '변신'에서 뱀파이어를 연기하고 '업자들'에서는 영문도 모른 채 납치된 소민으로 분해 짧은 시간 안에 다양한 감정 폭을 드러낸다.

'모두가 그를 기다린다'에서는 잡지 표지 모델로 관객들과 만나고 '무성영화'에서는 괴짜 웨이트리스라는 개성 강한 캐릭터를 연기한다. 이렇게 심은경은 다채로운 얼굴과 함께 폭넓은 연기 스펙트럼을 입증하며 네 작품에 모두 등장하는 유일한 배우로서의 대체 불가한 존재감을 발산한다.

여기에 연우진 장현성 홍사빈 지우 오연아 고창석 김금순 등이 각 단편 영화에 합류해 심은경과 연기 호흡을 맞추며 극의 몰입도를 한껏 끌어올린다. 그중에서도 '모두가 그를 기다린다'에 출연한 김민의 활약이 눈에 띈다. 반전의 반전을 거듭하는 캐릭터를 완벽하게 흡수하고 짧은 시간 안에 관객들의 뇌리에 박힐 연기를 보여준 그가 앞으로 꺼낼 다양한 얼굴이 기대된다.

한 편의 작품에 네 편의 단편 영화를 담은 영화계의 새로운 시도를 관객들이 어떻게 바라볼지 이목이 집중된다. 청소년관람불가이며 러닝타임은 119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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