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백요리사' 後일담③] 키친갱스터·황금막내의 못다한 이야기
입력: 2024.10.23 00:00 / 수정: 2024.10.23 00:00

키친갱스터=박지영 셰프, 편집 아쉬움 대신 고마움 전한 이유
황금막내=김예림 셰프 "'흑백요리사2'에도 출연하고 싶어"


박지영 셰프(왼쪽)와 김예림 셰프(오른쪽)가 <더팩트>와 인터뷰를 통해 흑백요리사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를 전했다. /어드밴스드 퀴진
박지영 셰프(왼쪽)와 김예림 셰프(오른쪽)가 <더팩트>와 인터뷰를 통해 '흑백요리사'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를 전했다. /어드밴스드 퀴진

침체된 넷플릭스의 분위기를 단번에 끌어올린 콘텐츠가 등장했다. 올해부터 예능에 힘을 주겠다는 넷플릭스의 기대에 '흑백요리사'는 화제성으로 응답했다. 업계는 물론이고 어디에 가나 '흑백요리사' 이야기가 들려온다. 뿐만 아니라 '흑백요리사' 어록 등이 밈처럼 활용되며 각종 유튜브나 커뮤니티를 장악했다. 콘텐츠는 전편 공개되며 마침표를 찍었지만 열풍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이에 끝나지 않은 '흑백요리사'의 인기를 조명하고 여정을 함께했던 이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편집자 주>

[더팩트ㅣ김샛별 기자] "100명의 셰프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었던 기획." 넷플릭스 제작진이 예능 행사 때부터 '흑백요리사'를 두고 강조해 온 말이다. 기자 역시 이에 공감한다. 20인의 백셰프가 부담감 대신 도전을 선택하고 백종원 대표와 안성재 셰프가 심사위원으로 전면에 나서며 조명받긴 했지만 이들 외에도 다른 셰프들이 함께 모였기 때문에 가능했던 '흑백요리사'였다.

이에 <더팩트>는 최근 1라운드 진출에 성공해 흑셰프 20인에 선정됐던 '키친갱스터' 박지영 셰프와 아쉽게도 1라운드에서는 떨어졌지만 요리 경연 프로그램 경험을 또 한 번 추가한 말 그대로 '황금막내'였던 김예림 셰프와 각각 인터뷰를 진행했다.

박지영 셰프는 흑백요리사에서 키친 갱스터로 출연했다. /넷플릭스
박지영 셰프는 '흑백요리사'에서 키친 갱스터로 출연했다. /넷플릭스

먼저 박지영 셰프는 현재 서울 용산구에서 나우 남영을 운영 중인 오너셰프로 본업에 돌아갔다. 20인 흑셰프에 들긴 했지만, 1:1 대결이 편집되며 사실상 방송에는 많이 나오지 못한 박지영 셰프다. 그럼에도 미공개 영상 등을 통해 박지영 셰프의 모습을 본 다수의 시청자들이 현재 나우 남영을 찾아주고 있단다.

이에 박지영 셰프는 "'흑백요리사'도 다 못 봤다. 직원이 없이 둘이서만 운영하는 매장이다 보니 갑자기 예약이 많아지면서 쉬는 날이 없을 정도"라고 근황을 밝혔다.

'흑백요리사'의 영향은 컸다. 박지영 셰프는 "사실 저희 가게는 오픈한 지 2년밖에 안 되기도 했고 남영동 뒷골목에 있기도 해서 일부러 찾아서 오는 분들 아니면 보통 단골분들만 있었다. 그런데 '흑백요리사' 공개 후 많은 분들이 찾아와주고 계신다"며 "제가 생각해도 이렇게까지 찾아올 정도의 분량은 아니었다고 생각하는데 다들 어떻게 알고 발걸음해 주고 이에 더해 '잘 봤다'며 격려도 해준다. 그럴 때마다 체력적으로는 힘들지만 피로가 풀릴 정도의 힐링을 전달받고 있다"고 감사한 마음을 전했다.

사실 박 셰프는 처음부터 '흑백요리사'에 바로 출연하겠다고 의사를 밝히진 않았다. 제작진의 연락을 받고 가장 먼저 들었던 감정은 '두려움'이었다. 때문에 고민을 하겠다며 결정을 미뤘다. 박 셰프는 "아무래도 방송을 해본 적이 없으니 걱정이 됐다. 또한 서바이벌이라 잘되면 좋겠지만 안 되면 부정적인 이미지가 생길 수도 있다는 생각에 고민이 많았다"고 털어놨다.

그런 박 셰프의 생각을 바꾼 건 바로 '도전 의식'이었다. 그는 "젊을 때는 안 그랬는데 30대에 접어들고 한 살 한 살 먹을수록 도전에 대한 두려움이 생겼다. 그러다 보니 문득 '흑백요리사' 같은 기회가 내게 얼마나 있을까 싶더라. 잘 안되더라도 경험이고 배울 것이라는 마음이 크게 들었다. 그다음에는 '도전'과 '경험'만 생각하고 임했던 것 같다"고 밝혔다.

박 셰프는 '흑백요리사'에 관해 계속해서 물음표였단다. 그는 "처음에는 100명의 경연이 과연 가능할까 싶었다. 또 100명을 한 공간에 모을 수 있을지도 궁금했다. 그 다음으로는 과연 이 많은 사람들을 평가하는 심사위원은 누구일지 궁금했다. 사실 백종원 선생님은 기사로 떠서 빠르게 알게 됐는데 다른 분은 당일에 알게 될 거라고 해서 모른 채 살아서 더 궁금했던 것 같다"고 전했다.

"처음 세트장을 봤을 때를 생각하면 지금도 소름 돋아요. 세트장이 주는 위엄이 대단하더라고요. 상상 이상으로 잘 만들어놓으셔서 놀랐어요. 100명의 셰프들을 보니까 이렇게 많은 셰프들과 함께 할 수 있는 자리를 경험할 사람이 몇이나 될까 싶어 신기하기도 했어요.(웃음) 그리고 안성재 셰프님의 등장했을 때 마지막으로 또 놀랐죠. 동시에 제작진이 똑똑하고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어떻게 보면 성향이 다른 양쪽에서 탑인 두 분을 데리고 온 거잖아요.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겠다는 것처럼 보였어요."

1라운드에서 안성재 셰프에게 극찬까지 받았던 박 셰프지만 아쉽게도 다음 라운드인 1:1 대결은 편집됐다. 이후 미공개 영상으로 박 셰프와 조은주 셰프의 대결이 공개되긴 했지만 해당 대결이 본방송에 실렸어야 한다는 아쉬움의 목소리가 쏟아졌다.

박 셰프는 주변에서 본인보다 더 아쉬워해서 마음이 아프단다. 그는 "많은 분들이 물어보고 위로의 말을 건네준다. 그때마다 항상 하는 말이지만 나는 정말 괜찮다. 아쉬운 건 그날 잠깐뿐이었다. 출연 이유가 날 다수에게 알리기보다는 도전이자 경험이었지 않나. 출연을 함으로써 충분히 그 이상을 얻었기 때문에 분량은 크게 작용하지 않는다. 오히려 나중에 미공개로라도 공개해 줘서 제작진에게 감사하다"며 웃어 보였다.

박 셰프에게 '흑백요리사'는 어떤 프로그램으로 기억될까. 그는 "내 30대에서 가장 큰 이벤트로 기억될 것 같다. 출연 전과 후를 나눌 수 있을 정도로 가장 잘한 선택이었다"며 "그곳에서 열정을 가진 셰프들을 많이 만나며 나 또한 요리에 대한 열정이 다시 타올랐다. 이번 계기로 정말 많은 걸 배우고 좋은 영향을 받았다"고 전했다.

김예림 셰프는 넷플릭스 흑백요리사에서 황금 막내로 출연했다. /넷플릭스
김예림 셰프는 넷플릭스 '흑백요리사'에서 황금 막내로 출연했다. /넷플릭스

'황금 막내'로 출연했던 김예림 셰프는 다시 일상으로 돌아와 학업에 매진 중이다. <더팩트> 취재진에게 그는 "촬영 후 프랑스로 인턴십 6개월을 갔다가 다시 돌아와서 학교에 다니고 있다. 또한 한국 음식을 영어로 소개하고 이야기를 나누는 라디오 프로그램에도 고정 게스트로 출연 중이다"라고 근황을 밝혔다.

사실 김 셰프는 이번 '흑백요리사'가 첫 경연 프로그램은 아니다. 앞서 지난 2017년 방송된 TV조선 '아이엠셰프'에 출연해 최종 우승자로 선정된 바 있다. 당시 그의 나이는 중학교 2학년인 15세였다. 이후에도 다른 요리 경연프로그램의 섭외가 종종 들어왔지만 김 셰프는 배우는 데 열중하고자 학업을 선택했다.

그리고 '흑백요리사'의 기회가 찾아온 것이다. 그동안 경연 프로그램을 거절하던 김 셰프가 다시 한번 서바이벌을 선택한 이유는 무엇일지도 궁금했다. 김 셰프는 "넷플릭스에서 기획하고 있다고 하니 일단 궁금했다. 이후 100명의 셰프를 모은다고 이야기를 들었다. 100명 중 나에게도 기회가 왔다는 건 소중하고 놓칠 수 없는 기회라고 생각했다. 학업이랑 병행하면서 한번 해보자는 마음으로 출연을 결심했다"고 전했다.

박 셰프와는 달리 방송 경험이 있던 김 셰프다. 그런 그조차도 '흑백요리사' 스케일을 보고 놀랐단다. 김 셰프는 "많진 않지만 촬영을 꽤 해보지 않았나. 처음에는 타 프로그램처럼 세트장이 하나 있고 내 요리를 소개하고 등장하는 방식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때문에 100명의 얼굴을 서로 볼 수는 없을 줄 알았다. 그런데 막상 가니 100명이 한 번에 등장하는 스튜디오도 있고 요리를 위한 스튜디오도 있더라. 그때 '스케일 대박이구나'라고 느꼈다"고 당시의 솔직한 심정을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처음 딱 세트장에 들어서는데 '이렇게까지 한다고?' 싶을 정도의 큰 규모여서 웅장함이 있었어요. 놀라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긴장도 더 되고 위축되더라고요. 그러다 죽었다 깨어나도 이런 경험을 또 못한다고 생각하니 다시 한번 감사했죠. 이런 기회가 쉽게 찾아오는 것도, 아무에게나 찾아가는 것도 아니니까요.(웃음)"

김 셰프는 100명의 출연진 중 가장 막내였다. 최연소 참가자로서 쟁쟁한 셰프들 사이에서 경연을 펼치는 기분은 어땠을까. 김 셰프는 "첫 라운드를 준비할 때까지만 해도 열심히 한 만큼 올라갈 수도 있지 않을까라는 기대감이 있었다. 근데 막상 현장에서 셰프님들을 보고 나니 마음이 바뀌었다. 이 속에 섞여 앉아 있는 것만으로도 영광이었다"며 "사실 그때부터는 다음 라운드에 대한 희망이 크게 보이지 않더라"고 밝혔다.

그렇다고 실제로도 아쉬움이 없는 건 아니었다. 특히 백종원 대표에게 보류를 받고 안성재 셰프의 심사에서 떨어졌던 만큼 자신이 가진 잠재력을 확실히 보여줬기 때문이다. 이에 김 셰프는 "유명하고 존경받는 분들의 경쟁 상대 중 한 명으로 참여했다는 것만으로도 영광이라 촬영이 끝난 후에는 후회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막상 방송이 공개되기 시작하니 내심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아무래도 보류까지 가긴 갔지 않나. 거기서 조금만 더 나아갔어도, 20인에만 들었어도 하는 아쉬움이 생기더라"고 털어놨다.

그래서인지 김 셰프는 시즌2가 나온다면 다시 한번 도전할 의향이 100% 있단다. 그는 "당연히 너무 욕심 난다. 다시 한번 출연하게 된다면 이를 바득바득 갈면서 준비할 것 같다. 내가 한 단계 더 성장한 모습, 잘하는 모습만 보여드리고 싶다"고 전했다.

김 셰프에게는 '흑백요리사'가 어떤 프로그램으로 기억될까. 그는 "내 전공이 프렌치 요리다. 현지에서 가서 일하고 싶다는 생각에 해외 취업 등을 준비 중인데 사실 현실적으로 쉬운 일은 아니지 않나. 고민하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요리에 대한 열정이 식었다고 느껴질 때가 있더라"며 "그러던 중 출연하게 된 '흑백요리사'는 내게 '자극'이 됐다. 함께 출연한 셰프들만큼 성장하고 싶다. 예전처럼 열정이 다시 불타오르는 기분이다. 다시 요리를 사랑하고 너무 하고 싶다는 마음이 들어서 또 다른 시작점도 된 것 같다"고 밝혔다.

"'흑백요리사'가 화제가 되면서 따라오는 말들도 많은 것 같아요. 사실 프로그램에 출연한 100명이 모두 조명을 받진 않지만 이분들 모두 정말 존경받아 마땅한 분들이잖아요. 현업에서 맛을 휘어잡고 있고 열정 하나로 요리에만 집중하는 분들 모두 위대한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지금의 관심이 모든 분야의 요식업을 많이 접하게 되고 순수하게 즐길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합니다."

'흑백요리사'는 맛 하나는 최고라고 평가받는 재야의 고수 '흑수저' 셰프들이 대한민국 최고의 스타 셰프 '백수저'들에게 도전장을 내밀며 치열하게 맞붙는 100인의 요리 계급 전쟁을 담았다. 총 12부작으로 구성돼 지난 9월 17일부터 10월 8일까지 공개됐다.

'흑백요리사'는 첫 공개된 이후 3주 연속 넷플릭스 글로벌 톱10 TV(비영어) 부문 1위에 올랐으며 한국 대만 싱가포르 홍콩 등 총 8개국 톱10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한국에서 제작된 예능이 3주 연속 글로벌 1위를 한 것은 최초라는 점에서 새로운 역사를 썼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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