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도시의 사랑법', 함께 또 따로 진정한 나를 마주하기까지[TF씨네리뷰]
입력: 2024.10.11 10:00 / 수정: 2024.10.11 10:00

김고은·노상현이 흔들리는 청춘에게 전하는 위로·용기의 메시지
적재적소에 배치된 웃음 포인트는 덤…10월 1일 개봉


1일 개봉하는 대도시의 사랑법은 눈치 보는 법이 없는 자유로운 영혼의 재희와 세상과 거리 두는 법에 익숙한 흥수가 동고동락하며 펼치는 그들만의 사랑법을 그린다.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1일 개봉하는 '대도시의 사랑법'은 눈치 보는 법이 없는 자유로운 영혼의 재희와 세상과 거리 두는 법에 익숙한 흥수가 동고동락하며 펼치는 그들만의 사랑법을 그린다.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더팩트|박지윤 기자] 배우 김고은과 노상현의 우정이 부러우면서도 찡하다. 두 사람이 그려낸 특별하면서도 평범한 13년의 세월은 메가폰이 전하고자 하는 힘 있는 메시지와 만나 가을 극장가를 충분히 사로잡을 듯하다. 두 명의 빛나는 청춘이 서로를 만나 진정한 나를 찾아가는 '대도시의 사랑법'이다.

지난 1일 스크린에 걸린 '대도시의 사랑법'(감독 이언희)은 눈치 보는 법이 없는 자유로운 영혼의 재희(김고은 분)와 세상과 거리 두는 법에 익숙한 흥수(노상현 분)가 동고동락하며 펼치는 그들만의 사랑법을 그린 영화다. 박상영 작가의 동명 소설 중 '재희' 챕터를 원작으로 하며 영화 '탐정: 리턴즈' '미씽: 사라진 여자'의 이언희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김고은(위쪽 사진의 오른쪽)은 자유로운 영혼의 재희 역을, 노상현은 성소수자 흥수 역을 맡아 연기 호흡을 맞췄다.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김고은(위쪽 사진의 오른쪽)은 자유로운 영혼의 재희 역을, 노상현은 성소수자 흥수 역을 맡아 연기 호흡을 맞췄다.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작품은 스무 살 재희와 흥수의 이야기로 시작된다. 재희는 남의 눈치를 보지 않아서 모두의 관심을 한 몸에 받고 있는 자유로운 영혼이다. 그런 그에게 눈길은 가지만 별다른 흥미는 없던 흥수에게 예상치 못한 위기가 찾아온다. 누구에게도 절대 들키고 싶지 않은 자신이 성소수자라는 비밀을 하필 재희에게 들켜버리고 만 것.

하지만 재희는 흥수의 비밀을 퍼뜨리지 않고 오히려 다음날 동기들로부터 아웃팅(타인에 의해 성정체성이 폭로됨) 당할 위기에 처한 흥수를 구해준다. 이 과정에서 재희와 흥수는 본능적으로 알게 된다. 서로가 서로의 이상형이 될 수 없지만 오직 둘만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 존재한다는 것을 말이다. 그렇게 재희와 흥수는 남들이 만들어내는 무성한 소문들을 뒤로한 채 의기투합 동거 라이프를 시작한다.

이렇게 영화는 스무 살 대학생 시절을 거쳐 사회 초년생 그리고 30대에 이르기까지 13년에 걸친 재희와 흥수의 이야기를 속도감을 유지하면서도 밀도 있게 풀어낸다. 두 사람의 끈끈한 우정 이야기에 안에 낙태와 데이트 폭력, 성범죄 등 다소 민감할 수 있지만 그럼에도 주변에서 벌어지고 있기에 결코 외면할 수 없는 우리가 발 딛고 있는 현실도 담아낸다.

대도시의 사랑법은 진정한 나다움을 인정하고 찾아가는 두 주인공을 통해 흔들리는 청춘에게 묵직한 위로와 용기를 건넨다.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대도시의 사랑법'은 진정한 나다움을 인정하고 찾아가는 두 주인공을 통해 흔들리는 청춘에게 묵직한 위로와 용기를 건넨다.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작품을 더욱 사랑스러우면서도 찡하게 만드는 건 김고은과 노상현의 열연과 '케미'다. 김고은은 인생도 사랑도 거침없는 돌직구 재희 역을 맡아 러블리한 매력을 마음껏 발산하며 극을 안정적으로 이끈다. 또한 2010년을 배경으로 하는 만큼 그 시절의 의상과 소품을 장착한 그는 관객들의 추억을 자극하면서 '파묘' 속 무당 캐릭터를 지우고 현실 '착붙' 연기를 펼친다.

노상현은 학교도 여자도 연애도 흥미가 없는 인물로 그 누구에게나 쉽게 마음을 열지 않는 흥수로 분해 스크린 데뷔를 치른다. 앞서 애플TV+ '파친코' 시리즈에서 이삭 역을 맡아 '병약 섹시'로 전 세계 시청자들에게 존재감을 각인시켰던 그가 이번에도 놀라운 활약을 펼쳐 이목을 집중시킨다.

특히 노상현은 자신의 성정체성을 안고 세상을 대하는 방법이 변화하는 인물의 복잡다단한 내면을 입체적으로 그려내며 자신만의 청춘의 얼굴을 꺼낸다. 이렇게 몰입감 있는 연기로 작품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에 힘을 실은 그는 춤추고 노래하는 등 반전 매력도 발산해 앞으로 그가 배우로서 어떤 길을 걸어갈지 더욱 궁금하게 만든다. 여기에 김고은과 노상현은 스파크도 튀고 번쩍거리다가도 뭉클해지는 단짠 매력의 '케미'로 극을 더욱 풍성하게 한다.

'대도시의 사랑법'은 끊임없이 '네가 너인 게 어떻게 약점이 될 수 있어"라는 재희의 대사처럼 타인의 기준에 맞추는 게 아닌, 진정한 나다움을 인정하고 찾아가는 두 주인공을 통해 흔들리는 청춘에게 묵직한 위로와 용기를 건넨다.

그러면서도 코믹 요소를 적재적소에 심어 놓으며 마냥 극이 무겁게만 흘러가지 않게 둔다. 평소 퀴어 소재를 보지 않는 관객들의 발걸음을 쉽게 극장가로 이끌 수 있을지 미지수지만, 마음의 문을 열고 영화관에 입장하면 모든 청춘을 위로하는 뭉클한 두 캐릭터의 우정 이야기를 즐길 수 있다. 여기에 곽동연 이유진 이상이 등이 특별 출연으로 힘을 보태 반가움을 안긴다. 15세 이상 관람가이며 러닝타임은 118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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