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의 보면 참지 못하는 신입변호사 한유리 역 맡아
"장나라와 '베스트 커플상' 후보에라도 올랐으면"
배우 남지현은 최근 <더팩트>와 만나 SBS 금토드라마 '굿파트너' 종영 인터뷰를 진행했다. /매니지먼트 숲 |
[더팩트ㅣ문화영 기자] '가치관은 확실한데 시야는 넓지 못한 친구' 남지현은 '굿파트너' 속 자신의 캐릭터를 이렇게 정의했다. 자칫하면 비호감으로 보일 수 있지만 그는 걱정과 부담을 말끔히 씻어내고 '사회초년생'의 공감을 이끄는 데 성공했다.
지난달 20일 종영한 SBS 금토드라마 '굿파트너'(극본 최유나, 연출 김가람)는 이혼 변호가 천직인 스타변호사 차은경(장나라 분)과 이혼 변호는 처음인 신입변호사 한유리(남지현 분)의 차갑고 뜨거운 휴먼 법정 오피스 드라마다. 인생 계획에 없던, 뜻하지 않은 이별(이혼)을 마주한 사람들의 모습과 가정을 해체하는 순간 벌어지는 딜레마를 현실적이고 직접적으로 담는다.
남지현은 최근 서울 강남구 청담동에 위치한 한 카페에서 <더팩트>와 만나 '굿파트너' 종영 인터뷰를 진행했다. 그는 "촬영 기간은 꽉 찬 6개월이었다. 너무 더운 여름 중간에 끝나 체력적으로 지치긴 했지만 현장이 좋았기 때문에 뿌듯하게 끝냈다"고 소감을 말했다.
작품은 첫 회 시청률 7.8%(닐슨코리아, 전국 유료가구 기준)로 시작했지만 단 7회 만에 최고 시청률 17.7%를 기록하는 기염을 토했다. 이에 남지현은 "요즘 시청률이 잘 나오는 게 아무래도 힘든데 올림픽으로 결방했음에도 갑자기 두 자릿수까지 나와 놀라고 기뻤다. '자만하지 말고 방심하지 말고 열심히 찍자' 이런 마음으로 현장 분위기는 똑같았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남지현(왼쪽 맨 위)은 극 중 불의를 보면 참지 못하는 신입변호사 한유리 역을 맡았다. 한유리는 차은경(장나라 분)과 서로 다른 가치관으로 충돌한다. /SBS 방송화면 캡처 |
극 중 남지현은 불의를 보면 참지 못하는 신입변호사 한유리 역을 맡았다. 한유리는 직설적이고 까칠한 효율주의 베테랑 변호사 차은경(장나라 분) 밑으로 들어가 이혼 사건을 맡는다. 한유리에 대해 남지현은 '가치관은 확실한데 시야는 넓지 못한 친구'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자신이 만약 한유리였다면?'이라는 질문에 솔직한 답변을 내놓았다.
"유리는 똑똑하지만 융통성이 좀 부족한 캐릭터예요. 그런데 배우는 속도도 빠르고 올바른 방향으로 가려고 하잖아요. 이 모습이 미워 보이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바랐어요. 차은경이 무섭진 않았고 오히려 너무 멋있었어요. 남지현이라는 사람은 차은경한테 타격 제로랍니다."
남지현은 작품의 흥행 이유로 '공감'을 꼽았다. '사회초년생'인 한유리의 모습, 매 회차마다 다양하게 다뤄지는 이혼사건들, 신입과 베테랑의 의견 차이 등이 시청자들의 오감을 자극했다는 것이다.
"이혼을 하고 싶은 분들이 나오다 보니 '이혼 케이스'가 부각될 거라 생각하지만 사실 '사람들'한테 집중되거든요. 사건을 겪는 사람은 어떤 마음인지 해결하고자 하는 사람은 어떤 마음인지, 무슨 고민을 하고 노력하는지에 대해 이야기해요. 여기서 '공감'을 일으킨 게 아닐까 싶어요. 이혼 사건에만 국한되지 않고 '나도 사회초년생일 때 이랬다' '주변 사람이 비슷한 상황을 겪었는데 이해했다' 등 댓글이 달렸어요. 사회생활하는 사람들에게 공감을 얻었죠."
남지현은 "한유리 캐릭터를 잡을 때 나라 선배의 말씀이 도움 됐다"고 말했다. /매니지먼트 숲 |
작품의 중심엔 장나라 남지현의 '워맨스(여성 간의 친밀하고 깊은 우정을 이르는 말)'가 있다. 가치관 경험치 성격 등이 모두 다른 두 사람은 시시각각 충돌한다. 그러나 승소와 더불어 의뢰인이 최선의 선택을 할 수 있게 하는 목표는 같다. 예상치 못한 인생 격변의 기로에서 정반대인 변호사 두 사람은 부딪히고 연대하며 성장한다.
"초반 유리 캐릭터를 잡을 때 나라 선배 말씀이 도움이 됐어요. '초년생의 모습을 표현하되 답답하지 않게, 덜 서툴러 보이게 어떻게 해야 하지?' 고민을 했는데요. 나라 선배가 '은경이가 너무 무서워. 내가 유리고 은경이 상사였으면 바로 도망갔을 거야' 하시더라고요.(웃음) 그런데 '유리 같은 사람이 꼭 필요해'라고 해주셨어요. 이 말을 듣고 대본대로 거침없이 풀어갔죠."
한유리는 차은경의 이혼 변호사가 된다. 그 과정에서 단단하고 차가울 것만 같은 차은경이 한유리에게 의지한다. 이 장면을 찍을 때 대본상에는 눈물이 없었지만 리허설을 하다 장나라가 울컥하니 자신도 울컥했단다. 앞서 '굿파트너' 제작발표회에서 장나라가 남지현을 '복덩어리'라고 설명한 게 단번에 납득되는 장면이다.
"차은경 이혼 끝나고 떡볶이집에서 이야기할 때 너무 슬픈 거예요. 평생 맞닿을 일 없던, 반대됐던 두 사람이 10회가량 분량을 거쳐 만나잖아요. 남한테 있는 그대로 고마운 감정을 솔직하고 연약하게 드러냈을 때 유리가 든든하게 서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감동은 그대로 내보내면서 '당신의 연약한 모습을 보여줘도 되는 존재'로 표현했죠."
남지현(아래)은 "SBS 연기대상에서 장나라와 '베스트 커플상'을 받고 싶다"고 바랐다. /SBS 방송화면 캡처 |
아울러 남지현은 장나라와 '베스트 커플상'을 노리고 있단다. '작은아씨들' '하이쿠키' 등 최근 여성들과 합을 맞춰 메인 서사를 만드는 작품이 많았다는 그는 "은호(표지훈 분)오빠에겐 미안하지만 압도적으로 나라 선배와 함께한 장면이 많기에 '커플상' 후보에라도 오르면 좋겠다. 4명 다 받을 수 있는 베스트 크루상이 있으면 좋을텐데 커플상을 노려보도록 하겠다"고 웃으며 말했다.
작품은 매 회 다른 에피소드로 구성된다. 남지현은 가장 인상 깊었던 장면으로 '2회 부부가 캠핑장에서 바람난 에피소드'와 '8회 친자 확인 에피소드'를 꼽았다. 그러면서 가장 인상 깊은 대사로 "가족이 돼 버린 남"을 언급하며 촬영 중 자신이 느꼈던 '가족의 의미'를 되새겼다.
"2회에서 본능적으로 '돈보다 아이' 선택이 당연하다고 생각했거든요. 제 변호사들이 (이혼 후) 경제적 자립을 보장해 주려 노력한다고 하더라고요. 또 친자가 아님에도 친자식처럼 생각하는 에피소드에선 울컥했어요. 정우진(김준한 분)의 상황과 겹쳐 보이기도 하고요. 차은경 대사 중에 '가족이 돼 버린 남'이 있어요. 어떻게 보면 가족이 된 순간 '그룹'으로 인식하는데 사실 가족은 개인과 개인이 만난 형성체거든요. 이걸 까먹는 순간 불행이 찾아오는 것 같아요. 개인으로서 소중하다는 것을 인식하고 있어야 가족 구성원으로서 나와 같이 살고 있는 사람, 인생을 함께하는 사람이구나를 느끼는 것 같아요. '우리가 원래 남이었는데 힘을 합쳐 함께 살고 있는 거지'를 잊지 않는 게 중요한 걸 느꼈어요."
끝으로 남지현에게 '굿파트너'는 누구이고 또 어떤 드라마로 남게 될까.
"올해 초 친언니가 결혼하면서 '결혼'에 한 발짝 가까워진 것 같아요. 무엇보다 '누구한테든 진정한 굿파트너가 되려면 뭐가 필요할까'에 대해 많이 생각했어요. 저의 '굿파트너'는 엄마요. 20살까지 제 옆에서 일을 같이 해주셨거든요. 배우를 하면서 모든 걸 다 이겨낼 수 있었던 절대적인 이유는 부모님이에요. '굿파트너'는 나중에 결혼하고 이 드라마를 다시 본다면? 생각했을 때 '나이가 먹어갈수록 다시 보면 새로운 느낌이 계속 날 드라마'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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