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故) 이선균 배우를 기억하며' 특별전 3일 진행
'끝까지 간다' 김성훈 감독·조진웅 참석해 다양한 이야기 나눠
'고(故) 이선균 배우를 기억하며' 특별전이 3일 오후 롯데시네마 센텀시티점에서 진행됐다. 사진은 영화 '잠' 언론배급시사회에 참석해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는 이선균의 모습. /서예원 기자 |
[더팩트|박지윤 기자] '끝까지 간다'가 10년 만에 다시 관객들과 만났다. 그리고 김성훈 감독과 배우 조진웅은 고(故) 이선균과 함께해서 더 행복했던 순간들을 떠올리며 그를 그리워했다.
'고(故) 이선균 배우를 기억하며' 특별전이 3일 오후 롯데시네마 센텀시티점에서 진행됐다. 현장에는 이선균의 대표작 중 하나인 '끝까지 간다'(2014)의 메가폰을 잡은 김성훈 감독과 함께 호흡을 맞췄던 조진웅이 참석해 관객들과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개봉한 지 10년이라는 시간이 흐른 '끝까지 간다'는 자신이 실수로 저지른 교통사고를 은폐하기 위해 노력하지만 정체불명의 목격자 박창민(조진웅 분)의 등장으로 사건이 걷잡을 수 없이 커져만 가면서 위기에 몰리게 되는 형사 고건수(이선균 분)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으로, 누적 관객 수 345만 명을 기록했다.
먼저 김성훈 감독은 "제 기억이 왜곡됐을 수 있어서 오기 전에 '끝까지 간다'를 다시 봤다. '배우들이 참 멋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제 조진웅과 만나서 밥을 먹었는데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똑같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2006년에 첫 작품을 크게 말아먹고 칩거했었다. 이후 선보인 '끝까지 간다'가 저에게 새 생명을 불어넣어 줬다. 덕분에 아직 생존하고 있다. 저에게 생명 같은 존재"라고 작품의 의미를 되새겼다.
이선균과 '끝까지 간다'를 함께한 조진웅은 "김성훈 감독님께서 배우들이 놀 수 있는 장을 확실하게 열어줬다. 그래서 편하게 작업할 수 있었다"고 회상했다. 사진은 2일 열린 제29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식에 참석한 조진웅의 모습. /부산=장윤석 기자 |
조진웅은 "술 마셨던 기억밖에 없다. 술을 엄청 마셨고 그 기운으로 뒤돌아볼 틈 없이 달렸던 영화다. 처음에 스크립트를 보고 구성이 잘 짜였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런데 제가 영화 시작하고 57분쯤 등장한다. 다른 사람들이 대사할 때 할 게 없으니까 대본리딩 때 힘들었다"고 너스레를 떨면서도 "김성훈 감독님께서 배우들이 놀 수 있는 장을 확실하게 열어줬다. 그래서 편하게 작업할 수 있었다"고 회상했다.
이선균은 사고를 낸 후 완벽한 은폐를 꿈꾸지만 예상하지 못한 상황들과 마주하며 위기에 몰리는 형사 고건수 역을 맡아 극을 이끌었다. 조진웅은 고건수가 저지른 사건의 유일한 목격자이자 그를 위협하는 정체불명의 인물 박창민으로 분해 극에 긴장감을 불어넣었다.
'끝까지 간다'를 만나기 전 이선균은 주로 홍상수 감독과 호흡을 맞췄고, 로맨스 장르에서 활약했다. 그러다가 고건수라는 인물을 만나 새로운 얼굴을 꺼내며 폭넓은 연기 스펙트럼을 입증했다.
이에 김 감독은 2013년 2월 이선균과 처음 만났던 때를 떠올리며 고건수라는 캐릭터를 그에게 준 이유를 밝혔다. 김 감독은 "이선균이 "'왜 저에게 '끝까지 간다'를 줬냐?'고 묻더라. 일반적인 질문보다 '내가 안 어울리는 거 아니야?'라는 느낌이었다"고 회상했다.
이어 김성훈 감독은 "고건수는 본성을 떠나서 도덕적으로, 법적으로 좋은 친구는 아니다. 하지만 관객들이 2시간 동안 주인공을 보면서 응원하고 연민을 가져야 한다"며 "이를 시나리오의 여러 페이지를 통해서 설득시키는 게 낭비로 다가올 때가 있다. 면죄부의 타당성을 주는 객관적인 이유보다 이선균의 얼굴 하나가 엄청난 설득력을 지닌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이날 조진웅은 "'끝까지 간다'의 작업은 시작부터 끝까지 다 생각난다"며 "어려운 장면이면 진짜 어렵고 아픈 장면이면 아프다. 액션 장면을 찍고 거울을 보면서 이선균 형과 함께 옷을 갈아입었는데 어제 있던 멍이 그대로 있고 또 생긴 멍도 있었다. 그러면 둘이 눈을 마주치고 뿌듯해했다. 영광의 상처 같았다"고 추억했다.
제29회 부산국제영화제는 이선균을 추억하는 특별기획 프로그램 '고운 사람, 이선균'을 선보이고 있다. /부산국제영화제 |
또한 김 감독은 "이선균은 과하지 않게 잘생긴 배우다. 그의 얼굴은 큰 영감을 준다"고 바라보면서 "궁금한 게 많은 친구다. 캐릭터에 관한 연구가 미진할 때 끊임없이 질문을 던진다. 그가 질문할 때 제가 모를 수 있지만 적당히 아는 척하고 싶었다. 그래서 숙제를 많이 해갔다"고 이선균과의 작업 과정을 추억했다.
이를 들은 조진웅은 "웃는 게 매력적이다. 이를 보면 지나온 삶을 다 이야기할 수 있다"고 동의하며 "아끼는 동생이나 후배들을 만날 때 하는 제스처가 있다. 되게 심장 속까지 건드리는 손길이다. 정말 좋은 형"이라고 각별한 애정을 드러냈다.
끝으로 김성훈 감독은 "이 작품이 10년 전에 만들어질 수 있었던 여러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이선균이 선택했기 때문이었다. 저에게 선물같은 존재로 나타났고 그렇게 진웅이와 즐겁게 촬영할 수 있었다"며 "10년이 지나서 선균이를 기리는 자리에 저희 작품을 선보이게 됐는데 또 나중에 이 친구가 저희에게 어떤 선물을 줄지 모르겠다. 감사하다"고 소감을 전했다. 조진웅은 "계속 기억할 것"이라고 눈물을 흘려 먹먹함을 자아냈다.
제29회 부산국제영화제는 이선균을 추억하는 특별기획 프로그램 '고운 사람, 이선균'을 선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파주' '우리 선희' '끝까지 간다' '나의 아저씨' '기생충' '행복의 나라' 등 이선균의 대표작 6편을 상영하고 함께 호흡을 맞춘 감독과 배우들이 참석한 스페셜 토크도 진행된다.
지난 2일 막을 올린 제29회 부산국제영화제는 오는 11일까지 영화의전당 일대에서 개최된다. 개막작은 넷플릭스 영화 '전,란'(감독 김상만)이고 폐막작은 '영혼의 여행'(감독 에릴 쿠)이다. 올해 영화제에서는 224편(63개국)의 공식 초청작과 커뮤니티비프 상영작 54편을 26개 상영관에서 만나볼 수 있다.
한편, 지난해 10월부터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은 이선균은 총 3차례에 걸쳐 경찰 조사를 받았고 간이 시약 검사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정밀 감정에서 모두 음성 판정을 받았다. 자신을 둘러싼 혐의를 모두 부인하던 이선균은 지난해 12월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