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훈정 세계관…누와르 도전 연장선 된 '폭군'
최국장 役 위해 7kg 감량까지 열연
배우 김선호가 <더팩트>와 만나 디즈니+ 오리지널 '폭군' 관련 인터뷰를 진행했다.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
[더팩트ㅣ김샛별 기자] 첫 누와르가 연이은 작품이 됐다. '귀공자'로 맺어진 인연이 '폭군'으로 이어지며 김선호의 도전이 더욱 빛을 발했다.
김선호는 최근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더팩트>와 만나 디즈니+ 오리지널 시리즈 '폭군'(감독 박훈정) 관련 인터뷰를 진행했다. 극 중 비밀리에 프로그램을 운영해 온 설계자 최국장 역을 맡은 그는 작품과 캐릭터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를 전했다.
'폭군'은 '폭군 프로그램'의 마지막 샘플이 배달 사고로 사라진 후 각기 다른 목적으로 그것을 차지하기 위해 모여든 사람들이 서로 쫓고 쫓기게 되는 이야기를 그린 추격 액션 스릴러다.
이날 김선호는 가장 먼저 "공들인 작품이 세상에 공개됐다는 건 정말 뿌듯한 일인 것 같다. 물론 어느 작품이나 호불호가 나뉘는 건 어쩔 수 없는 부분인 것 같다. 그럼에도 응원해 주는 분들이 많아서 기분 좋았고, 특히나 박훈정 감독님의 세계관을 좋아하는 팬들이 많다는 걸 다시 한번 느끼게 됐다"고 공개 소감을 밝혔다.
김선호와 '폭군'의 만남은 '산책' 덕분이었다. '귀공자'로 맺은 박훈정 감독과의 인연이 산책을 통해 다시 한번 이어졌기 때문이다. 그는 "'귀공자' 끝날 때쯤 박훈정 감독님과 산책을 했다. 원래도 산책을 할 때면 작품 구상에 관한 여러 이야기를 들려주곤 한다. 그때 마침 나왔던 이야기가 '폭군'이었다. 재밌겠다고 하니 같이 하자고 말씀해 주셨다"고 돌이켰다.
김선호가 최국장으로 합류하게 되면서 박훈정 감독은 캐릭터 설정에 변화를 줬다. 그도 그럴 것이 '국장'이라는 직급이 주는 무게감에 비해 김선호는 아직 젊은 게 사실이기 때문이다. 이에 김선호는 "감독님께서도 내 이미지 때문에 고민했던 것 같다. 그래서 최국장을 '최연소 국장'이라는 설정으로 바꿨다"고 밝혔다.
극 중 최국장은 목적을 위해서라면 무자비하고 냉정해지는 데다 피폐함이 디폴트 값인 캐릭터였다. 그렇다면 김선호가 생각한 최국장은 어떤 인물이었을까. 그는 "신념과 사명감"을 강조했다. 김선호는 "국가와 민족을 위해 일하는 사명감과 자신만의 신념이 굉장히 강한 인물이다. 또한 프로그램을 진행시키고 완성해야 한다는 막중한 책임감 속이 묻어나는 피폐함도 필요했다. 이 세 가지를 완성시킬 수만 있다면 최국장이 주는 무게감을 표현할 수 있겠다는 생각에 하나둘 빌드업을 시켰다"고 설명했다.
"사실 배우가 타고난 생김새나 목소리, 스타일 등을 바꿀 수는 없잖아요. 그렇다 보니 외형적으로 고민이 많았어요. 처음에는 수염을 꽤 많이 그려도 봤는데 주변에서 다들 '이건 아니다'라고 하더라고요.(웃음) 대신 국정원 요원들은 사실 일반인에 속했을 때 가장 눈에 띄지 않아야 한다는 점에 초점을 두고 일부러 헤어스타일도 세팅을 안 한고 피부 톤도 일부러 더 거칠게 표현했어요. 체중도 감독님의 디렉팅은 없었지만 일부러 6~7kg 정도 감량했어요."
배우 김선호가 디즈니+ 오리지널 시리즈 '폭군'에서 최국장 역을 맡기 위해 외적으로도 내적으로도 여러 변화를 주기 위해 노력했다고 밝혔다.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
다만 작품을 보다 보면 '폭군 프로로그램'에 대한 최국장의 신념과 사명은 때때로 '집착'처럼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김선호와 박훈정 감독이 계속해서 나눈 이야기들 그리고 최국장이라는 인물을 두고 쌓아둔 서사를 생각하면 '폭스라이팅(폭군+가스라이팅)'이 어느 정도 납득이 됐다.
김선호는 "최국장은 어렸을 때부터 국정원에 발탁이 돼 엘리트로 키워져 에이스가 된 인물이다. 그러다 보니 국정원이라는 팀 안에 자신의 정체성을 뒀을 테며 폭군 프로그램을 위해 선배들의 수많은 희생을 봐왔다. 자연스럽게 내가 이 프로젝트를 해결해야 한다는 책임감이 생겼을 것이고 나라를 위해 큰 죽음을 각오해야 한다는 신념도 있었을 터다. '우리 식구들' '국가와 민족을 위해서'라는 대사가 최국장을 가장 잘 보여주는 대사가 아닐까 싶다"고 전했다.
'귀공자'에 이어 바로 '폭군'으로 이어지기까지. 같은 감독과 여러 호흡을 맞출 수는 있지만 이렇게 연이어 작품을 내놓는 경우는 많지 않다. 더군다나 결은 비슷한 박훈정 세계관 안에서 정반대의 캐릭터를 소화했다는 점도 특별한 케이스였다.
김선호는 가장 먼저 박훈정 감독의 무한 신뢰에 감사함을 전했다. 그는 "사실 이번 작품을 하면서 겁이 많이 났다. 그동안 외적으로 표출하는 캐릭터를 많이 해왔는데 최국장은 내면에서 차곡차곡 쌓아 올려 어렴풋이 보여야 하는 캐릭터였다. 내겐 도전이었다. 불안할 때가 많았는데 그럴 때마다 감독님이 전보다 더 재밌을 수 있다면서 계속 격려해 줬다. 덕분에 캐릭터에 대한 즐겁게 분석할 수 있었고 열정 있게 연기하는 시간만 남았다"고 말했다.
배우 김선호가 <더팩트>와 만나 디즈니+ 오리지널 '폭군'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를 전했다.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
김강우와도 '귀공자' 이후 두 번째 호흡이었다. 앞선 작품과 달리 이번 '폭군'에서는 이른바 '구강액션'으로 극강의 티키타카를 자랑한 두 사람이었다. 자칫 무겁게 흘러갈 수도 있는 분위기에서 두 사람이 붙는 장면은 소소한 웃음을 자아내는 등 '케미'를 자랑했다.
김선호는 "강우 선배님은 신기하다. 대사만 전달하는데 그 안에 담긴 액션과 감정, 의도까지 다 전달된다. 그리고 그만큼 디테일하게 준비를 해오신다"며 "반면 난 이번에는 최대한 절제해서 툭툭 던지려고 했다. 그러다 보니 더 두 사람의 말맛이 생기지 않았나 싶다. 사실 난 시너지를 몰랐는데 나중에 모니터를 하니 재밌더라. 많은 분들이 공감을 해준 것 같아 감사하다"고 전했다.
'귀공자'로 누아르 장르에 처음 도전해 '폭군'으로 전작 이미지를 지우고 새로운 색을 덧칠한 김선호다. 연이은 장르물을 마친 김선호는 "아직도 익숙한 건 아무래도 오랫동안 해온 로맨스가 익숙하다"고 솔직하게 밝혀 웃음을 자아냈다.
"물론 모든 매 작품 아쉬운 점이 있지만 누아르는 특히나 더 단점만 보이는 것 같아요. 로맨스는 대사로 보여주는 것이 많다면 누아르는 오히려 대사가 없을 때 많은 것들이 전달되다 보니 그 순간들이 더 중요하다는 걸 깨닫고 있습니다."
배우 김선호가 영화 '귀공자'에 이어 디즈니+ 오리지널 시리즈 '폭군'까지 박훈정 감독과 연이어 작업했다.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
김선호는 '폭군'을 통해 처음으로 OTT로 전 세계에 인사를 하게 됐다. 이에 그는 "재밌고 신선한 경험이다. 사실 최근에는 극장보다 OTT가 더 많은 분들이 빠르게 볼 수 있는 수단이 것 같다"며 "나 역시 이렇게까지 많은 주변인들이 내 얼굴을 캡처해서 보내준다는 점이 신기했다. 그리고 스스로도 언제든지 또 돌려볼 수 있다는 점도 너무 좋다"고 밝혔다.
OTT 신호탄을 쏜 김선호는 현재 차기작이 줄줄이 대기 중이다. 넷플릭스 '이 사랑 통역이 되나요?'를 시작으로 OTT 시리즈물인 '망내인'과 '현혹' 출연이 예정돼 있다. 실제로 김선호는 이날도 밤샘 촬영 후 30분 쪽잠을 자고 인터뷰를 진행한 터라 종종 피곤한 모습을 보였을 정도다.
그는 "좋은 분들과 함께 열심히 촬영하고 있다"며 "매번 작품을 통해 의심과 확신, 좌절과 기쁨을 반복해서 느끼고 있다. 이 과정을 통해 계속해서 발전하고 좋은 모습 보여드릴 수 있다는 생각을 믿고 최선을 다하고 있다. 앞으로도 조금씩 나은 부분 보여드릴 테니 잘 부탁드린다"고 마지막 인사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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