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년 역사 '학전'…아동·청소년 '공연의 장' 탈바꿈
"대학로 대표 어린이·청소년극 발굴할 것"
김민기가 운영한 학전이 아이들과 청소년들을 위한 아르코꿈밭극장으로 탈바꿈했다. 아르코꿈밭극장 앞에는 故 김민기를 추모하는 꽃과 편지가 놓여있다. /문화영 기자 |
방학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면서 어린이들의 취향을 저격한 콘텐츠들이 대거 출격했다. 영화와 뮤지컬 업계는 아이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는 공연을 선보이고 있다. 여기에 인기 캐릭터를 앞세운 다양한 체험 시설도 생겼다. 그런가 하면 故 김민기의 '학전'은 어린이와 청소년을 위한 공연예술의 장 '아르코꿈밭극장'으로 변신했다. <더팩트>는 여름방학을 맞아 어린이를 위한 콘텐츠를 정리해 봤다. <편집자주>
[더팩트ㅣ문화영 기자] 아이들의 꿈과 희망을 지켜주는 곳도 있다. 가수이자 공연연출가 김민기가 대표로 있던 '학전'이 폐관 후 새롭게 문을 열었다. 이곳에서 아동과 청소년들은 공연 예술에 대한 꿈을 키울 수 있다.
'배움의 밭'이라는 뜻을 가진 학전은 故 김민기가 1991년 3월 대학로에 소극장을 개관하며 출발했다. 연극 뮤지컬 콘서트 등 다양한 공연을 기획 및 제작했고 다양한 예술 장르 간의 교류와 접목을 통해 새로운 문화창조공간으로서 역할을 했다.
김민기는 지난 30년간 뮤지컬 '지하철 1호선' '개똥이' '의형제' 등 굵직한 공연을 연출했다. '학전 독수리 5형제'라 불리는 배우 설경구 김윤석 황정민 장현성 조승우가 배출됐으며 故 김광석은 물론 윤도현 나윤선 정재일 등이 학전 출신으로 성장했다.
또 어린이극 '고추장 떡볶이' '슈퍼맨처럼!' '그림자 소동' '무적의 삼총사'와 청소년 뮤지컬 '굿모닝 학교' 등을 연출하며 아이들을 위한 무대에도 끊임없이 힘을 쏟았다.
지난달 17일 아르코꿈밭극장 개관식이 열렸다. 정병국 한국문화예술위원장(위)은 이날 "학전의 역사성과 정체성을 계승하고 어린이·정체성을 위한 우수 공연을 발굴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아르코꿈밭극장 |
이처럼 긴 시간 동안 대학로 공연 문화를 이끌던 학전이지만 올 3월 재정난과 김민기의 건강 악화로 폐관됐다. 이후 김민기의 뜻에 따라 학전은 아동과 청소년을 위한 '아르코꿈밭극장'으로 7월 17일 재개관했다. 이후 7월 21일 김민기는 지병 악화로 별세했다. 향년 73세.
지난달 24일 서울 대학로 아르코꿈밭극장에서 김민기 대표의 발인식을 치른 정병국 한국문화예술위원장은 "우리나라 문화발전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학전 김민기 대표님의 타계에 깊은 애도와 추모의 뜻을 전한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아르코꿈밭극장을 통해 '학전'의 역사성과 정체성을 계승하고 어린이·청소년을 위한 위한 수준 높은 공연과 양질의 대관 서비스로 소규모 공연단체 지원을 강화할 것이다. 또 향후 안정적인 공연장 운영을 위해 5억 원 규모의 펀딩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학전 건물은 개·보수를 거쳐 한국문화예술위원회와 국제아동청소년연극협회 한국본부(이하 아시테지)가 운영한다. 그간 김민기가 사재로 유지해온 학전을 이제 정부가 운영하게 된 것이다. 정부는 학전이 너무 낡았지만 현재 모습 자체가 역사이기에 최소한의 리모델링만 진행할 것이라 밝혔다.
아르코꿈밭극장은 아이들이 언제나 문화공연을 즐길 수 있는 곳으로 운영될 예정이다. /아시테지 |
아르코꿈밭극장은 학전의 뿌리인 '배움의 밭'을 이어받아 '꿈밭'이라는 단어를 사용해 '어린이들의 꿈이 자라는 공간'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건물 지하 2층에 자리한 169석 규모의 소극장인 꿈밭극장과 2층 꽃밭라운지, 3층 텃밭스튜디오로 구성됐다.
옛 학전의 사무실이었던 꽃밭라운지는 참여와 체험이 중요한 어린이·청소년들이 책을 읽고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는 공간으로 변신한다. 텃밭 스튜디오는 여전히 연습실로 사용된다. 이곳에서 배우들의 연습과 어린이 관객 교육이 이뤄진다.
아시테지는 지난달 아르코꿈밭극장에서 '2024 제32회 아시테지 국제여름축제'를 통해 가장 먼저 아이들을 맞이했다. 국내외 우수 아동청소년연극을 한자리에서 만나볼 수 있는 국내 최대 전국형 아동청소년 예술공연 축제로 전국 곳곳에서 진행된다.
이중 캐나다 퀘백의 인형극 '사랑에 빠진 뽀메 Pomelo', 태국의 오브제 연극 '타 렌트 Ta Lent Show' 등이 아르코꿈밭극장에 자리를 잡았다. 아시테지 관계자는 <더팩트>에 "어린이를 위한 극장으로 탈바꿈하니까 부모님들의 만족도가 높아졌다. 축제 끝나고 비는 시간에도 아이들 체험하는 공간으로 운영할 예정이라 대학로에 방문한 어린이 누구나 쉬어갈 수 있고 예술을 체험할 수 있어 좋아하시는 것 같다"고 전했다.
아울러 "어린이들이 직접 참여해 무대를 오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행사도 있다. 현재 '뮤지컬 혹은 연극배우를 양성하겠다'로 범위를 두고 있지 않지만 운영하다 보면 다양한 프로그램을 할 예정이라 워크숍 혹은 프로그램 하나로 만들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아르코꿈밭극장 곳곳에는 아이들의 흔적을 볼 수 있다. 아래 사진은 아이들이 공연을 관람한 후 칠판에 그림을 그리고 자신의 생각을 적은 모습. /아시테지, 문화영 기자 |
현재 학전은 아르코꿈밭극장으로서 완전히 변신하기 위해 보수 중이다. 내·외관의 틀은 그대로 유지되며 어린이들이 언제든지 와서 마음껏 즐길 수 있는 공간이 될 예정이다.
지하 소극장에는 아이들을 위한 키높이 방석이 마련돼 있다. 학전 때는 없었는데 키가 작은 아이들을 위해 구비해놓은 것이다. 아울러 지하공간에 연소식 난방기가 있었지만 연일 심해지는 미세먼지 농도를 줄이고 아이들의 안전을 위해 이 부분을 개선하고 있다. 건물 자체가 오래돼 곳곳에 생긴 깨진 부분도 함께 정비할 예정이라고 한다.
이와 관련해 아르코꿈밭극장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공연 관람, 예술 작품 참관, 어린이 도서관 등을 하기에 '쉼터 도서관 체험학습' 정도로 사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주 관람 대상이 어린이·청소년이다 보니까 안전이 중요하다. 그 친구들이 편하게 공연을 보려면 공연장 뿐만 아니라 꿈밭라운지 등도 다양하게 공연 외 다양한 체험을 할 수 있는 곳으로 관리를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학전에서 선보인 어린이 극들을 계승해 비슷한 레퍼토리 공연을 발굴해 대표적인 대학로의 어린이·청소년 극을 만들 예정이다. 오감 체험 등 아이들이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도록 향후 입장을 발표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아르코꿈밭극장은 8월 중 개·보수를 마무리하고 다시 어린이들을 맞이한다. 정확한 날짜는 미정이다. 추후 '청소년을 위한 공연예술축제' '전국어린이 연극잔치' '2024 아시테지 국제겨울축제' 등을 선보인다.<끝>
<관련 기사>
[친구들! 모여라①] "여름 방학이네"…영화·뮤지컬의 '키즈 사로잡기'
[친구들! 모여라②] 아이들의 대통령, 캐릭터 '베베핀' 속으로
culture@tf.co.kr
[연예부 | ssent@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