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인가 스캔들'서 경호원 서도윤 役으로 열연
"목표를 세워도 다 못 이룬다는 거 깨달아…이제는 그저 감사해"
배우 정지훈이 최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더팩트>와 만나 디즈니+ 오리지널 시리즈 '화인가 스캔들' 공개 기념 인터뷰를 진행했다.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
[더팩트ㅣ최수빈 기자] 높은 순위와 좋은 성적. 이에 대한 욕심을 버리자 정지훈은 더 넓은 시야로 세상을 바라볼 수 있게 됐다. 그 시야로 만난 게 '화인가 스캔들'이다. 한결 편안해진 마음으로 작품에 임한 정지훈은 '화인가 스캔들'로 또 다른 이미지 변신을 보여줬다. 그저 무대에 오르고 연기를 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다는 정지훈의 눈빛에서는 그가 얼마나 이 일을 사랑하는지가 느껴진다.
정지훈은 최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더팩트>와 만나 디즈니+ 오리지널 시리즈 '화인가 스캔들'(극본 최윤정, 연출 박홍균)과 관련된 이야기를 나눴다. 경호원 서도윤 역을 맡은 정지훈은 "'화인가 스캔들'이 디즈니+ 내에서 꾸준히 1위를 했다. 한국뿐만 아니라 홍콩이나 대만 싱가포르 등에서도 성적이 좋았다"며 "굉장히 만족스럽고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종영 소감을 밝혔다.
'화인가 스캔들'은 대한민국 상위 1% 화인가를 둘러싼 상속 전쟁으로 인해 생명의 위협을 받는 나우재단 이사장 완수(김하늘 분)와 그녀의 경호원 도윤이 화인가의 비밀을 마주하게 되는 치명적 스캔들 드라마다. 작품은 총 10부작으로 지난달 31일 막을 내렸다.
정지훈이 연기한 서도윤은 경찰대 출신의 뛰어난 무술 실력을 가진 인물이다. 서도윤은 완수를 테러 사건에서 구한 뒤 친구의 죽음을 둘러싼 비밀을 알아내기 위해 화인가에 경호원으로 입성한다. 완수의 경호 업무를 맡게 된 그는 모든 것을 바쳐 완수를 지켜내며 화인가의 스캔들을 파헤치기 시작한다.
도윤과 완수는 함께 화인가의 비밀을 마주하고 위험을 무릅쓰는 과정에서 점차 서로 의지하며 감정을 키워간다. 욕망의 화인가 안에서 꿋꿋하게 자신의 신념을 이뤄내려는 완수와 그런 그를 목숨 바쳐 지키려는 도윤의 '케미'가 매혹적으로 그려진다.
정지훈은 이런 서도윤의 독특함에 끌려서 출연을 결심했다. 그가 지금껏 해온 역할과는 상반된 매력을 지닌 인물이기 때문이다. 정지훈은 "이제까지는 주로 코미디 요소가 많은 작품을 해왔다. '화인가 스캔들'은 묵직한 역할이면서도 경호원으로서의 새로운 순애보를 보여줄 수 있겠다는 느낌이 들었다"고 설명했다.
정지훈이 '화인가 스캔들'에서 경호원 서도윤 역으로 시청자들과 만났다.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
그렇기에 정지훈은 서도윤을 소화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가장 많이 신경을 쓴 부분은 피지컬이다. 정지훈은 수염을 길렀으며 지방을 늘리기 위해 근육량을 줄이기도 했다. 친구의 죽음으로 인해 방황한 서도윤의 서사를 살리기 위함이었다.
"도윤의 외적인 모습에 어떤 변화를 주는 게 좋을까 고민을 많이 했어요. 그 해답은 수염이었죠. 수염이 도윤의 처절함을 보여주기 위한 수단으로 보이도록 노력했어요. 그리고 도윤이 친구의 죽음으로 인해 힘들어했기 때문에 술을 많이 먹었다는 설정을 살리기 위해서 지방도 늘렸어요. 특수 부대 요원처럼 근육이 빵빵하면 캐릭터와 너무 상반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평소 제 몸보다 근육량을 더 줄이려고 했어요."
친한 친구의 죽음에 얽힌 비밀을 파헤치기 위해 화인가에 입성하는 도윤의 서사만큼이나 많은 사랑을 받은 부분은 완수와의 특별한 '케미'다. 완수의 경호원으로 화인가에 입성한 도윤은 모든 위험 요소로부터 완수를 지켜내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이 과정에서 도윤과 완수는 알 수 없는 미묘한 감정에 휩싸이게 되고 둘은 결국 입맞춤을 나누며 서로의 마음을 확인한다.
시청자들은 완수가 쇼윈도 부부이기는 하지만 결혼을 한 사람이기 때문에 이걸 불륜으로 바라보기도 했다. 또한 도윤은 자신의 목적을 이루기 위해 화인가에 입성한 건데 왜 이렇게까지 완수를 지키려고 애쓰는 건지 납득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에 정지훈은 "불륜은 절대 아니다. 일종의 동료애였는데 키스는 한 순간의 일탈이었다"고 전했다.
"서로 마음은 끌리지만 절대 선을 넘으면 안 된다고 생각했을 것 같아요. 그래서 나란히 걸으면서 얘기를 나누지도 않죠. 도윤은 처음에 화인가에 입성했을 때 완수가 범인이라고 생각했어요. 저 여자가 이곳의 머리일 거다. 근데 막상 들어와 보니 화인가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완수를 죽이려고 하는 거예요. 이때 도윤은 '이 여자는 왜 이렇게 살지?'라고 생각했을 것 같아요. 그 과정에서 연민이 생겼을 거고 거기서 나온 한 번의 일탈이 키스라고 생각해요."
그렇기에 정지훈 또한 사랑과 연민 두 사이의 텐션을 맞추기가 어려웠다고 설명했다. 처음에는 사랑인 것처럼 보였으나 결국 마지막에서는 서로가 서로를 밀어내는 결말로 막을 내리기 때문이다. 정지훈은 이를 두고 "시청자분들이 자유롭게 생각하도록 하는 열린 결말"이라고 바라봤다.
"도윤이가 1회부터 6회까지는 전혀 웃지 않아요. 근데 완수와 키스를 나누고 나서는 조금 입꼬리가 올라간다든지 변화된 모습을 보여요. 마지막 회 엔딩에서 서로 마주 보며 살짝 웃는데 이야기는 여기서 끝이지만 이를 사랑으로 봐도 되지 않을까 싶긴 해요. 결국에 도윤이가 왜 공항으로 찾아왔겠어요. 완수도 내심 기대를 했을 것 같아요."
정지훈은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각오를 다졌다. 앞으로 배우로서도 가수로서도 모두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고 전했다.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
1998년 가수로 데뷔한 정지훈은 '태양을 피하는 방법' 'La song(라 송)' '깡' 등 다수의 히트곡을 발매하며 많은 사랑을 받았다. 최정상급 솔로 가수로 자리 잡은 정지훈은 작품 활동도 꾸준히 해왔다. 영화 '싸이보그지만 괜찮아', 드라마 '풀하우스' '상두야 학교 가자' 등 다양한 배역으로 연기 스펙트럼을 넓혀왔다.
오랜 기간 음악과 연기 모두 대중에게 큰 사랑을 받아온 만큼 이에 대한 또 다른 욕심도 있을 터다. 하지만 정지훈은 "마음을 내려놓았다. 이제는 무대에 설 수 있고 시청자분들과 작품으로 만날 수 있는 것 자체가 너무 감사하다"고 말해 놀라움을 자아냈다.
"옛날에는 성적과 순위에 되게 연연했어요. 모든 부분에 다 욕심이 많았고 목표한 바를 모두 다 이루고 싶어 했죠. 그게 안 이뤄지면 노력했던 게 너무 억울했던 때도 있었는데 이제는 '그럴 수도 있지'라는 생각이 먼저 들어요. 좋은 사람들과 연기를 할 수 있는 게 너무 감사하고 최선을 다할 수 있는 제가 너무 좋아요. 스스로를 좀 많이 칭찬해 주고 싶은 것 같아요."
그렇지만 그때의 독기가 있었기에 지금의 정지훈이 만들어졌다고 생각한단다. 그는 "이렇게 계속 열심히 하다 보면 또 좋은 성적을 받을 수 있는 날이 오지 않을까. 그때 또 감사히 활동하면 되는 거다. 이제는 욕심부리지 않고 주어진 거에 최선을 다하려고 한다"고 웃으며 말했다.
"힘들었던 때도 많았지만 너무 행복했던 순간들도 정말 많아요. '과연 내가 잘한 걸까?' '그때 내가 이런 선택을 했으면 어떨까?'라는 생각이 들 때도 있지만 그래도 이렇게 연기를 해서 시청자분들을 만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감사해요. 제가 데뷔한 지 20년이 넘었는데 활동하면서 목표를 세워도 다 이룰 수 없다는 걸 깨달았어요. 그래서 이제는 하루하루 행복하게 살고 싶어요. 앞으로 배우로서도 가수로서도 제 바운더리 안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도록 더 열심히 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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