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트홈' 시즌3로 피날레 장식
쉽지 않았던 시즌제…창작자들의 도전 격려 부탁
이응복 감독이 넷플릭스 시리즈 '스위트홈' 관련 인터뷰를 진행했다. /넷플릭스 |
[더팩트ㅣ김샛별 기자] '스위트홈' 시즌1 공개부터 시즌3가 공개되기까지 5년이 걸렸다. 촬영 기간까지 합치면 더 긴 시간이 소요됐을 터다. 이응복 감독은 지난 여정을 돌이키며 "고통스러웠던 작업"이라고 표현했다.
이응복 감독은 최근 서울시 종로구 소격동의 한 카페에서 <더팩트>와 만나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스위트홈' 시즌3를 끝낸 소감과 함께 시리즈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를 전했다.
'스위트홈'은 은둔형 외톨이 고등학생 현수(송강 분)가 가족을 잃고 이사 간 아파트에서 겪는 기괴하고도 충격적인 이야기를 그린 시리즈다. 욕망에서 탄생하는 괴물로 K-크리처물의 시작을 알린 시즌1, 장기화된 괴물화 사태 속에서 살아가는 인간들을 조명하며 세계관을 확장한 시즌2에 이어 시즌3가 지난 19일 넷플릭스를 통해 8부작 전편 공개됐다.
이번 시즌3는 괴물화의 끝이자 신인류의 시작을 비로소 맞이하게 된 세상, 괴물과 인간의 모호한 경계 사이에서 선택의 기로에 놓인 이들의 더 처절하고 절박해진 사투를 그렸다.
지난 2020년 12월 공개된 시즌1 이후 시즌3가 공개되기까지 무려 5년의 시간이 걸렸다. 길었던 여정을 끝낸 이응복 감독으로서는 시원섭섭한 기분이지 않을까 싶었다. 그러나 이응복 감독은 "시원한 건 없다"고 단호히 말했다.
그는 "지금까지 했던 작품들이 모두 중요하긴 했지만 그중에서도 '스위트홈'은 유독 결이 많이 다른 작품이었다. 그래서 부담도 많이 됐고 그만큼 고통스러운 작업이었다"며 "쉽지 않았던 과정을 5년에 걸쳐서 세 개의 작품으로 내놓을 수 있게 된 점은 감사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응복 감독이 넷플릭스 시리즈 '스위트홈'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를 전했다. /넷플릭스 |
시즌3까지 마무리하며 이응복 감독은 '스위트홈'을 통해 전하고 싶었던 의미에 대해서도 짚었다. 그는 "작품의 메시지는 원작의 세계관에서도 나온다. 사람이 아무런 이유 없이 괴물이 되고 고치가 되더니 욕망을 모두 소진한 다음에는 감정이 없는 신인류가 되는 것이 기본적인 세계관"이라며 "이 세계관 안에서 인간은 어떤 길을 선택할 것인지, 내 연인이나 가족, 친구, 이웃이 신인류가 됐을 때는 과연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 싶었다. 나아가 인간성에 대해 다시 되돌아볼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랐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 점에 있어서 이응복 감독이 담고 싶었던 메시지가 다소 잘 드러나지 않았다는 지적도 있었다. 이에 이응복 감독은 "어쩔 수 없는 장르의 룰 같다"며 "나로서는 설명을 충분히 했다고 생각하지만 그 부분이 누군가에게는 부족하게 느껴질 수도 있고 반면 다른 누군가에게는 과한 설명이라고 느껴지는 것 같다"고 바라봤다.
"저희는 미스터리를 유지하려고 했던 전략이었어요. '스위트홈'과 같은 장르물에서는 기본적으로 세계관을 너무 다이렉트하게 보여줘도 시청자들의 상상력을 뺏는다고 생각했어요. 또한 이미 원작으로 잘 알려져 있는 부분이다 보니 저희로서는 한 발 더 물러설 수밖에 없었어요."
사실 '스위트홈'은 시즌1에 비해 시즌2가 혹평을 받았던 시리즈이기도 하다. 앞서 시즌1은 해외 13개국 1위, 70개국 이상 톱10 진입, 한국 시리즈 최초로 미국 넷플릭스 톱10에 오르며 K-크리처물의 탄생을 알린 데다 K-콘텐츠가 전 세계적으로 자리 잡는 데 크게 일조했다.
넷플릭스 시리즈 '스위트홈' 이응복 감독이 세계관 확장과 불가피했던 설정들에 관해 설명했다. /넷플릭스 |
그러나 그린홈을 배경으로 인간과 괴물의 이분법적인 접근을 주로 보여줬던 시즌1과 달리 시즌2는 그린홈을 벗어나 세계관 확장에 나섰다. 공간적 배경이 넓어진다보니 집약성은 다소 희미해질 수밖에 없었고 이는 시즌3까지 이어져 '산만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특히 송강 이진욱 고민시 이시영 등 기존 배우들 외에 진영 유오성 오정세 김무열 김시아 등 다수의 배우들이 시즌2부터 새롭게 합류했다. 문제는 너무 많은 캐릭터가 추가되니 각각의 서사도 얕은 데다 집중도를 흐린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그중에서도 왕호상(현봉식 분), 하니(채원빈 분), 봉선화(윤세아 분), 정예슬(양혜지 분), 베드로(김정우 분)의 등장이 꼭 필요했는가에 대한 의문을 던진 시청자들도 다수였다.
이응복 감독은 "선화나 베드로 등을 처음 기획했을 때는 새로운 그린홈에서 미스터리를 부여하는 설정의 인물이었다. 그런 면에서 역할을 충분히 수행했다고 생각한다. 다만 대단원의 막으로 가는 순간에서 전투 장면이나 극적인 장면이 많다 보니 이들의 역할이나 서사가 다소 의미적으로 빈약하다고 평가를 받은 게 아닐까 싶다"고 추측했다.
"숫자상으로만 따지면 시즌1 때 등장인물들과 비슷해요. 그러나 공간적으로 분리돼 있고 그룹으로 나눠지다 보니 유독 시즌2, 3에 더 많이 출연한다고 여기는 것 같아요."
또한 '확장'을 선택한 이상 새로운 캐릭터의 등장은 불가피했단다. 이응복 감독은 "새 시즌에 들어가기에 앞서 우리에게 주어진 미션은 '반복'과 '변주'의 선택이었다. 시즌1에 등장한 캐릭터를 반복한다면 그것 또한 덫에 빠질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무엇보다 기존 세계관에 기반해 아포칼립스를 구현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주민들이 필요할 수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이응복 감독이 '스위트홈'의 여정을 돌이키며 시즌제의 어려움 등을 털어놨다. /넷플릭스 |
또한 '확장'을 선택한 이상 새로운 캐릭터의 등장은 불가피했단다. 이응복 감독은 "새 시즌에 들어가기에 앞서 우리에게 주어진 미션은 '반복'과 '변주'의 선택이었다. 시즌1에 등장한 캐릭터를 반복한다면 그것 또한 덫에 빠질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무엇보다 기존 세계관에 기반해 아포칼립스를 구현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주민들이 필요할 수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이응복 감독과 '스위트홈'의 본래 목표는 '방송이 되는 것'이었다. 그만큼 쉽지 않았던 제작 과정을 의미하기도 했다. 실제로 이응복 감독은 이날 인터뷰 내내 시즌제와 크리처물 제작에 대한 어려움을 털어놨다. 그는 "한국에서 아포칼립스나 크리처물을 내세워 시즌제를 이어가는 건 힘들다. 가장 먼저 돈과 시간이 많이 들어간다. 산업적인 측면에서 작품은 투자하는 만큼 뽑아내야 하는데 시도와 도전을 감안하고 비용을 투입한다는 게 쉽지 않다. 시간적으로도 오래 걸리는데 그러는 중에 시청자들의 눈높이는 계속해서 높아진다"고 설명했다.
"아포칼립스의 경우 한국에서 배경으로 할 곳이 없어요. 크리처물도 외국은 이미 수십년간 해온 데이터베이스가 있지만 한국에서는 이제 시작하는 단계다 보니 아직 어려움이 많죠. 당연히 초기 비용이 클 수밖에 없고 계속해서 연구와 개발을 해야 하기 때문에 시간도 많이 소요돼요. 그렇지만 이 가능성이 SF물까지 갈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러니 여러 응원이 필요한 것 같아요. 물론 성과적인 부분에서 아직까지도 미흡한 부분이 많을지도 몰라요. 그렇지만 애정 어린 시선으로 쓴소리도 재밌게 해주신다면 힘든 여건에서도 많은 도전과 시도가 나올 수 있지 않을까요. 그런 의미에서 '스위트홈'이 좋은 래퍼런스가 됐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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