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일럿'으로 5년 만에 스크린 복귀
한정우·한정미로 여장·1인 2역 완벽 소화
배우 조정석이 영화 '파일럿' 개봉을 기념해 인터뷰를 진행했다. /잼엔터테인먼트 |
[더팩트|박지윤 기자] 배우 조정석이 5년 만에 관객들과 만난다. 그것도 '믿고 보는' 장르 중 하나인 조정석 표 코미디로 말이다. 이번에도 기대 그 이상의 열연을 펼친 그는 '파일럿'으로 올여름 극장가에서 흥행 이륙 준비를 마쳤다.
조정석은 31일 스크린에 걸리는 영화 '파일럿'(감독 김한결)에서 주인공 한정우로 분해 열연을 펼쳤다. 그는 개봉을 앞둔 지난 18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 있는 카페에서 <더팩트>와 만나 "제가 상상했던 코미디와 장면들이 결과물에 잘 담겼더라고요. 만족하면서 작품을 봤어요"라고 말문을 열며 '파일럿'과 관련된 다양한 이야기를 꺼냈다.
'파일럿'은 942만 명의 관객을 사로잡은 '엑시트'(2019) 이후 5년 만의 조정석 스크린 복귀작으로 관심을 모았다. 또 여장한 그의 파격적인 비주얼이 담긴 예고편은 폭발적인 반응을 이끌며 작품의 흥행을 더욱 기대하게 했다. 이에 조정석은 "(흥행) 부담은 늘 있어요.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는 위치라고 생각하지만 잘 이겨내 보려고요. '엑시트'의 스코어는 엄청난 숫자잖아요. 그렇게 되면 너무 좋겠지만서도"라고 말을 아끼면서 조심스러운 모습을 보였다.
조정석은 잘 나가다가 해고 통지를 받고 위기를 탈출하기 위해 동생 한정미(한선화 분)의 이름을 빌려 파격 변신을 시도하는 파일럿 한정우 역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 /롯데엔터테인먼트 |
작품은 스타 파일럿에서 하루아침에 실직자가 된 한정우가 파격 변신 이후 재취업에 성공하며 벌어지는 코미디를 그린다. '가장 보통의 연애'(2019)로 성공적인 데뷔작을 선보인 김한결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늘 시나리오를 읽을 때의 첫 느낌이 가장 중요하다는 조정석은 "설정 자체가 웃겼어요. 이러한 설정을 많은 분이 공감할 수 있다면 코미디스러운 상황들이 잘 펼쳐질 수 있을 것 같았어요"라고 출연을 결심한 이유를 설명했다.
극 중 한정우는 잘 나가는 스타 파일럿이었으나 순간의 잘못으로 하루아침에 모든 것을 잃은 인물로 위기를 탈출하기 위해 동생 한정미(한선화 분)의 이름을 빌려 파격 변신을 시도한다. 이를 연기한 조정석은 한정우와 한정미 1인 2역을 소화하기 위해 여장으로 파격 변신을 꾀했다. 키토 식단으로 체중 감량을 하고 백여 벌이 넘는 의상을 입어보고 다양한 가발도 써보면서 자신에게 가장 어울리는 스타일을 찾아갔다고.
이렇게 외적 비주얼을 완성한 조정석은 "한정우가 한정미를 연기하는 거잖아요. 제가 그 사람의 입장에 이입하고 그 마음을 진정성 있게 표현하면 작품의 핵심이 되는 설정을 거부감없이 보실 수 있지 않을까라는 자그마한 믿음을 갖고 있었어요"라며 "목소리도 과장하지 않고 자연스러운 제 목소리로 진정성 있게 표현하려고 했죠. 물론 제 목소리에서 가장 높은 음역대를 사용하긴 했지만요"라고 연기 중점을 둔 부분을 설명했다.
그동안 뮤지컬 '헤드윅'을 해왔기에 여장이 어렵거나 부담되지는 않았지만 체력적인 한계는 있었다고 솔직하게 털어놨다. 그는 "이너웨어가 다르니까 불편하더라고요. 또 치마를 입고 힐을 신고 뛰는 장면이 있었는데 다리를 넓게 벌리지 못하니까 힘들었던 기억이 있어요"라고 말했다.
조정석은 '파일럿'에 이어 영화 '행복의 나라'로 또 한 번 관객들과 만날 예정이다. /롯데엔터테인먼트 |
조정석 표 코미디는 그동안 믿고 보는 장르로 통했다. 그리고 그는 탄탄한 연기력 위에 특유의 능청스러우면서도 밝은 매력을 더하면서 이번에도 대중의 믿음에 완벽히 보답한다.
자신을 향한 높은 기대감을 누구보다 잘 느끼고 있는 조정석은 "사실 저는 웃긴 사람이 아니에요. 말도 조금 느리고 그룹 지어서 이야기할 때는 제 말을 끊어먹기도 해요"라면서도 "분명한 건 같이 나오는 동료들과의 합이 극대화된 코미디를 만들어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거든요. 당연히 부담은 되지만 혼자 하는 게 아니라 함께하는 거기 때문에 부담을 덜 수 있는 것 같아요"라고 겸손한 면모를 보여줬다.
그러면서도 과하지도 부족하지도 않게 선을 지키며 코미디 연기를 펼칠 수 있는 비결에 관해서는 "본능적인 느낌인 것 같아요. 어떻게 설명할 수는 없는데 감인 것 같아요"라고 답했다.
이날 인터뷰 내내 동료들과의 합이 중요하다고 강조한 조정석이다. 그렇다면 이번 작품에서 함께 연기한 배우들은 어땠을까.
먼저 그는 한선화를 언급하며 "제가 '술꾼도시여자들'을 재밌게 봤거든요. 이번에 처음 연기를 같이 해봤는데 왜 이제서야 만났을까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에너지도 있고 텐션도 좋고요"라고 각별한 애정을 드러냈다. 이어 "이주명은 '슬기로운 의사생활'에서 정경호의 전 여자 친구로 등장했는데 정말 인상 깊었거든요. 눈여겨 보고 있었는데 이번에 같이 해보니까 역시 다르더라고요. 신승호는 새로운 옷을 입은 듯한 느낌의 역할을 연기했는데 너무 잘 어울리더라고요. 참 잘하는 친구들이죠"라고 덧붙였다.
조정석은 "상상력과 창의적인 발상을 하는 걸 좋아한다"고 '열일' 행보를 이어갈 수 있는 비결을 밝혔다. /잼엔터테인먼트 |
2004년 뮤지컬 '호두까기 인형'으로 데뷔해 올해로 20년 차를 맞이한 조정석이다. 그동안 뮤지컬 '헤드윅' '스프링 어웨이크닝', 영화 '건축학 개론' '관상' '엑시트', 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 '오 나의 귀신님' '질투의 화신' 등 다양한 장르와 캐릭터를 만나 한계 없는 영역 소화력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조정석' 하면 대표적으로 떠오르는 게 코미디지만, 그는 '뺑반'에서 악역으로 활약하는가 하면 지난 3월 종영한 tvN '세작, 매혹된 자들'에서 한없이 강하지만 애처로운 사내이자 임금을 연기하는 등 대중이 정한 이미지에 갇히지 않고 예상을 벗어난 행보를 통해 폭넓은 연기 스펙트럼을 입증했다.
이렇게 쉼 없이 달려온 20년을 되돌아본 조정석은 "누군가 제 이미지를 말하면 보통은 인정하는데 저는 인정하지 않아요. '조정석이 왜 이런 작품을 선택하냐'고 하는데 저는 얌체공처럼 어디로 튈지 모르는 이런 선택을 꾸준히 할 것 같아요"라며 "그 작품에서 제가 최선을 다하고 캐릭터와 잘 동화된다면 또 다른 모습을 보여줄 수 있지 않을까요"라고 소신을 드러냈다.
그의 대답처럼 조정석의 도전은 데뷔 20년 차에도 현재 진행형이다. 8년 만에 '헤드윅'으로 돌아온 그는 공연을 성공적으로 끝냈고 '파일럿'에 이어 8월 14일 '행복의 나라'(감독 추창민)로 또 한 번 관객들과 만날 예정이다. 뿐만 아니라 조정석은 넷플릭스 새 음악 예능프로그램 '신인가수 조정석'을 통해 신인가수 데뷔 프로젝트에도 도전하며 틀에 갇히지 않는 행보를 이어갈 전망이다.
"제 직업에 상상력과 창의적인 발상이 도움 된다고 생각해요. 다행스럽게도 제가 이런 걸 너무 좋아하고요. 음악을 만들어보고 싶고 장면에 어울리는 춤이 막 떠오르기도 하죠. 저는 이런 게 너무 재밌어요. '무엇을 위해 이렇게 열심히 달리고 있는가'를 스스로에게 질문했을 때 상상력과 창의적인 생각을 쏟아내고, 누군가가 이를 보고 즐거움을 느낀다면 이게 저에게 행복을 주는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