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단 대표자 섭외→사전 질문 논란
21일 첫 방송
티빙 새 오리지널 예능프로그램 '야구대표자 : 덕후들의 리그'가 야구팬들에게 혹평을 받고 있다. /티빙 |
[더팩트ㅣ최수빈 기자] '야구대표자'가 아직 방송을 정식적으로 시작하지 않았음에도 잡음에 시달리고 있다. 공 하나에 울고 웃는 야구팬들에게 최적화된 볼거리를 제공하겠다는 각오가 무색할 정도다. 이러한 잡음에서 벗어나고 '찐 야구 덕후'를 위한 토론 프로그램이 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오는 21일 첫 방송되는 티빙 새 오리지널 예능프로그램 '야구대표자 : 덕후들의 리그'(이하 '야구대표자')는 야구 입문자부터 고인물들을 대신해 열 명의 대표자가 구단별 선수, 구장 문화까지 낱낱이 파헤치는 본격 토론 예능프로그램이다.
대표자로는 롯데자이언츠 이대호, 두산 베어스 유희관, LG 트윈스 이종혁, SSG랜더스 지상렬, 삼성 라이온즈 우디, NC 다이노스 김동하, KIA 타이거즈 윤석민, 한화 이글스 매직박, KT 위즈 하승진, 키움 히어로즈 LUN8 준우가 출연한다. 야구팀에 대한 자부심이 넘치는 팬들로 모인 만큼 이들이 어떤 난장 토론을 펼칠지 기대를 모았다.
'야구대표자'는 지난 14일에 프로그램의 취지와 재미를 맛볼 수 있는 0화 영상을 공개했다. 영상에는 본격적인 촬영을 앞두고 대표자 10인이 사전 미팅을 진행하는 모습이 담겼다. 대표자들은 '팀 성적이 곧 내 성적'이라는 마인드로 한 치의 양보 없는 설전을 이어갔다.
한 지붕 두 팀인 두산 베어스와 LG 트윈스 대표자들의 자존심 싸움을 비롯해 현재 KBO 리그 1위 KIA 타이거즈를 향한 타 구단 대표자들의 견제, 그리고 하위권 팀 대표자들의 '막하막하' 경쟁까지 다양한 라이벌 구도로 흥미를 더했다.
그러나 본격적인 토크쇼가 시작되기도 전에 해당 영상만으로 야구팬들 사이에서는 갑론을박이 생기고 있다. '야구대표자'라는 타이틀에 걸맞게 진심으로 야구를 사랑하고 오랜 기간 경기를 지켜봐 온, 야구에 진심인 '대표자'들로 출연진을 꾸려야 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다.
그룹 LUN8 준우가 키움 히어로즈 대표로 '야구대표자'에 출연한다. /방송 화면 캡처 |
그 논란의 시작은 키움 히어로즈다. 0화 영상에 따르면 키움 히어로즈 대표로 나온 LUN8 준우는 작년부터 야구를 알다가 올해부터 야구에 관심을 가져서 팬이 된 새내기다. '어린이 야구 상식' '야구 가이드북' 같은 책으로 공부를 했으며 그중에서 '경기장에 반입을 하면 안 되는 물건들'을 가장 인상 깊은 내용으로 꼽았다.
야구에 입문한 지 얼마 안 된 새내기 팬인 만큼 준우는 자칫 과해질 수 있는 프로그램의 열기를 환기하는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야구대표자'의 부제는 '덕후들의 리그'다. 응원하는 팀에 대한 강한 자부심, 야구에 진심인 각 구단의 대표자들이 나와서 토크하는 프로그램인 만큼 야구에 입문한 지 얼마 안 된 사람이 구단의 대표자로 나오는 게 맞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키움 히어로즈의 오랜 팬이라고 밝힌 20대 여성 A 씨는 "'야구대표자'는 '방구석 감독'과 '구단 대표'가 포인트인 것 같다. 야구에 대해 잘 알고 실제 본인 팀 야구 감독 전략에 비판하며 새로운 전략을 짤 수 있는 사람이 대표자로 출연하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그도 그럴 것이 키움 히어로즈를 제외한 나머지 구단 대표자들은 모두 야구에 진심인 사람들이다. 이대호는 자타가 공인하는 롯데 자이언츠의 프랜차이즈 스타 중 한 명이자 최고의 타자이며 유희관 또한 OB-두산 베어스 좌완 투수 중 통산 승리, 이닝, WAR 1위 기록을 보유 중이다. 윤석민도 KIA가 팀명이 바뀐 후 탄생한 첫 번째 프랜차이즈 스타 투수다.
선수들뿐만 아니라 연예인도 야구에 진심인 사람들이다. 이종혁은 바쁜 스케줄 속에서도 자주 경기장을 찾고 SNS에 인증을 하는 등 LG 트윈스의 대표적인 연예인 팬이다. 지상렬은 초등학교 6학년 때부터 삼미 슈퍼스타즈 어린이 회원이었을 정도로 야구에 진심이다.
우디는 삼성 라이온즈에서 KT 위즈로 이적한 김상수 선수의 동생으로, 그가 이적한 후에도 여전히 삼성 라이온즈를 응원하는 '찐팬'이다. 매직박은 트위치에서 한화 이글스 중계방을 열고 야구를 보는 콘텐츠를 진행할 정도로 야구를 사랑하는 사람이며 김동하는 사전 모임 때 NC 팀을 소개하기 위해 PPT까지 준비해 오는 열정을 보였다. 하승진 또한 황재균 선수와 개인적인 친분이 있고 꾸준히 경기장에 방문하는 등 야구를 진심으로 좋아하는 팬이다.
'야구대표자'가 21일 오후 5시에 첫 방송된다. /방송 화면 캡처 |
이렇듯 각 팀 별로 야구에 진심인 스타들이 모인 가운데 키움 히어로즈는 새내기 야구팬이 팀 대표로 나와 아쉬운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물론 새내기 준우의 활약으로 새로운 분위기가 연출될 수도 있다. 이에 일각에서는 프로그램의 색다른 방향으로 작용될 수도 있다고 바리봤다.
그러나 섭외뿐만 아니라 프로그램의 방향성 자체에도 의문이 생기고 있다. '야구대표자'는 최근 야구계의 핫한 이슈를 비롯해 KBO 최고의 인기 구단, 진기록 구단, 선발투수 구단 등 각 구단의 자존심을 건 주제까지 다양한 이야기들을 펼쳐 야구팬들에게 최적화된 볼거리를 제공하는 프로그램이다.
다만 사전 만남 때 출연진과 제작진 사이에서 나온 질문들이 그러한 방향성과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일례로 KT 위즈 대표 하승진과 이야기를 나눌 때 제작진이 "KT 굿즈만 50% 할인 행사를 하고 있다. 카카오에 파는 인형이 있는데 유일하게 한 개 구단(KT 위즈)만 품절이 안 됐다"며 '악성 재고'를 언급해 논란이 일었다. 야구에 대한 존중이 없는 것 같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야구대표자'는 아직 공식적으로 시작하지 않았다. 오는 21일 공개되는 1화부터는 KBO 리그를 이루는 10개 구단의 선수와 역사 등을 자세히 소개하며 야구를 잘 알지 못하는 사람도 누구나 시청할 수 있도록 쉬운 콘텐츠들이 방송될 예정이다. 첫 시작은 이대호가 소속됐던 롯데 자이언츠다. 이에 '야구대표자'가 공개 전부터 생긴 우려의 목소리를 지우고 진정한 야구팬들의 토론 콘텐츠로 거듭날 수 있을지 이목이 집중된다.
'야구대표자'는 총 10부작으로 21일 오후 5시에 첫 방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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