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한 집념으로 규남을 쫓는 현상 役 맡아 열연
"이종필 감독·이제훈과의 호흡, 안 할 이유 없었다"
배우 구교환이 영화 '탈주' 개봉을 기념해 인터뷰를 진행했다.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
[더팩트|박지윤 기자] 배우 구교환에게 작품은 움직이는 그림일기와 같다. 자신의 필모그래피에 한 줄이 추가됨과 동시에 그 순간을 영원히 추억할 수 있는 것으로 남기 때문이다. 그렇게 '탈주'를 만난 그는 이번에도 특유의 위트로 캐릭터에 숨을 불어넣으며 스크린을 압도했고 소중한 기억을 떠올리고 싶을 때 꺼내볼 수 있는 또 한 편의 그림일기를 완성했다.
구교환은 7월 3일 스크린에 걸리는 영화 '탈주'(감독 이종필)에서 강한 집념으로 규남(이제훈 분)을 쫓는 현상으로 분해 관객들과 만난다. 개봉을 앞둔 지난달 20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 있는 카페에서 <더팩트>와 만난 그는 "작품을 시작했을 때부터 개봉을 향해 달려왔거든요. 개봉은 관객들을 만나는 거니까 완전 설레요"라고 기쁜 마음을 전하며 다양한 이야기를 꺼냈다.
구교환은 규남을 집요하게 쫓는 현상 역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
'탈주'는 내일을 위한 탈주를 시작하는 북한병사 규남과 오늘을 지키기 위한 규남을 쫓는 보위부 장교 현상의 목숨 건 추격전을 그린 작품으로 구교환과 이제훈의 첫 만남으로 관심을 모았다.
이들의 인연은 2021년 청룡영화상 시상식에서 함께 연기하고 싶은 배우로 객석에 앉아 있는 구교환에게 하트를 날린 이제훈의 러브콜로부터 시작됐다. 당시 앉은 자리에서 손하트로 화답했던 구교환은 이날 '탈주'를 선택한 가장 큰 이유로 이종필 감독과 이제훈을 꼽았다.
"두 사람을 오랫동안 지켜봤거든요. 자신이 좋아하는 가수가 어떤 곡을 리메이크하면 어떻게 부를지 예상되잖아요. 이종필 감독이 '탈주'라는 악보를 갖고 노래를 불렀을 때 지금과 같은 형태가 나올 거라고 생각했죠. 또 언제나 제 캐스팅보드에 있는 이제훈과 함께 장면을 만들 수 있는데 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어요. 멀리서 지켜봤을 때와 가까이서 봤을 때가 똑같더라고요. 이게 어렵거든요. 멀리서만 봤던 사람을 가까이서 봤는데 똑같은 매력을 느꼈어요. 가장 놀라운 지점이었죠."
이어 구교환은 두 사람과 함께 크랭크인한 것 자체가 '탈주'의 가장 큰 에피소드라며 "이미 2~3개의 작품을 했던 것처럼 낯설지 않았어요. 첫 촬영 때 포근하더라고요. 그들의 필모그래피를 예전부터 봐왔기 때문에 적응을 잘했던 것 같아요"라고 회상했다.
구교환(위쪽 사진의 오른쪽)은 "이제훈은 언제나 내 캐스팅보드에 있는 배우"라고 각별한 애정을 드러냈다.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
극 중 현상은 자유를 찾아 탈주라는 선택을 한 규남을 한 치의 물러섬 없이 집요하게 쫓는 인물로, 한때 피아니스트를 꿈꿨던 과거의 이야기가 조금 드러나 관객들의 궁금증을 자극한다. 이를 연기한 구교환은 부대를 진두지휘하는 권위적이고 강인한 면모를 드러내면서도 그가 지키고자 하는 오늘의 이면에 감춰진 이야기를 섬세하게 그려내며 캐릭터에 숨을 불어넣는다.
그동안 구교환은 작품을 선택하는 기준으로 '캐릭터나 이야기에 궁금증이 생겨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물론 그에게 '탈주'는 이종필 감독 이제훈과의 호흡이 가장 큰 부분을 차지했지만 현상을 보면서 '왜 이토록 규남의 탈주를 막는가'에 궁금증이 들었고 '등장과 엔딩의 얼굴이 다른 현상'을 마주하면서 강한 끌림을 느꼈다고.
연기하면서 절반 정도의 답을 찾았다는 구교환은 "'너는 군인이 맞지 않는 것 같다' '네 선택이 틀리지 않았음을 증명하라' 등과 같은 대사는 결국 자신에게 하는 이야기거든요. 현상은 다시 피아노가 치고 싶었고 규남을 막아야 자기가 버틸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그런데 규남을 결국 놔주잖아요. 정말 신기한 인물이죠"라고 바라봤다.
이번 작품에서 구교환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던 장면은 규남과 현상의 첫 대면이었다. 두 캐릭터의 과거 회상 장면 없이 긴 서사를 관객들에게 알려줘야 했다는 그는 "마치 고향 형이 오랜만에 만난 동생을 부르는 느낌으로 '규남아'라고 외쳤어요. 그때 분위기가 탁 풀어져야 하는 중요한 장면이었거든요. 그러면서도 현상이 규남에게 벽 같은 걸 만드는 게 중요했어요"라고 캐릭터 구축 과정을 밝혔다.
구교환은 "나에게 필모그래피는 움직이는 그림일기"라고 설명했다.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
또한 '탈주'는 구교환과 이제훈의 첫 만남만큼 구교환과 송강의 호흡에도 많은 관심이 모였다. 송강은 현상의 드러나지 않은 과거를 궁금하게 만드는 인물 선우민으로 깜짝 출연한다. 이종필 감독은 선우민에 관해 "현상 캐릭터의 내면과 갈등 그리고 고민 같은 것들을 짐작게 할 수 있는 과거를 보여주기 위한 인물"이라고 소개했고 이날 구교환은 실제로 자신이 송강에게 느끼고 있는 감정을 현상으로서 선우민에게 투영했다고 설명했다.
"송강은 저에게 나이가 보이지 않는 배우예요. 동생처럼 보일 때도 있고 그 반대일 때도 있죠. 제가 송강에게 느끼고 있는 감정을 그대로 선우민한테 넣었어요. 선우민은 현상에게 꿈같은 존재거든요. 결국 피아노죠. 그래서 연회장에서 다시 선우민을 마주했을 때 이렇게 되어있는 제 모습에 창피함을 느껴요. 과거에 어떤 꿈을 함께 나눴던 사람과 오랜만에 만났을 때 제가 꿈꿨던 대로 달려가고 있으면 다행이지만 멈춰있으면 창피하잖아요. 그런데 현상은 선우민에게 그런 모습을 보여준 거죠."
제작되는 작품의 수 자체가 급격하게 줄어들면서 업계 환경이 어려운 상황이지만 구교환은 꾸준히 새로운 작품으로 대중과 만나고 있다. 지난 4월 공개된 넷플릭스 '기생수: 더 그레이'에 이어 '탈주'로 또 한 번 관객들을 찾고 영화 '부활남'과 '왕을 찾아서' 촬영을 마쳤다. 또한 그가 메가폰을 잡은 장편 영화도 시나리오 수정 작업을 거쳐 올해 크랭크인할 계획이다.
이날 구교환은 업계가 계속 자신을 찾고 있는 것에 관해 "그 이유는 시장에서 찾아야 할 것 같아요. 저는 잘 모르겠어요"라고 솔직한 답변을 내놓으면서도 "전 연기를 좋아하고 현장이 여전히 재밌어요. 또 장면은 추억이고요. 저에게 필모그래피는 그 순간을 기억할 수 있는 움직이는 그림일기 같아요"라고 자신의 일에 대한 각별한 애정을 내비쳤다.
끝으로 그는 "저는 생각보다 입이 무거운 사람이에요. '메기' 같은 느낌인데 기대하지 말아 주세요. 그러면 선물처럼 나타날게요"라고 준비 중인 장편 영화도 언급하며 앞으로도 계속될 '열일' 행보를 기대하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