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 만의 앨범 'All The Way' 20일 발매
나로 시작해 우리의 관계에 대한 이야기
케이윌이 20일 일곱 번째 미니 앨범 'All The Way'를 발매했다. 나로부터 시작해 우리의 관계를 시간의 흐름 순으로 자연스럽게 써내려간 앨범이다. /스타쉽 |
[더팩트 | 정병근 기자] 국내 굴지의 기획사인 스타쉽엔터테인먼트(이하 스타쉽). 1호 가수는 케이윌이다. 2007년 데뷔했으니 준비 기간까지 하면 족히 20년을 함께했다. 스스로도 "시대에 어울리지 않게 한 회사에 너무 오래 있었다"고 말할 정도지만 다 그만한 이유가 있다. 6년 만의 신보를 살펴 보면 그 이유를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다.
케이윌은 지난 20일 일곱 번째 미니 앨범 'All The Way(올 더 웨이)'를 발매했다. 2017년과 2018년 파트 1,2로 나눠 발매한 정규 4집 이후 무려 6년 만의 앨범이다. 케이윌의 압도적인 보컬은 물론이고 17년 음악 내공과 긴 공백기를 거치면서 그가 겪은 감정과 고민들까지 오롯이 담겼다. 한마디로 '이래서 케이윌이다'라고 요약할 수 있다.
플레이리스트에 어떤 곡을 계속 넣어둘지는 듣는 사람들의 몫이지만, 케이윌이 지나온 길을 되짚어 봤을 때 그의 새 앨범을 최소한 한 번쯤은 들어보고 판단할 가치는 충분하다. "고민을 하던 끝에 실마리를 찾아서 '이렇게 하면 재미있겠다'라고 생각했고 곧 확신을 갖게 됐고 앨범이 나왔다"는 케이윌의 담담한 자신감은 그 가치를 높인다.
케이윌은 2007년 3월 정규 1집 '왼쪽 가슴'으로 데뷔했다. 이듬해 'Love 119(러브 일일구)'의 히트를 시작으로 2009년 '눈물이 뚝뚝' '그립고 그립고 그립다'를 지나면서 국내 최정상의 보컬리스트로 자리매김했고 이후 '가슴이 뛴다' '니가 필요해' '이러지마 제발' 등 수많은 메가 히트곡을 탄생시켰다. 이와 함께 스타쉽의 기반도 탄탄해졌다.
스타쉽에서 2010년 걸그룹 씨스타를 론칭하면서 몸집을 키워갔지만 굳건한 뿌리는 단연 케이윌이다. 가요계가 아이돌 중심으로 흘러가기 시작한 이후에도 '오늘부터 1일' 등을 히트시켰고 신드롬을 일으킨 드라마 '태양의 후예'의 OST '말해! 뭐해?'로 전 국민의 마음을 파고들었다. '믿고 듣는 가수'란 수식이 조금도 어색하지 않다.
놀라운 건 그 모든 과정을 스타쉽과 함께했다. 데뷔부터 최전성기, 20대의 나이부터 40대까지를 동행하고 있다. 그리고 지난 6월 또 한 번 재계약 소식을 전했다.
"재계약을 하면서 별 고민은 없었어요. 오히려 처음 재계약(2015년)을 할 때가 더 생각나요. 당시에도 회사를 옮긴다기보다는 혼자 해보고 싶다는 고민이었어요. 그런데 내가 하고 싶은 걸 할 때 회사도 설득하지 못하는데 대중을 설득할 수 있을까 싶었고 그렇다면 스타쉽에서 더 할 게 있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렇게 여기까지 왔어요.(웃음)"
더불어 케이윌은 "선택에 대한 믿음이 있었고 회사가 커갈 거라고 생각했고 그걸 안에서 함께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실제로 그는 2015년 첫 재계약 당시 보이그룹 몬스타엑스의 데뷔, 2020년 2번째 재계약 후 걸그룹 아이브의 데뷔로 스타쉽이 급성장하는 걸 스타쉽 내에서 지켜봤다. 다만 2018년 이후 정작 본인의 앨범은 없었다.
케이윌은 스타쉽과 재계약만 무려 3차례를 하며 무려 17년째 동행하고 있다. 그는 "더 할 게 있겠다고 생각했다"고 첫 재계약 당시를 떠올렸다. /스타쉽 |
"2018년에 앨범을 내고 그동안 열심히 해왔으니 휴식이 필요하겠다 싶던 터였고 해외에서 '몇달 살기' 이런 걸 해볼까 했어요. 그런데 코로나19가 펜데믹이 와서 못 나가게 됐죠. 그때 뮤지컬 초연 제안이 왔고 아코디언이랑 피아노 연주를 해야 해서 연습을 해야 했고 그렇게 지내다 보니 벌써 6년이 흘렀네요."
케이윌이 새 앨범 'All The Way'를 준비하기 시작한 건 2년여 전이다. 꾸준히 그려온 이미지들이나 습작들을 모으는 것으로 시작해 지난해 이맘때 본격적으로 실행에 옮겼다. 사실 싱글을 내려고 했다면 조금 더 가벼운 마음으로 임했을 텐데 앨범이다 보니 확신을 갖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렸다. 그는 "용기를 내야 했다"고 돌아봤다.
"싱글이면 더 재미있게 할 수 있었는데 오히려 회사에서 오랜만인데 앨범이 낫지 않겠냐고 제안을 해줬어요. 규모가 커지면 쉽지 않은 일인데 고마웠어요. 동시에 부담도 더 되니까 결단을 내리고 확신을 갖기가 어려웠어요. 그러다 시대가 빠르게 변하니 어쩌면 피지컬 앨범의 마지막일 수도 있겠다 싶으니까 동기부여가 되더라고요."
스타쉽은 계산기를 두드리기보다 케이윌의 행보를 먼저 고려해 앨범을 제안했고 케이윌은 그에 걸맞은 앨범을 만들기 위해 심혈을 기울였다. 스타쉽과 케이윌의 돈독한 신뢰 관계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고 이는 어쩌면 케이윌이 처음 스타쉽과 재계약을 체결할 당시 '더 할 게 있겠다'고 생각한 이유가 아닐까.
그래서 더 신중했다. 케이윌은 '왜 앨범을 만들어야 하나', '난 무슨 얘기를 해야 하나', '내 감정을 움직이는 게 뭔가'에서 시작했다. 그렇게 찾은 실마리는 '우리의 관계'다.
"우리 모두의 이야기예요. 모두의 관계는 나로부터 시작하니까 첫 곡은 나에 대한 이야기고 이후 관계에서 오는 설렘과 그게 깊어지고 끝났을 때의 안타까움과 슬픔 그리고 혼자가 됐지만 다른 새로운 관계를 향한 설렘으로 끝나요. 어떤 걸 만들고 싶은가에서부터 시작해 어떻게 흘러갈 것인가를 생각하면서 만들었어요."
앨범은 첫 번째 트랙 '말할게'(Prod. 황찬희)를 시작으로 '나와 달리'(Prod. 뮤지) '식탁'(Prod. 다비 & 헤이즈) 'Lonely Together(론리 투게더)'(Prod. 선우정아)를 지나 타이틀곡 '내게 어울릴 이별 노래가 없어'(Prod. 윤상)와 마지막 트랙 'Easy Living(이지 리빙)'에 다다른다. 관계를 쌓고 헤어지고 새롭게 정립되는 그 시간의 흐름으로 트랙 순서를 짰다.
각 곡의 프로듀싱은 다 다른 뮤지션이 했지만 그걸 한 데 빚어낸 건 케이윌이다. 그는 앨범에 담을 이야기와 흐름을 잡은 뒤 각 곡에 맞는 뮤지션들에게 곡을 의뢰했고 같이 의논하며 완성했다. /스타쉽 |
타이틀곡 '내게 어울릴 이별 노래가 없어'는 과장되지 않은 솔직함, 오랜 시간 동안 변치 않는 그의 감성을 제대로 느낄 수 있는 케이윌표 이별 노래다. 윤상 특유의 서정적인 사운드에 작사가 김이나의 이별 감성이 집약됐다. 이를 담백하게 표현한 케이윌의 보컬은 감성을 더 효과적으로 전달한다.
"윤상이라는 분의 곡을 입고 싶었어요. 윤상 선배님과는 관계가 소멸되는 이야기를 담고 싶었어요. 많은 분들이 아실 만한 제 곡들은 메이저 스케일의 곡들이 많은데 윤상 하면 마이너 스케일의 곡들이에요. 선배님이 작업을 하면서 저에게 화려하게 부르던 가수라서 재미있었다고 하시더라고요. 요즘 이런 노래가 없어서 더 재미있더라고요."
각 곡의 프로듀싱은 다 다른 뮤지션이 했지만 그걸 한 데 빚어낸 건 케이윌이다. 앨범에 담을 이야기와 흐름을 잡은 뒤 각 곡에 맞는 뮤지션들에게 곡을 의뢰했고 같이 의논하며 완성했다. 겉으로 확 드러나진 않았지만 케이윌은 회사가 정해준 길이 아닌, 자신의 주도 하에 또 다른 도전을 했고 하고 싶은 걸 했다.
"스타쉽에 처음부터 있던 분들과 얘기하면 순간 울컥도 있고 열심히 해왔구나 싶기도 해요. 후배들을 보면 좀 어려운 건 사실이에요. 절 불편해하면 어쩌나 싶어서요. 책임감도 있어요. 회사에서 어떤 앨범을 만들고 싶냐고 물었을 때 '후배들이 찾아들을 수 있는 앨범이면 좋겠다'고 하는데 그런 책임감과 부담감이요."
그런 마음으로 만든 앨범이니 허투루 나왔을 리 없다. 이 앨범을 일단 한 번 들어봐야 할 또 다른 이유다.
"한때 이런 생각을 했어요. 멋있는 음악을 했다고 생각했는데 좋은 음악은 뭘까. 내가 멋있어 보이고 싶은 음악을 한 건 아니었나. 좋은 음악은 많은 분들이 좋아하는 음악이 아닐까. 그렇다면 많은 사람이 오랫동안 듣는 음악을 만들고 싶다. 그 음악에 내가 담겨야 설득력이 있을 거라고 생각하고 그런 음악을 만들어 나가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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