팝업 스토어에서 체험한 현실과 가상의 경계
"분위기만으로도 '아 이게 에스파'라고 체감"
에스파의 정규 1집 발매를 기념한 팝업 스토어 'Armageddon : The Mystery Circle'이 지난달 28일부터 지난 9일까지 열렸다. /SM엔터 |
걸그룹 에스파(aespa)가 정규 1집 'Armageddon(아마겟돈)'으로 대폭발을 일으켰다. 음원차트 1위를 질주 중인 곡 'Supernova(슈퍼노바)'가 엄청나게 밝은 빛을 내는 '초신성'을 의미하는데 지금의 에스파를 딱 '슈퍼에스파노바'라 할 만하다. 에스파의 음악적 성취와 알고 보면 더 풍성하게 즐길 수 있는 요소들을 짚었다.<편집자 주>
[더팩트 | 정병근 기자] 세계관이 예전만큼 각광받는 시대는 아니지만 서사가 흥미롭고 음악을 비롯해 각종 콘텐츠까지 유기적으로 잘 구현만 한다면 더 풍성하게 즐길거리를 제공하는 건 분명하다. 에스파는 'Armageddon'을 통해 세계관의 가치를 오롯이 증명했다. 그러한 세계관을 바탕으로 한 팝업 스토어도 에스파만의 특별함이 있다.
에스파는 정규 1집 발매 다음날인 지난달 28일부터 지난 9일까지 서울 성수동에 팝업 스토어 'Armageddon : The Mystery Circle(더 미스터리 서클)'을 운영했다. 'Armageddon'의 전반적인 분위기를 전하고자 마련됐고 '슈퍼 빙(Super being)'으로 각성한 멤버들이 자취를 남기고 스쳐 지나간 듯한 느낌의 공간으로 꾸며졌다.
이번 팝업을 담당한 SM엔터테인먼트의 VX Unit은 <더팩트>에 "'Armageddon' 론치 코드 트레일러 영상부터 시작해 타이틀곡인 'Supernova' 'Armageddon'에 이르기까지 유기적으로 연결되는 앨범의 콘셉트를 팝업 공간에 구현해 공간에서 느껴지는 분위기만으로도 '아 이게 에스파구나'라고 체감할 수 있는 경험 공간을 만들고자 했다"고 소개했다.
그래서 <더팩트>가 찾아갔다. 오픈 초창기엔 현장 방문 시 최소 1시간 이상 기다렸다는 후기 글들이 많았다. 취재 차 방문한 지난 4일은 오픈한 지 이미 일주일도 넘었고 화요일 평일인 데다가 햇빛이 쨍쨍한 오후 3시여서 그런지 대기 없이 바로 입장할 수 있었다. 그럼에도 1시간여 시간 동안 방문객이 족히 100명은 넘었다.
아시아권은 물론이고 아랍권까지 여러 국적의 외국인들이 있었고 학생들부터 두 어린 아이와 함께 온 여성 그리고 혼자 온 사람부터 연인까지 다양했다. 공간 자체가 굉장히 넓고 직원이 간단한 설명과 함께 순차적으로 입장시켜 관람 환경이 전반적으로 쾌적했다.
팝업 스토어는 '소행성 충돌로 인한 지구 종말' '선과 악의 세력이 싸우는 최후의 전쟁터' 등을 의미하는 정규 1집 제목 'Armageddon'에 걸맞게 황폐화된 행성을 연상케 했다. 독특한 문양의 써클이 달린 통로를 지나면 난파한 우주선 그리고 그 반대편에 폐기물 더미가 놓여 있고 긴급 뉴스 형식의 수많은 종이가 붙어 있다.
팝업을 담당한 VX Unit은 "공간에서 느껴지는 분위기만으로도 '아 이게 에스파구나'라고 체감할 수 있는 경험 공간을 만들고자 했다"고 소개했다. /정병근 기자 |
통로를 따라 좀 더 들어가면 분위기가 전환된다. 빈티지한 느낌의 공간 테이블 위에 각종 액세서리와 손 모형, 술잔 등이 놓여 있다. VX Unit은 "이 공간은 'Armageddon' 론치 코드 트레일러 영상에서 멤버들이 자취를 남기고 스쳐 지나간 공간을 구현한 것으로 트레일러 영상 속 지젤의 공간을 그대로 연출했다"고 설명했다.
새로운 세계관의 시작을 예고한 'Armageddon' 론치 코드 트레일러 영상은 이번 팝업 스토어에도 많이 반영됐다. 팝업 스토어의 포인트 컬러가 '초록색'인데 해당 영상에서 멤버들이 남기는 빛의 자국들이 바로 '초록색'이다. 새로운 세계관의 메인 컬러이자 에너지와 미래적인 느낌을 주는 '초록색'을 에스파만의 공간과 연결한 것.
또 하나 흥미로운 건 '미래와 과거의 공존'이다. 'Supernova'가 미래 지향적인 사운드와 가사의 곡이지만 Y2K 감성이 포인트로 담긴 것처럼 이번 팝업 스토어도 전체적으로는 디지털이지만 그 안에 아날로그가 있다. 거울로 가득 찬 공간에 놓인 두툼한 CRT 모니터, 레트로 키보드, 카세트 테이프 등이 대표적이다.
VX Unit은 "시공간을 넘나드는 다중우주 세계관인 만큼 미래와 과거의 모습이 뒤섞인 듯한 공간을 표현했다. 특히 에스파만이 보여줄 수 있는 Y2K 세기말 감성을 극대화할 수 있게 하는 연출 장치"라며 "미래적인 공간이지만 과거의 이미지가 남아있는 소품들로 서늘한 공간 무드와도 어울릴 수 있도록 배치했다"고 설명했다.
직접 체험할 수 있는 공간과 이벤트도 있다. 입장할 때 나눠주는 종이 카드가 있는데 멤버들이 숨겨둔 손글씨와 심볼 스티커를 찾아 4개의 심볼 스탬프를 모아 인증하면 'aespa' 로고 풍선을 받을 수 있다. 내가 AI인지 진짜 사람인지를 판별해 볼 수 있는 객체 인식 카메라와 열화상 카메라를 활용한 포토존은 가장 독특한 공간이었다.
팝업 스토어는 디테일한 부분까지 촘촘하게 연결해 에스파의 세계관을 직관적인 느낌으로 전해주는 곳이고 에스파만의 특별함을 온몸으로 체감할 수 있었다. /정병근 기자 |
다중우주를 시각적으로 표현한 공간과 연출은 팝업 스토어 곳곳에 스며 있다. 관람을 할 때 디테일한 부분과 그 의미까지 모두 캐치하긴 어렵다. 다만 소품은 물론이고 각 공간과 그 공간들을 유기적으로 연결해 전체적인 느낌을 선명하게 전달한다. 그래서 모르고 지나갔지만 설명을 듣고 뒤늦게 감탄을 부른 몇몇 포인트를 소개한다.
"어두운 전이공간은 현실과 가상의 경계를 넘는 듯 모호한 분위기로 조성해 또 다른 차원으로 이동하는 듯한 느낌을 연출하고자 했다. 이 공간에 있는 유리창이 정면에서 보는 것과 다르게 측면에서 볼 때 오묘하게 흐릿하게 보이는 점도 몰입감을 극대화하는 연출 포인트 중 하나다."
"거울 공간으로 넘어가기 전 그리드 그래픽과 거울 픽셀이 깨지는 연출의 공간은 다른 차원으로의 전환을 암시하는 장치로 구성했다."
"거울로 가득 찬 공간은 여러 거울 속에 비치는 내가 진짜 현실의 나인지, 평행 세계 속 또 다른 나인지에 대한 혼돈을 표현하고자 했고 객체인식 카메라와 열화상 카메라로 내가 진짜 사람인지 가짜 AI인지 판별하는 장치들을 활용해 이런 혼돈 속에서도 결국 '나는 나만이 정의할 수 있다'는 앨범의 주제를 표현하고자 했다."
다중우주 같은 세계관이 복잡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에스파의 세계관은 알면 더 다채롭게 즐길 수 있는 것이지 알아야 이들의 음악을 즐길 수 있는 건 아니다. 팝업 스토어는 디테일한 부분까지 촘촘하게 연결해 그 세계관을 직관적인 느낌으로 전해주는 곳이고 에스파만의 특별함을 온몸으로 체감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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