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겪는 가족과의 이별을 어떻게 받아들이냐에 관한 이야기
5일 개봉한 '원더랜드'는 죽은 사람을 인공지능으로 복원하는 영상통화 서비스 '원더랜드'를 통해 사랑하는 사람과 다시 만나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
[더팩트|박지윤 기자] 약 4년의 기다림 끝에 드디어 세상에 펼쳐진 '원더랜드'다. 신선한 소재와 화려한 캐스팅 라인업으로 개봉 전부터 기대를 모았던 작품을 마주하고 보니 꽤 무거운 마음을 안고 극장을 나서게 된다. 그리운 사람을 AI로 복원시키는 세상이 머지않아 현실화될 것 같지만 해당 서비스를 과연 부작용 없이 이용할 수 있을지 끊임없이 묻게 되는 이상적이면서도 이상한 영화의 등장이다.
지난 5일 스크린에 걸린 '원더랜드'(감독 김태용)는 죽은 사람을 인공지능으로 복원하는 영상통화 서비스 '원더랜드'를 통해 사랑하는 사람과 다시 만나는 이야기를 그린다.
작품은 어린 딸에게 자신의 죽음을 숨기기 위해 '원더랜드' 서비스를 의뢰한 바이리(탕웨이 분)와 사고로 누워있는 남자친구 태주(박보검 분)를 '원더랜드'에서 우주인으로 복원해 행복한 일상을 나누는 정인(수지 분) 그리고 '원더랜드'의 수석 플래너 해리(정유미 분)와 신입 플래너 현수(최우식 분)의 이야기가 옴니버스 형식으로 펼쳐진다.
탕웨이는 발굴 현장을 누비는 고고학자로 복원된 AI 바이리로 분해 깊은 눈빛으로 인물의 감정을 섬세하게 전달한다.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
죽음을 앞둔 바이리는 남겨진 엄마와 딸을 위해 '원더랜드' 서비스를 신청한다. 발굴 현장을 누비는 고고학자로 복원된 그는 딸과의 영상통화를 통해 친구 같은 엄마가 되려고 노력하지만 갑작스럽게 서비스가 종료되면서 오류가 발생한다. AI 태주는 정인의 의뢰에 따라 완벽한 남자친구로 복원돼 그의 일상에 숨통을 틔워주지만 의식불명 상태에서 기적처럼 깨어난 태주는 정인의 현실에 조금씩 균열을 발생시킨다.
해리는 어린 시절부터 '원더랜드' 서비스로 AI 부모님과 교감해 왔지만 전화를 끊고 나면 왠지 모를 공허함이 늘 그를 감싸고 현수는 의뢰받은 서비스에서 뜻밖의 비밀을 마주하게 된다. 여기에 하나뿐인 가족이자 사고로 목숨을 잃은 손자(탕준상 분)의 복원을 신청한 할머니(성병숙 분)가 AI 손자를 위해 현실의 삶을 희생하고 죽음을 앞두고 '원더랜드'에서의 또 다른 죽음을 앞두고 '원더랜드'에서의 또 다른 삶을 준비하는 용식(최무성 분)의 이야기도 곁다리로 펼쳐진다.
옴니버스 형식 특성상 출연 배우들의 분량이 적을 수밖에 없지만 그럼에도 배우들은 제 몫을 충분히 해내며 영화를 꽉 채운다. 탕웨이는 깊은 눈빛만으로 학습하는 AI 바이리의 감정을 관객들에게 고스란히 전달한다. 또한 니나 파우(바이리 엄마 역)와 여가원(바이리 딸 지아 역)의 열연이 더해져 관객들의 눈물샘을 자극한다.
수지(위쪽 사진의 왼쪽)와 박보검은 각각 정인과 태주로 분해 애틋한 '케미'를 보여준다.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
수지와 박보검은 연기력과 '케미'로 촘촘하게 짜이지 않은 정인과 태주의 서사를 채운다. 두 사람은 극 중 과거 사랑스러운 연인의 모습으로 설렘을 유발하다가도 '원더랜드' 세계와 현실 사이에서 일어나는 마음의 균열을 섬세하고 세밀하게 그려내며 다양한 얼굴을 꺼낸다. 특히 박보검은 밝고 따뜻하게 설계된 인공지능부터 모든 것이 낯설고 혼란스러워 움츠러든 현실의 태주까지 한 인물이 가진 전혀 다른 면모를 드러내며 폭넓은 연기 스펙트럼을 입증한다.
메가폰을 잡은 김태용 감독은 삶과 죽음 사이에 누구나 겪는 가족과의 이별이 주는 슬픔 그리움 혼란스러움 등 여러 감정을 가상의 영상통화 서비스를 통해 위로받고 극복해 나가는 과정을 따뜻한 시선으로 풀어낸다.
이 가운데 개봉 시기가 늦어지면서 신선한 소재가 낯설지 않게 느껴지게 됐고 우리의 삶에 녹아들고 있는 AI에 관해 깊이 생각해 보게 된다. AI가 인간을 어디까지 대체할 수 있는지 또 AI와 공존할 앞으로의 현실까지 말이다. 엔딩 크레딧이 올라감과 동시에 스스로에게 "'원더랜드'에 접속하시겠습니까?"라는 질문을 던지는 '원더랜드'다. 12세 이상 관람가이며 러닝타임은 113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