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 환경 변화로 라디오 영향력 줄어
MBC 표준FM '싱글벙글쇼'의 폐지 소식과 SBS 파워FM '최화정의 파워타임' DJ 교체 소식이 지난 17일 전해졌다. /MBC, SBS |
[더팩트 | 공미나 기자] 장수 라디오 프로그램들에 큰 변화가 찾아왔다. 50년 넘게 이어진 프로그램이 폐지되는가 하면 20여 년간 함께 해 온 DJ가 교체되는 등 청취자들에게 아쉬운 소식이 연이어 전해지고 있다.
51년 간 명맥을 이어온 MBC 표준FM '싱글벙글쇼'가 6월 2일 방송을 마지막으로 문을 닫는다. 이 자리는 6월 3일부터 하정민 PD가 연출하는 '트로트 라디오'가 채운다. DJ는 MBN '불타는 트롯맨'에서 우승을 차지한 가수 손태진이 맡는다. 이번 '싱글벙글쇼' 폐지는 라디오 봄 개편의 일환이라는 것이 MBC의 설명이다.
1973년 6월 4일 방송을 시작한 '싱글벙글쇼'는 현존 최장수 라디오 프로그램이었다. 故 허참, 故 송해, 故 박일, 송도순 등이 쟁쟁한 방송인들이 역대 DJ로 활약했다. 강석과 김혜영은 각각 36년, 33년 동안 프로그램을 이끌며 최장수 단일 프로그램 진행자라는 타이틀을 얻었다. 2022년 9월 26일부는 신지와 이윤석이 DJ를 맡아왔다.
지난 17일 SBS 파워FM '최화정의 파워타임'(이하 '최파타')도 27년간 DJ로 활약해 온 최화정의 하차를 알렸다. 최화정은 파워FM 개국과 함께 '최파타' DJ로 활약하며 채널의 역사를 함께 했다. 최화정은 이날 방송에서 "이달 말까지 방송을 하기로 결정했다. 지금이 잘 마무리할 수 있는 시기라고 생각했다"며 눈물로 하차 소식을 전했다. 후임 DJ는 정해지지 않았다. 대신 다음 달 3일부터 뮤지컬 배우 김호영이 스페셜 DJ로서 한 달간 진행을 맡는다.
이에 앞서 지난 3월 SBS 파워FM '아름다운 이 아침, 김창완입니다'를 진행해 온 가수 겸 배우 김창완도 약 23년 만에 청취자들과 작별했다. 2000년 10월 2일부터 프로그램을 진행해 온 김창완은 마지막 생방송에서 라이브 무대를 선보이며 눈물을 흘렸다. 현재 이 프로그램은 배우 봉태규가 이어받아 '아름다운 이 아침, 봉태규입니다'로 지난 3월 18일 방송을 시작했다.
SBS 파워FM '아름다운 이 아침'도 23년 만에 DJ를 김창완(사진)에서 봉태규로 교체했다. /SBS |
이처럼 최근 장수 라디오 프로그램이 폐지나 DJ 교체 등 여러 변화가 맞이하고 있는 상황.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미디어 환경의 변화로 라디오에 대한 관심이 줄어들며 방송사들이 장수 프로그램 개편이라는 카드를 꺼내 든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다양한 방송통신서비스가 등장하며 전통적 방식의 라디오 이용률은 지속해서 하락 중이다. 방송통신위원회가 발표하는 '방송매체 이용행태 조사'에 따르면 최근 일주일 이내 라디오 프로그램 청취 여부는 2010년 30.7%에서 2023년 19.7%로 크게 줄었다.
이에 따라 라디오 시장 규모도 빠르게 축소했다. 지상파라디오진흥자문위원회가 2020년 7월 발표한 '라디오 방송 진흥을 위한 정책건의서'에 따르면 라디오 시장 규모는 2010년 3373억 원에서 2019년 2933억 원으로 13% 감소했다. 전체 방송 매체 중 가장 큰 감소세였다.
한 방송 관계자는 "수익성 악화에 시달리는 방송사들 입장에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겠지만, 오랜 시간 청취자들과 교감해온 장수 프로그램에도 손을 대는 현실이 씁쓸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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