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로트 팬 맹목적?+민폐+법 추진…김호중 후폭풍[TF초점]
입력: 2024.05.29 07:00 / 수정: 2024.05.29 07:00

트로트 팬 향한 부정적 시선
소속사 폐업 수순에 소속 연예인들은?
사후 음주 방지법 필요성 대두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도주치상과 위험운전 치상 등 혐의를 받는 가수 김호중이 24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박헌우 기자(현장풀)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도주치상과 위험운전 치상 등 혐의를 받는 가수 김호중이 24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박헌우 기자(현장풀)

[더팩트 | 정병근 기자] 음주 뺑소니로 논란이 된 김호중과 그걸 덮으려던 소속사가 큰 파장을 일으켰다. 그들은 구속됐지만 그 후폭풍이 거세다.

김호중이 지난 9일 운전을 하다 택시를 들이받은 지 15일 만인 24일 구속됐다. 소속사 생각엔터테인먼트(이하 생각엔터)는 사고 후 뺑소니를 '공황장애'로 인한 것이라 둘러대고 "술은 마시지 않았다"고 수차례 강조했으나 음주 정황과 증거들이 나왔다. 그는 위험운전치상·도주치상, 범인도피교사 등의 혐의로 철창 신세를 지게 됐다.

2주 넘는 시간 동안 이어진 김호중 측의 거짓과 진실을 밝히려는 이들의 술레잡기는 그렇게 일단락됐다. 그러나 '김호중 사태'의 후폭풍이 만만치 않다. 김호중을 끝까지 감싸는 팬들로 인해 장년층이 많은 트로트 팬들은 맹목적이라는 부정적인 시선이 덧씌워졌고 소속사가 폐업 수순에 돌입하며 소속 연예인들은 졸지에 둥지를 잃었다.

김호중의 음주 뺑소니 정황이 계속해서 쏟아지는 중에도 팬들은 무조건적으로 김호중을 감쌌다. 그때만 해도 정황들 뿐이니 이해가 안 되는 것도 아니었다. 그러나 김호중이 음주를 시인하며 거짓말로 일관해왔다는 게 드러났고 바꿔치기 의혹까지 나오는데도 '사람이 실수할 수도 있다'거나 '김호중에게만 가혹하다'는 반응이었다.

김호중이 구속된 뒤에는 심지어 '정치권 이슈를 은폐하기 위한 용도가 아니었기를 바란다'며 음모론까지 제기하고 있다. 김호중은 잘못을 저지른 뒤 강행한 콘서트에서 "모든 결과가 나오면 이곳 집으로 돌아오겠다"고 말했는데, 이런 팬들이 있으니 돌아올 궁리부터 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그 가수에 그 팬'이란 말도 나오고 '비뚤어진 팬심', '맹목적인 팬심' 등 비판이 쏟아진다. 문제는 이러한 부정적인 시선이 김호중 팬들에게서 끝나지 않고 트로트 팬들 전체로까지 향하고 있다는 점이다.

트로트 팬들은 맹목적이라는 시선은 이미 전부터 있었다. 김호중이 '미스터트롯' 후 각종 논란이 불거졌을 때, 그리고 황영웅이 '학폭'을 비롯해 상해 전과 그리고 데이트 폭력으로 논란이 돼 '불타는 트롯맨'에서 하차했을 때도 팬들의 절대적 지지가 있었다. 여기에 김호중의 이번 '큰 사건'마저 팬들이 감싸면서 방점을 찍었다.

가수 김호중 사건 이후 대검찰청은 음주 뺑소니 후 추가 음주를 하는 행위를 음주 측정 거부죄와 동일하게 처벌하는 입법안을 법무부에 건의했다. /서예원 기자
가수 김호중 사건 이후 대검찰청은 음주 뺑소니 후 추가 음주를 하는 행위를 음주 측정 거부죄와 동일하게 처벌하는 입법안을 법무부에 건의했다. /서예원 기자

김호중 사태는 동료 연예인들에도 큰 피해를 줬다. 생각엔터는 사건 관련 임직원 전원 퇴사 및 대표이사직 변경을 결정하면서 "향후 매니지먼트 사업의 지속 여부에 대해 검토하고 있다"고 알렸다. 그룹 TAN, 배우 손호준과 김광규, 개그맨 허경환, 가수 홍지윤 안성훈 등 소속됐던 많은 이들은 체계적인 지원을 받기 어려워졌다.

생각엔터는 "소속 아티스트의 의견을 최우선으로 해 협의 시 어떠한 조건도 없이 전속 계약을 종료할 생각"이라고 했다. 이 회사를 믿고 계약했던 이들은 하루아침에 다른 회사를 알아보거나 아니면 이미지가 바닥에 떨어진 회사에 남아야 하는 상황에 내몰렸다.

생각엔터는 향후 발생할 수익금을 미리 받는 '선수금'을 지난해 약 126억 원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돈은 대부분 투자로 쓰여졌을 것으로 보인다. 이 회사 최대 매출원은 김호중이다. 생각엔터가 비난 속에도 김호중의 콘서트를 강행한 것이 이 '선수금'을 갚기 위해서라는 지적이 나온다. 욕은 더 먹었지만 최악은 피한 셈이다.

'김호중 사태'가 촉발한 긍정적인 면도 있다. 대검찰청이 음주 뺑소니 후 추가 음주를 하는 행위를 '음주 측정 거부죄'와 동일하게 처벌하는 입법안을 지난 20일 법무부에 건의한 것. 일명 '김호중 방지법'이다. 음주 측정 거부 시 1년 이상 5년 이하 징역 또는 500만원 이상 2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김호중은 음주 뺑소니를 한 뒤 매니저가 대신 자수한 사이 경기도 구리의 한 호텔로 이동하면서 편의점에서 캔맥주를 구매했다. 이를 두고 향후 혹시 모를 음주 측정에 대비해 추가 음주를 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술타기' 효과인지 김호중은 대한 구속영장 청구에서 음주 운전 혐의는 빠졌다.

사후 음주로 음주 시점과 측정 수치를 불분명하게 해 법망을 빠져나가는 일들은 이미 여러 보도들을 통해서 알려진 사실인데 대응책은 딱히 없어 음주 운전자들의 매누얼이 돼버렸다. 그런데 이번에 김호중이 제대로 경각심을 심어주면서 관련 법의 필요성이 대두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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