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을 즐기는 A to Z③] 시각·청각 넘어 후각…대중화된 향기마케팅
입력: 2024.05.29 00:00 / 수정: 2024.05.29 00:00

콘서트·뮤지컬, 콘셉트에 맞는 '시그니처 향기' 개발에 집중
"코로나19 이후 향의 관심도·호감도 증가"…향기 제품 매출 증가


. /롯데컬쳐웍스
. /롯데컬쳐웍스

요즘 K-POP 콘서트와 뮤지컬은 색다른 MD와 체험 콘텐츠를 제공하는 것은 물론 콘셉트에 맞는 시그니처 향기를 개발해 관객들과 특별한 유대감을 쌓는 등 신선한 마케팅으로 관객을 사로잡고 있다. <더팩트>가 최근 공연계에 '핫'하게 떠오른 공연 현장을 직접 찾아 어느덧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은 '공연을 즐기는 색다른 방법'을 살펴봤다. <편집자 주>

[더팩트|박지윤 기자] "이 향기 뭐야?". 관객들은 콘서트장이나 극장을 나서면서 서로에게 묻는다. 이들은 코로나19를 거치면서 보편적으로 자리 잡은 향기마케팅을 통해 시각과 청각을 넘어 후각으로도 공연을 관람하는 중이다.

코로나19 동안 야외 활동은 줄어들고 실내에 머무는 시간이 증가했다. 이에 색조 화장품의 매출은 감소했고 향에 관심을 갖는 대중이 늘기 시작했다. 실제로 최근 하나금융경영연구소가 발간한 향기 시장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아시아·태평양 지역 향료 시장 규모는 2028년 약 3조 6200억 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2020년 해당 시장 규모가 2조 2600억 원인 점을 고려하면 향료 시장의 엄청난 성장세를 체감할 수 있다.

이렇게 대중이 과거보다 많은 향을 접하게 되면서 '나만의 향'을 만드는 것에 시간과 비용을 적극적으로 투자하고 있는 만큼, 공연 업계도 각자의 시그니처 향을 개발한 향기 마케팅을 적극 활용하고 있는 분위기다.

K-POP 아티스트는 팬들이 향기로 공연을 오래도록 기억할 수 있는 프루스트 효과를 이용한 마케팅을 기획하고 있다. /향 디자인 브랜드 센토리, 조향사 희라 SNS 캡처
K-POP 아티스트는 팬들이 향기로 공연을 오래도록 기억할 수 있는 프루스트 효과를 이용한 마케팅을 기획하고 있다. /향 디자인 브랜드 센토리, 조향사 희라 SNS 캡처

먼저 소녀시대 태연은 2018년부터 콘서트를 개최할 때마다 프루스트 효과를 이용한 마케팅을 기획해 왔다. 특히 "향기로 기억할 수 있는 공연이 됐으면 한다"고 바람을 드러냈던 그는 무대와 객석 곳곳에 발향 장치를 설치해 조향사와 직접 만든 향기를 뿌렸다.

또한 태연은 2022년 세 번째 정규 앨범 발매를 앞두고 전시 'INVU : THE EXHIBIT(아이앤비유 : 디 이그지빗)'를 개최했고 당시 신보 콘셉트와 어울리는 향기로 전시장을 가득 채워 팬들 사이에서 화제를 모았다. 이렇게 향기로 팬들과 유대감을 형성해 온 그는 이를 지속적으로 기억할 수 있도록 향수와 룸스프레이 형식으로 된 굿즈를 판매했다.

이렇게 태연을 시작으로 특별한 향기를 공연장에 분사하는 아티스트들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 최근 단독 콘서트를 개최한 NCT DREAM은 마지막 곡에서 오랫동안 공연이 기억됐으면 하는 마음을 담아 멤버들이 직접 선택한 향을 분사했고, 빅스 켄은 데뷔 첫 단독 팬 콘서트를 봄 웨딩 콘셉트로 꾸미면서 공간 조향에 각별히 신경을 써 이목을 집중시켰다.

뮤지컬도 공연의 전반적인 콘셉트와 분위기에 어울리는 향기를 만들어 관객들에게 선보이고 있다. '헤드윅'은 극 중 헤드윅이 공연했을 것만 같은 오래된 펍(PUB) 느낌을 살려 공연장에 들어섬과 동시에 작품에 스며들 수 있도록 시나몬 우디향을 포함한 신선하고도 깊이 있고 따뜻한 조합의 향기를 로비에 발향하고 있고 테마의 향기를 직접 만들어볼 수 있는 조향 클래스도 진행했다.

특히 이번 '헤드윅'의 조향 클래스는 오픈과 동시에 빠르게 예약 마감이 되며 관객들의 높은 참여도를 입증했다. 이와 관련해 향기마케팅 업계 관계자는 "몇 방울을 떨어뜨리냐에 따라서 각기 다른 향이 나온다. 이렇게 나만의 향수를 만들 수 있다는 점에서 고객들의 호응도와 만족도가 높은 편"이라고 밝혔다.

향기 마케팅 업계 관계자는 야외는 제약이 있지만 장소와 공간의 구애를 받지 않는 만큼 더욱 다양한 공간에서 진행될 예정이라고 전했다. /롯데컬쳐웍스
향기 마케팅 업계 관계자는 "야외는 제약이 있지만 장소와 공간의 구애를 받지 않는 만큼 더욱 다양한 공간에서 진행될 예정"이라고 전했다. /롯데컬쳐웍스

이렇게 프루스트 효과를 이용한 향기 마케팅이 떠오르고 있지만 향은 호불호가 강하게 나뉘는 영역이다. 그렇기에 공연장을 방문하는 모든 관객의 취향을 사로잡을 수 있는 향을 찾는 것이 매우 어려운 일일뿐더러 자칫 불쾌함을 안겨줄 수 있는 가능성이 있기에 신중을 가해야만 한다.

다만 콘서트와 뮤지컬의 주 관람객이 향기에도 관심을 갖고 있는 20~30대인 만큼 향에 관한 호불호가 심한 편은 아니라는 게 관계자의 설명이다. 그는 "코로나19를 거치면서 대중이 향에 관심이 많아졌다"며 "특히 향의 세계에 입문하면 자신이 좋아하는 향을 시작으로 다른 제형이나 향수 등으로 관심을 넓히다 보니 선호도가 높아지고 향기 관련 제품 매출 파이도 커졌다"고 밝혔다.

작품에 어울리는 향의 콘셉트를 정하고 공간에 발향하기까지 약 3~4주가 소요된다. 공연이나 상품 그리고 브랜드와 어울리는 시그니처 향을 개발한 뒤 공연장의 면적부터 유동 인구의 규모와 바람의 흐름까지 파악한 후 향기를 공간에 발향시키는 전문 기기를 설치하는 과정을 거친다.

관계자는 "공연의 콘셉트 및 테마와 가장 잘 어울리는 향기를 선별하고 블라인드 투표를 통해 최종 후보를 선정한다. 이어 공연장에서 현장 발향 테스트를 진행하고 지속 시간 및 분사량을 조정해 관객들에게 릴리즈한다"며 "이후 최종 분사량을 재조정해 현장 반응과 함께 체크한다"고 과정을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끝으로 또 다른 관계자는 "과거 향기 마케팅이라고 하면 악취나 좋지 않는 냄새를 제거하기 위해 사용됐다면 이제는 장소부터 브랜드와 기업까지 자신들의 제품을 홍보할 수 있는 효과적인 마케팅 수단으로 바뀌었다"며 "야외는 제약이 있지만 장소와 공간의 구애를 받지 않는 만큼 더욱 다양한 공간에서 진행될 예정"이라고 향기마케팅의 지속가능성을 내다봤다.<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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