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석, 특별출연으로 강동원과 '흑백 대비' 완성…29일 개봉
배우 강동원이 영화 '설계자'로 돌아온다. /서예원 기자 |
[더팩트|박지윤 기자] 배우 강동원이 필모그래피 사상 가장 차갑고 건조한 인물 '설계자'로 돌아왔다. 낮은 음성과 날카로운 눈빛을 장착한 흑미남으로 변신한 그가 관객들을 사로잡을 수 있을지 이목이 집중된다.
영화 '설계자'(감독 이요섭)의 언론·배급시사회 및 기자간담회가 23일 오후 롯데시네마 월드타워점에서 열렸다. 현장에는 이요섭 감독을 비롯해 배우 강동원 이무생 이미숙 이현욱 탕준상이 참석해 질의응답에 임했다.
작품은 의뢰받은 청부 살인을 완벽한 사고사로 조작하는 설계자 영일(강동원 분)이 예기치 못한 사건에 휘말리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먼저 이요섭 감독은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사람들이 진실 하나쯤 알고 싶은 게 있을 텐데 이에 도달할 수 없을 때 힘들고 무기력함을 느낄 것 같았다"며 "유튜브나 매체를 통해서 수많은 정보가 나오고 이 안에서 진실을 스스로 선택해야 되는데 이를 장르적으로 다르게 그리고 싶었다. 범인과 범인이 아닌 구도가 아닌, 진실을 찾고자 하는 주인공의 혼란과 혼돈을 표현해 보고 싶었다"고 기획 의도를 밝혔다.
강동원은 사고사를 계획하는 영일로 분해 열연을 펼친다. /서예원 기자 |
강동원은 한 치의 오차없이 완벽하게 사고사를 계획하는 영일로 분해 많은 대사보다는 눈빛과 표정으로 인물의 고독하면서도 냉정한 면모를 섬세하게 그려낸다.
먼저 강동원은 "스무 번 넘게 영화를 찍었고 많은 시간 동안 연기했지만 경직되는 순간이 있다. 이는 제가 숨 쉬는 걸 까먹고 있거나 정확한 대사를 머릿속으로 읽고 있지 않을 때였다"며 "그래서 정말 기본적이지만 가끔 까먹는 기본에 충실하려고 했다. 정확한 대사를 잊지 말고 생각하고 숨쉬는 걸 잊지 말자고 생각했다"고 중점을 둔 부분을 밝혔다.
극 중 영일은 자신처럼 사고사를 계획하는 또 다른 조직 청소부가 있다고 믿고 누군가가 자신을 죽이려 한다고 생각하면서 진실을 파헤치려고 한다. 이를 연기한 강동원은 "어느 정도의 판타지 세계관이 있고 이러한 배경이 기본적으로 소개되기 때문에 '영일은 이런 인물일 거야'라고 생각하면서 연기했다"며 "청소부는 외계인 같은 존재라고 생각했다. 누구도 제대로 본 적은 없지만 과학적으로 생각하면 있을 수 있지 않을까라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강동원의 열연을 가장 가까이서 지켜본 이요섭 감독은 "카메라 렌즈를 통해 배우를 보는데 강동원을 모니터 화면으로 보면서 '어떻게 카메라에 찰싹 붙어 있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불가사의한 체험이었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6년 만에 스크린으로 돌아온 이미숙은 "늘 즐겁고 새롭다"고 소감을 전했다. /서예원 기자 |
이미숙은 경험만큼 변수도 많은 베테랑 재키 역을 맡아 6년 만에 스크린에 복귀한다. 최근 tvN 최고 시청률을 경신하며 유종의 미를 거둔 '눈물의 여왕'에서 묵직한 존재감을 발산했던 그는 '설계자'에서 색다른 변신을 꾀할 예정이다.
이날 이미숙은 "영화는 동경의 대상이지만 단시간에 캐릭터를 다 보여줘야되는 작업은 가장 힘들다. 재키가 일을 하면서 기억상실로 인해 기억이 왔다 갔다 하는 부분들을 고민하면서 연기했는데 늘 연기는 하고 나면 '저기서 왜 저렇게 했지?'라는 의문이 들면서 후회하는 것 같다. 그럼에도 늘 즐겁고 새롭다"고 오랜만에 스크린으로 돌아온 소감을 전했다.
그런가 하면 이종석은 특별출연으로 작품에 힘을 보태 눈길을 끌었다. 이에 이요섭 감독은 "강동원의 어두운 이미지가 흑미남이라면 백미남이 필요했다. 두 배우가 앉아 있을 때 흑과 백의 대비가 보고 싶어서 이종석에게 간절하게 부탁했다"며 "두 사람이 함께 앉아 있는 걸 담을 수 있는 영광을 누렸다"고 소회를 밝혔다.
배우 이무생과 탕준상, 이현욱, 정은채, 이미숙, 강동원(왼쪽부터)이 23일 오후 서울 송파구 롯데시네마 월드타워에서 열린 영화 '설계자' 언론배급시사회 및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서예원 기자 |
이현욱은 위장전문가 월천으로, 탕준상은 막내 점만으로, 이무생은 영일의 의뢰인과 접촉하는 보험 전문가 이치현으로 분해 극의 몰입도를 높인다.
특히 이현욱은 여장을 소화하며 지금껏 보여준 적 없는 새로운 얼굴을 꺼낸다. 그는 "현장에서 동료들의 장난스러운 시선이 외로웠다"고 솔직하게 털어놓으면서도 "보는 분들이 이질감이 들거나 불편함을 느끼지 않도록 신경 쓰면서 준비했다. 다른 성별을 연기할 때 희화화되는 걸 지양했고 조심스럽게 작업했다"고 회상했다.
이어 이현욱은 함께 연기 호흡을 맞춘 강동원을 바라보며 "차가운 참치캔 같은 형이었다"고 너스레를 떨면서도 "제가 스타킹을 신고 나오는데 탕준상은 감촉이 좋다며 만지는 일도 있었다. 또 제가 이미숙 선배에게 언니라고 부르면서 촬영하기도 했다. 이런 추억이 많아서 화기애애하게 잘 찍었다"고 남다른 팀워크를 자랑했다.
이를 들은 탕준상은 "촬영 장소가 세트이기는 했지만 협소하다 보니 촬영 전 리허설을 많이 했다. 동시적으로 대사를 치는 부분도 많아서 미리 준비를 한 다음에 촬영을 들어갔다"며 "이 모든 과정이 원테이크로 호흡을 한 번에 맞춰서 가는 모습을 보면서 '잘 맞는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덧붙였다.
배우 이무생 탕준상 이현욱 이요섭 감독 정은채 이미숙 강동원(왼쪽부터)이 뭉친 '설계자'는 29일 개봉한다. /서예원 기자 |
자신과 가까운 사람의 살인을 의뢰하는 주영선을 연기한 정은채는 "우리가 미디어를 통해 볼 수 있는 유명 인사들을 찾아보면서 이들이 많은 눈과 카메라 앞에서 어떤 태도로 서 있는지 유심히 봤다"고 캐릭터 구축 과정을 밝혔다.
여기에 김홍파는 타겟이 되는 검찰총장 후보 주성직 역을, 김신록은 영일이 조작하는 사고를 파헤치며 진실에 다가가는 형사 양경진 역을, 이동휘는 자극적 이슈를 끊임없이 만드는 사이버 렉카 하우저 역을 맡아 극을 더욱 풍성하게 만든다.
끝으로 정은채는 "어느 캐릭터의 시선으로 보느냐에 따라서 해석이 달라질 수 있는 작품"이라고, 이미숙은 "한국 영화가 어려운데 다양한 영화가 나오길 바란다. 다양한 영화 속에서 다양한 배우가 활약하길 바란다"고, 강동원은 "오랜만에 신선한 영화를 찍어볼 수 있겠구나라는 생각에 작품에 참여했다. 제가 처음 시나리오를 읽었을 때의 감정을 공유하고 싶다"고 많은 관람을 독려했다.
'설계자'는 오는 29일 개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