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불황 속 절약·재테크 관심 높아져…예능도 이 같은 트렌드 반영
경기 불황이 지속되며 '짠남자'(왼쪽) '하이엔드 소금쟁이' 등 절약을 소재로 한 예능들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MBC, KBS |
[더팩트 | 공미나 기자] '욜로(YOLO)'와 '플렉스(FLEX)'는 이제 옛말이다. 저성장, 고금리, 고물가 시대에 '짠테크('짠내'와 '재테크'의 합성어)' 열풍이 불기 시작했다.
지난해부터 MZ세대 사이에서 인기를 끌던 일명 '거지방(절약방)'은 그 열풍의 대표적인 예다. '거지방'이란 사람들이 소비·지출 내역을 공유하며 서로의 절약을 유도하기 위해 모인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을 의미한다. 이처럼 사람들의 소비가 위축되며 절약을 소재로 한 예능들도 다시 TV를 채우고 있다.
지난 7일 MBC 예능 파일럿 '짠남자'는 연예계 대표 짠돌이 김종국을 필두로 절약 정신을 갖춘 패널이 타인의 집을 찾아가 소비 습관을 파헤치는 프로그램이다. 방송인 장도연 사유리 임우일과 배우 이준 민진웅 등이 함께 출연한다. 제작진은 "기존 관찰 예능과 사뭇 다르게 오직 '소비'에 집중해 본격 잔소리 판이 벌어지는 점이 특징"이라고 프로그램을 소개했다.
첫 회에는 유튜버 랄랄과 그룹 미래소년 멤버 손동표가 게스트로 출연했다. 이날 김종국은 1800만 원짜리 쇼파를 산 유튜버 랄랄을 보고 "비현실적이다"라고 기겁하는가 하면, 물티슈를 3장씩 뽑아 쓰는 손동표에게 "누가 그렇게 (낭비하며) 사느냐"고 호통을 치기도 한다.
패널들은 다양한 절약 팁도 공유한다. 김종국은 "건전지는 안 써도 방전되는 물품"이라며 겨울철 에어컨 리모컨에서 건전지를 빼두라고 알려주고, 이준은 "물건을 살 때 평생 쓸 수 있느냐, 위급 시 현금화할 수 있느냐 등을 기준으로 삼는다"고 말하기도 한다.
김종국(맨 위 오른쪽) 등이 출연하는 '짠남자'는 절약 정신을 갖춘 패널들이 타인의 집을 찾아가 소비 습관을 파헤치는 프로그램이다. /MBC |
비슷한 시기 KBS2 예능 프로그램 '하이엔드 소금쟁이'도 시청자들과 만날 준비를 하고 있다. 오는 21일 처음 방송되는 '하이엔드 소금쟁이는 연예계의 소문난 '짠테크' 고수들과 경제 전문가 소비생활 솔루션을 원하는 시청자들의 '소비로그'를 살펴보고 스마트한 소비 노하우와 솔루션을 제공하는 프로그램이다. 이찬원, 양세형, 양세찬, 조현아가 MC를 맡았고 경제 전문가로는 김경필 머니 트레이너가 함께한다.
과거에도 KBS2 '김생민의 영수증'(2017~2018), KBS joy '국민영수증'(2021~2022) 등 절약 예능들이 있었던바. 당시 예능들이 소비를 줄이라고 조언하는 것에 중점을 뒀다면, '하이엔드 소금쟁이'는 달라진 소비 트렌드를 반영해 단순한 절약보다는 똑똑한 소비의 중요성을 강조할 예정이다.
'하이엔드 소금쟁이' 이선희 CP는 절약을 다이어트에 비유하며 "안 먹고 운동하면 살이 빠지는 것은 당연하다. 그렇지만 요즘은 근력을 키우고 식단을 관리하며 건강하게 체중감량 하는 것이 트렌드"라며 "'하이엔드 소금쟁이'도 같은 맥락에서 비연예인의 사연을 받고 코칭을 하면서 직접적으로 도움을 줄 수 있는 해결책을 제공한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흐름에 대해 한 방송 관계자는 "시청자들이 관찰 예능 속 스타들의 화려한 호화로운 모습에서 상대적 박탈감을 느낀 지 오래"라며 "경제 불황 장기화로 절약과 재테크에 대한 대중적 관심도가 높아지며 이를 소재로 한 콘텐츠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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