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재 업고 튀어', 신의 한 수 '각색'…짝사랑·열아홉 서른넷[TF초점]
입력: 2024.04.24 10:00 / 수정: 2024.04.24 10:00

원작 설정에 감각 있는 각색 더해져 
변우석 짝사랑 설정이 완성한 '쌍방 구원서사'


선재 업고 튀어가 방송 첫 주부터 높은 화제성을 기록하며 인기를 얻고 있다. /tvN
'선재 업고 튀어'가 방송 첫 주부터 높은 화제성을 기록하며 인기를 얻고 있다. /tvN

[더팩트ㅣ김샛별 기자] '선재 업고 튀어'의 화제성이 심상치 않다. 첫 회 만에 입소문을 타기 시작해 호평을 얻으며 최근 가장 뜨거운 화제작으로 떠올랐다. 그 중심에는 '각색'이 있었다. 원작의 뼈대는 갖고 가되 주요 설정을 바꿔 '타임슬립 구원 로맨스'를 더욱 살린 신의 한 수였다.

지난 8일 첫 방송된 tvN '선재 업고 튀어'(극본 이시은, 연출 윤종호)는 삶의 의지를 놓아버린 순간 자신을 살게 해줬던 유명 아티스트 류선재(변우석 분)와 그의 죽음으로 절망했던 열성팬 임솔(김혜윤 분)이 '최애'를 살리기 위해 시간을 거슬러 2008년으로 돌아가는 타임슬립 구원 로맨스 드라마다.

작품은 김빵 작가의 인기 웹소설 '내일의 으뜸'을 원작으로 한다. 여기에 JTBC '여신강림'을 집필한 이시은 작가가 또 한 번 각색에 나섰다.

'선재 업고 튀어'가 처음부터 기대를 받은 건 아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여러모로 좋은 조건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캐스팅 라인업부터 다소 약했다. '어쩌다 만난 하루'를 통해 주연으로 올라선 김혜윤이지만 이후 그렇다 할 흥행작이 없었다. 변우석은 이번 작품으로 첫 주연에 도전했다. 여기에 앞서 종영한 '웨딩 임파서블'이 3%대 부진한 시청률을 기록하며 '후광 효과' 또한 기대하기 힘들었다.

tvN 월화드라마 선재 업고 튀어가 감각 있는 각색으로 몰입감을 높이고 있다. /tvN
tvN 월화드라마 '선재 업고 튀어'가 감각 있는 각색으로 몰입감을 높이고 있다. /tvN

그러나 첫 방송 만에 기대 이상의 선전을 보여주고 있다. 타깃 시청층이 비교적 좁은 만큼 시청률 면에서는 큰 재미를 보지 못하고 있지만 화제성만큼은 뒤지지 않는다.

K콘텐츠 온라인 경쟁력 분석 기관인 굿데이터코퍼레이션이 발표한 4월 2주 차 TV-OTT 드라마 화제성 조사 결과 '선재 업고 튀어'는 화제성 점수 4만2393점을 얻으며 2위를 기록했다. 이는 '눈물의 여왕'의 방송 첫 주 화제성 점수 3만9775점을 앞선 것은 물론이고 최근 1년 동안 방송된 TV 드라마 중 가장 높은 수치다.

화제성을 실감할 수 있는 또 다른 지표인 디지털 언급량도 상당하다. 회차별 본방 직후 12시간 기준 SNS 언급량과 유튜브 댓글 수 등 모두 전주 대비 160%가량 상승했다. 2023년 하반기 이후 론칭한 tvN 월화드라마의 평균 지표와 비교해 2배가 훌쩍 넘는 234%의 수치이자 tvN 토일드라마 평균에 비해서도 228%라는 역대급 화제성이다.

이에 tvN 관계자는 "'눈물의 여왕'이 많은 사랑을 받고 있지만 사실 화제성 만큼은 '선재 업고 튀어'가 단연 최고다. 내부에서도 최근 들어 가장 폭발적인 화제성에 내심 놀라고 있는 상황"이라고 귀띔했다.

'선재 업고 튀어'가 이러한 호응을 이끌어낼 수 있었던 데는 각색이 크게 작용했다. 이시은 작가는 '쌍방 구원' 키워드를 내세우며 세세한 설정 하나하나 적재적소에 맞게 변화시켜 설렘과 몰입도를 동시에 잡았다.

사실 각색이 쉬운 건 아니다. 실제로 한 제작 관계자는 <더팩트>에 "원작을 바꾼다고 하지만 거의 새로 쓰다시피 해야 하는 작품들도 있다. 다만 각색이다 보니 오리지널을 쓰는 베테랑 작가들보다는 신인작가들이 많이 붙는다. 이 과정에서 아무래도 경험치가 적다 보니 부족한 역량이 드러날 때가 있다"고 밝혔다.

각색으로 재탄생한 tvN 월화드라마 선재 업고 튀어가 호평을 받고 있다. /tvN
각색으로 재탄생한 tvN 월화드라마 '선재 업고 튀어'가 호평을 받고 있다. /tvN

그리고 그 어려운 것을 해낸 것이 이시은 작가다. 이시은 작가 역시 경력이 길거나 다작을 한 베테랑 작가는 아니다. 그러나 앞서 '여신강림'으로 한 차례 각색으로 호평을 받으며 능력치를 입증한 바 있다.

'선재 업고 튀어'의 각색 중 가장 두드러진 건 류선재의 짝사랑 서사다. 원작은 고등학생 당시 두 주인공의 접점이 크게 없다. 타임슬립을 한 임솔에게 류선재가 스며들며 러브라인을 형성한다. 반면 드라마는 류선재가 타임슬립 전의 임솔을 일찍부터 짝사랑하고 있었던 사실이 공개되며 빠르게 러브라인을 완성했다. 짝사랑 서사를 추가하니 '쌍방 구원' 카드가 더욱 빛을 발하고 펼칠 수 있는 전개 또한 다채로워졌다. 보는 시청자 입장에서도 납득할 수 있는 가장 큰 요건이 완성되며 깊은 몰입감을 유발한다.

여기에 '열아홉 서른넷'이라는 설정도 한몫하는 중이다. 원작은 18세와 23세를 오가는 6년의 차이인 반면 드라마는 19세와 34세로 조금 더 극명한 시대의 차이를 뒀다. 덕분에 2008년을 소환하며 그 시대의 감성을 살린 OST와 스타일, 배경 등으로 색다른 재미를 선사할 수 있었다.

또한 풋풋함과 성숙함을 오가는 주인공들의 모습이 시공간을 뛰어넘는 장르의 매력을 200% 살리고 있다. 특히 류선재의 경우 이러한 극과 극 매력이 많은 시청자들에게 설렘을 안겼다. 특히 지난 6회 방송 이후 공개된 예고편에서 '34세 류선재'의 모습이 예고돼 벌써부터 기대감을 높였다.

운명을 바꾸기 위해 과거로 가는 원작의 설정을 기본 뼈대로 잡고 이시은 작가만의 감각 있는 설정이 더해지니 공감과 설렘을 모두 잡은 '선재 업고 튀어'다. 작품은 이미 '월요병 타파 드라마'라는 수식어를 얻었다.

여기에 후반부는 이시은 작가만의 스타일이 더욱 돋보일 전망이라고 예고된 만큼 '선재 업고 튀어'가 계속해서 좋은 흐름을 이어나갈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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