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서트·뮤지컬 실황 공연부터 스포츠 경기까지 상영 중
클라이밍·방탈출 등 공간 활용 폭 넓히며 복합문화시설로 거듭
극장은 영화를 비롯해 다양한 영상 콘텐츠를 선보이며 공간의 활용도를 높이고 있다. /롯데시네마, CJ CGV |
극장은 코로나19로 관객들의 발길이 끊기면서 새로운 생존방식을 모색했다. 영화뿐만 아니라 여러 영상물을 선보이고 공간을 문화시설로 탈바꿈하며 다양한 즐거움을 선사하고 있다. 이에 <더팩트>는 이를 직접 경험하고 관객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며 색다른 재미를 느껴보고 이러한 콘텐츠의 지속가능성을 알아봤다. <편집자 주>
[더팩트|박지윤 기자] 코로나19와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시장의 성장으로 역대급 침체기에 빠졌던 영화관은 이제 더 이상 영화 상영을 위한 공간만으로 존재하지 않는다.
현재 영화관은 영화를 비롯해 다양한 영상 콘텐츠를 스크린에 걸고 있고 클라이밍부터 방탈출과 체험형 전시까지 공간 활용의 폭을 확대하며 복합문화시설로 거듭나고 있다.
관객들은 영화를 비롯해 여러 아티스트의 콘서트 실황과 뮤지컬 공연 실황, KBO 한국시리즈와 LCK(LoL 챔피언스 코리아)와 MSI 등 e스포츠 경기 생중계 등 다양한 콘텐츠를 영화관에서 즐기고 있다. 이미 두터운 팬덤층이 구축된 콘텐츠를 선보이는 만큼 극장은 각종 프로모션을 진행하며 보다 쉽게 관객들의 유입을 유도하고 있다.
또한 공간의 쓰임을 바꿔 문화시설로 거듭나고 있는 지점이 늘어나고 있어 관심을 모은다. CGV는 만화카페와 볼링장을 도입하고 종로 구로 신촌에서 클라이밍짐을 운영하며 고객들에게 색다른 경험과 즐길 거리를 제공 중이다.
CGV는 만화카페와 볼링장을 도입하고 클라이밍짐도 운영하며 관객들에게 색다른 경험을 선사하고 있다. /박지윤 기자, SNS 캡처 |
특히 CGV신촌아트레온의 8관과 9관을 리뉴얼해 선보인 PEAKERS신촌은 기존 상영관의 강점인 높은 층고를 활용해 다이내믹하고 역동적인 볼더링(암벽 등반의 한 장르로 로프 없이 바윗덩어리를 오르는 행위)을 즐길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2022년 첫선을 보인 해당 사업은 약 1년 동안 3개 지점을 오픈하며 자리를 잡고 있다.
평소 클라이밍을 자주 즐기는 30대 여성 A 씨는 "암장을 찾아다니는 편이다. 영화관을 개조해서 만든 곳이라 더 궁금했다. 괜히 영화를 보러 가는 느낌도 들었다"며 "확실히 층고가 높아서 더 재밌었고 시설도 쾌적해서 종종 이용할 것 같다"고 전했다.
CGV 관계자는 <더팩트>에 "종로 지점 주변에 회사가 많다. 직장인들이 퇴근 후 클라이밍을 즐기시는 경향이 있다. 또 젊은 관객층이 많은 곳이 아니었는데 이들을 끌어당길 수 있는 유인책이 됐다"며 "구로지점은 주말에 가족 단위로 많이 즐기고 신촌은 대학 상권이다 보니까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오는 편이 많다. 각각의 이점이 다르고 이렇게 지속적인 수요가 있다 보니까 4호점도 오픈을 준비 중"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관계자는 "클라이밍을 운영하는 지점의 상영관은 줄었지만 관객 수는 비슷하다. 이로 인한 부가 수익이 창출된 셈"이라며 "클라이밍을 하시는 분들이 야외 활동을 즐기는 김에 영화까지 관람하는 소비경향이 있다. 복합문화공간으로 해낼 수 있는 케이스라고 판단한다"고 바라봤다.
더 나아가 CGV는 상영관 공간을 활용해 숏게임 골프 스튜디오 'THE APPROACH(디 어프로치)'부터 영화 같은 방탈출 테마 체험 공간 '미션 브레이크'와 영화를 비롯한 문화 예술 라이프스타일 등 취향을 공유하는 커뮤니티 서비스 'MOINTS(모인츠)' 등을 선보였다.
지난 13일 '미션 브레이크'를 체험하기 위해 CGV용산아이파크몰을 찾은 20대 커플은 "저번에 우연히 영화를 보러 왔다가 방탈출이 있는 걸 알게 됐고 예약해서 오늘 방문한 것"이라며 "영화관에 있는 방탈출이라서 간소화된 버전일 거라고 생각했는데 본격적이라서 놀랐다. 시간만 된다면 영화 보기 전후로 즐기기 좋은 것 같다"고 말했다.
롯데시네마는 '랜덤 다이버시티'와 함께 기획한 체험형 전시 공간 '랜덤 스퀘어'를 통해 다양한 전시를 선보이고 있다. /박지윤 기자 |
롯데시네마는 극장 공간이라는 특수성을 고려해 기존 상영관을 활용하며 월드타워점 7층에 '랜덤 스퀘어'라는 공간을 특별 조성했다. 이는 MZ세대들에게 이색 체험으로 떠오르는 '랜덤 다이버시티'와 함께 기획한 체험형 전시 공간이다.
오픈 당시 롯데시네마 컬처스퀘어팀 최재형 팀장은 "이는 단순한 콘텐츠 관람을 넘어 전시와 체험이 함께 결합된 색다른 경험을 제공할 수 있는 차별화된 공간"이라며 "앞으로 Cinema(시네마) 이상의 Culture Square(컬처 스퀘어)를 관객들과 함께 조성해 나가며 특별한 Cinematic(시네마틱) 경험 공간 활성화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각오를 다진 바 있다.
이후 롯데시네마는 '랜덤 스퀘어'에서 '랜덤 다이버시티: 더 무비'를 시작으로 '랜덤 데스티니 2023'에 이어 '랜덤 다이버시티-프래그런스'까지 세 가지의 전시를 선보였다. 이는 AI 기술을 활용하며 오래도록 기억되는 나만의 셀프 커스텀 굿즈를 제작할 수 있는 체험형 전시로 MZ세대들의 핫플레이스로 자리매김했다.
롯데시네마 관계자는 "1차와 2차로 진행된 '랜덤 스퀘어'는 예매율이 약 98%에 이르는 실적을 자랑하며 MZ세대의 새로운 핫플레이스로 자리 잡았다"고 전했다.
이 외에도 영화관은 특색있는 팝콘을 개발하는 등 식음 요소를 확대하고 극장 내 다양한 체육시설을 마련하며 복합시설로서의 면모를 더욱 강화시키고 있다.
이에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이후로 극장에 위기가 찾아오면서 변화를 줘야만 하는 시기였다. 당시 대중이 건강증진을 많이 고민하고 있다고 판단했고 층고가 높은 상영관을 활용해서 체육시설을 선보이는 게 가장 큰 이점이라고 생각했다"며 "관객들의 수요가 있다면 계속 확장해 나갈 계획"이라고 강조했다.<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