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23일까지 샤롯데씨어터에서 공연
'헤드윅'은 음악을 통해 상처로 얼룩진 인생의 의미를 찾아 헤매는 로커 헤드윅의 자전적인 이야기를 다룬다. /쇼노트 |
[더팩트|박지윤 기자] 남성도 여성도 아닌 그 경계에 위태롭게 서 있는 '헤드윅'이 무대와 객석의 경계를 완전히 허문 채 관객들에게 공감과 위로를 안기며 마침내 진짜 자신과 마주한다. 그리고 2019년에 이어 다시 한번 '헤드윅'이 된 전동석은 한층 더 사랑스러우면서도 깊어진 캐릭터로 관객들을 사로잡고 있다.
뮤지컬 '헤드윅'은 음악을 통해 상처로 얼룩진 인생의 의미를 찾아 헤매는 로커 헤드윅의 자전적인 이야기를 다룬 작품이다. 토미의 전국 투어 콘서트를 따라다니며 허름한 공연장을 전전하던 헤드윅은 마침내 그가 노래하는 뉴욕 타임스퀘어 옆에 위치한 밀레니엄 극장에 올라 그동안 자신에게 있었던 일을 하나씩 꺼내기 시작한다.
1988년 분단 시절 동독에서 우울한 유년기를 보내던 소년 한셀의 유일한 즐거움은 미군 라디오 방송을 통해 록 음악을 듣는 것이었다. 자유를 꿈꿨던 한셀은 미국 군인 루터의 제의를 받아들여 엄마 이름인 헤드윅으로 이름을 바꾸고 성전환 수술을 받지만 잘못된 수술로 인해 정체성을 상실해 버린다.
루터에게 버림받고 음악을 통해 새출발을 꿈꾼 헤드윅은 록 밴드 디앵그리인치의 보컬로 변두리의 바를 전전하며 노래를 부르기 시작한다. 그러던 중 17세 소년 토미를 만나 사랑에 빠지며 그에게 로큰롤을 가르친다. 하지만 헤드윅의 정체성을 알게 된 토미는 그가 만든 곡만 가로채는 록스타로 성장한다.
뮤지컬 배우 전동석이 '헤드윅'으로 관객들과 만나고 있다. /쇼노트 |
이렇게 자유의 꿈을 꿨던 한 소년에서 여자가 되고 싶었으나 잘못된 수술로 정체성을 상실하고 앵그리인치 밴드의 트렌스젠더 보컬이 되기까지의 긴 여정을 담은 '헤드윅'이다.
헤드윅 역의 전동석은 때로는 담담하게 때로는 발랄하면서도 유쾌하게 이야기를 풀어가면서 순탄치 않은 삶을 살아온 인물의 복잡다단한 내면을 섬세하게 그려낸다.
또 '현실 전동석'을 엿볼 수 있는 능청스러운 애드리브를 장착한 채 관객들과 가까이 소통하고 각기 다른 감정을 실어 노래를 부르며 관객들의 눈과 귀를 압도한다. 그동안 선 굵은 작품에서 주로 활약했던 그는 전작들에서 볼 수 없었던 새로운 매력을 꺼내 보이며 저력을 과시한다.
가장 화려한 헤어스타일과 의상을 착용한 채 무대 뒤편에서 걸어들어오는 그는 거추장스러운 외피를 다 벗어 던지고 온전한 자신을 꺼내기까지, 인터미션없이 약 130분 동안 펼쳐지는 공연을 안정적으로 이끈다.
'헤드윅'은 6월 23일까지 샤롯데씨어터에서 공연된다. /쇼노트 |
여기에 이번 시즌 헤드윅의 남편 이츠학으로 새롭게 합류한 장은아는 시원한 가창력으로 전동석과 함께 무대를 가득 채운다. 특히 코로나19로 인해 제한됐던 관객들의 뜨거운 환호와 무대와 객석 간의 소통도 돌아와 재미를 배가시킨다.
2005년 250석 규모의 대학로 라이브극장에서 한국 프로덕션의 막을 올린 '헤드윅'은 콘서트와 뮤지컬을 넘나드는 듯한 독특한 스토리와 연출 그리고 파워풀한 음악으로 흥행 돌풍을 일으켰다.
이후 매 시즌 여러 소극장에서 관객과 함께 성장해 온 '헤드윅'은 2016년 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로 자리를 옮겨 규모와 내용에 있어 새로운 패러다임의 무대를 선보였고 2021년 충무로아트센터 대극장에서 확장된 무대로 관객들과 만났다.
그리고 샤롯데씨어터에서 14번째 시즌을 맞이한 '헤드윅'은 무대 장치부터 영상과 공연 실시간 중계까지 더욱 다채로워진 무대 요소로 보다 입체적이고 풍성한 공연을 선보이고 있다. 오는 6월 23일까지 샤롯데씨어터에서 공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