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분의 도파민①]'웹드라마', MZ세대와 숏폼의 집합체
입력: 2024.04.11 00:00 / 수정: 2024.04.11 00:00

에이틴·짧은 대본→수백만 조회수 기본
"짧은 분량에 핵심을 압축적"…아이돌 캐스팅하기도


2010년 이후 웹드라마 시장이 급격히 성장하며 다양한 웹드라마가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에이틴 연애플레이리스트 일진에게 찍혔을 때(왼쪽부터)가 그 예다. /플레이리스트, 와이낫미디어
2010년 이후 웹드라마 시장이 급격히 성장하며 다양한 웹드라마가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에이틴' '연애플레이리스트' '일진에게 찍혔을 때'(왼쪽부터)가 그 예다. /플레이리스트, 와이낫미디어

웹드라마. 단어 그대로 '웹'을 통해 즐길 수 있는 드라마다. 최근 드라마 본방사수 필요성이 낮아지고 숏폼이 소비되고 있는 가운데 웹드라마는 'SNS'에서 '짧은 영상'을 활용하며 무섭게 성장 중이다. 짧지만 강력한 영상으로 도파민을 선사하는 웹드라마를 만드는 제작자와 출연 배우를 만났다.<편집자주>

[더팩트ㅣ문화영 기자] 최근 OTT와 SNS를 중심으로 수많은 콘텐츠가 쏟아지고 있다. 이에 시청자들은 '더 짧고' '더 강력한' 영상을 찾아 나선다. 이 가운데 웹드라마가 해당 니즈에 부합하면서 떠오르고 있다.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KOFICE)이 발표한 '웹드라마, 새로운 미학의 장르'에 따르면 국내에서 본격적으로 웹드라마가 제작된 시기는 2010년 중반이다. '스낵컬처(Snack Culture, 과자를 먹듯 짧은 시간에 콘텐츠를 소비하는 라이프 스타일 혹은 문화 트렌드)'로 시작한 웹드라마는 원래 포털에서 쓰이는 광보 홍보 성격을 띠었지만 스마트폰이 보급화되고 동영상 시청 플랫폼이 다양해지며 하나의 장르로 진화했다.

피키 픽처스(Piki Pictures), 72초TV, 플레이리스트, 콕TV 등이 유튜브에 채널을 개설해 짧은 영상을 제작하며 관련 시장은 빠르게 커졌다. 이후 다수 제작사들이 생겼고 채널 역시 △네이버TV △카카오TV △seezn(시즌) △올레TV 모바일 등으로 확대됐다. 또 CJ ENM과 라이프타임 등 방송 채널을 갖고 있는 제작사가 웹드라마 시장에 뛰어들었다.

웹드라마 에이틴(왼쪽 위)과 일진에게 찍혔을 때(왼쪽 아래)는 2024년 3월 기준 각각 1117만 회와 1399만 회를 기록 중이다. 20대 대학생활을 다룬 짧은대본(오른쪽 위)과 픽고 역시 각각 828만 회와 427만 회를 넘었다. /플레이리스트 오리지널, 콕TV, 짧은대본, 픽고
웹드라마 '에이틴'(왼쪽 위)과 '일진에게 찍혔을 때'(왼쪽 아래)는 2024년 3월 기준 각각 1117만 회와 1399만 회를 기록 중이다. 20대 대학생활을 다룬 '짧은대본'(오른쪽 위)과 '픽고' 역시 각각 828만 회와 427만 회를 넘었다. /플레이리스트 오리지널, 콕TV, 짧은대본, 픽고

웹드라마의 가장 큰 인기 요인은 '짧은 분량'이다. 1회당 1시간이 넘는 방송 드라마와 달리 웹드라마는 평균 10분 내외로 만들어지다 보니 스토리 전개가 빠르고 소수 인물의 위주로 이야기가 펼쳐진다. 러닝타임에 따라 숏폼(15분 내외) 미드폼(30~40분) 롱폼(60분 이상)으로 분류되는데 이중 웹드라마는 숏폼에 해당한다.

스마트폰 시청자가 현재 짧은 콘텐츠는 웹드라마의 흥행을 이끌고 있다. 이동시간과 휴식시간을 이용해 영상을 소비하는 것도 있지만 이야기의 압축성 때문에 웹드라마를 찾는 사람들이 많다.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는 <더팩트>에 "1시간이라고 하더라도 핵심적인 내용 없이 양만 늘리는 경우가 있다. 그런데 10분 콘텐츠는 짧다 보니 몰입도와 속도감이 상당하다"고 말했다. 이어 "짧은 시간에 재밌는 내용을 핵심적으로 얻으려고 하는 젊은 층의 취향에 딱 맞아 떨어진다"고 설명했다.

웹드라마 시청자 20대 A씨는 "분량이 짧아 몰아보기로 한 번에 볼 수 있어 좋다"고 전했으며 또 다른 시청자 B씨는 "'인급동(인기 급상승 동영상)'에 자주 뜬다. 밤에 자기 전 보면 딱"이라고 말했다. 또 "20대 연령대를 고려한 주제와 솔직한 대사들, TV보다 빠르고 짧은 게 매력"이라고 전했다.

웹드라마 주요 소비층은 MZ세대다. 모바일 사용에 특화되고 빠르게 변하는 미디어 환경에 그 누구보다 민감하게 반응하는 이들이 웹드라마를 가장 빨리 접하기 때문이다. 방송통신위원회가 2019년 조사한 방송매체 이용행태에 따르면 10대와 20대 동영상 시청 채널은 유튜브가 각각 99% 98%(중복 응답 포함)로 압도적으로 높다.

이에 장르는 주로 학원물과 하이틴으로 구성되며 성적·연애·친구 관계가 주로 사용된다. K-일진의 특징' '짝남이 우리 교실에 오는 이유' '친구가 예뻐서 서러울 때' '대학교 CC' '과제 빌런' '빼앗긴 아싸'등이 그 예다. 학교에서 누구나 겪을법한 일과 주변에 한명쯤 있을법한 인물을 그려내며 10대와 20대들의 공감을 자아낸다.

실제로 '에이틴' '연애플레이리스트' '일진에게 찍혔을 때'는 조회수 1000만 회를 훌쩍 넘겼다. 이 밖에도 '치즈 필름(CheezeFilm)'(313만 명) '짧은 대본'(123만 명) '픽고(PICKGO)'(73만 명) '끄적끄적'(34만 명) '비플레이(B-PLAY)'(21만 명) 등이 높은 구독자 수를 보유하고 있다.

어린 연령 팬층과 해외 팬을 사로잡기 위해 유명 아이돌을 주인공으로 발탁하기도 한다. 오마이걸 아린이 출연한 소녀의 세계(왼쪽)와 그룹 트레저가 출연한 남고괴담 포스터. /CJ ENM 밤부네트워크
어린 연령 팬층과 해외 팬을 사로잡기 위해 유명 아이돌을 주인공으로 발탁하기도 한다. 오마이걸 아린이 출연한 '소녀의 세계'(왼쪽)와 그룹 트레저가 출연한 '남고괴담' 포스터. /CJ ENM 밤부네트워크

한편 국내외 인기를 동시에 잡기 위해 아이돌을 캐스팅하기도 한다. 에이프릴 나은이 출연한 '에이틴' SF9 찬희와 우주소녀 은서의 '징크스' 오마이걸 아린의 '소녀의 세계' 골든차일드 봉재현의 '썸타는 편의점' 엑소가 출연한 '우리 옆집에 엑소가 산다' 레드벨벳 예리 '블루버스데이' 등이 그 예다.

'내짝남X날짝남'(B1A4 공찬) '마녀상점 리오픈'(여자친구 예린) '남고괴담'(트레저)을 만든 웹드라마 제작사이자 '비플레이'를 운영 중인 밤부네트워크는 <더팩트>에 "웹드라마 주 시청층과 아이돌 그룹의 팬층이 겹친다. K아이돌의 인기는 해외 시장에서 확실히 더 드러난다"고 전했다.

이어 "전현직 아이돌 멤버와 작품을 진행할 때는 해당 그룹 팬들이 어느 지역에서 더 팬덤이 강력한가 전략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국내 인지도도 중요하지만 일본 동남아 유럽 등 지역별로 각각 다른 티켓파워를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 가운데 웹드라마는 시청자 폭을 넓히기 위해 다양한 소재를 내고 있다. TV 드라마에 비해 구성과 스토리 수위에 있어 자유로운 편인 웹드라마는 성적 개방성과 직장인을 다루는 콘텐츠를 제작 중이다.

동성애를 다룬 '초코밀크쉐이크' '해피엔딩' 등 지상파에서 쉽게 볼 수 없는 장면이 연출되기도 하며 30대 직장인 현실과 애환을 그린 '어른애들'과 제2의 인생을 도저하는 시니어들의 이야기 '유 겟 미(U Get 美)'가 시청자들을 만났다.

이와 관련해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는 "어떤 채널, 플랫폼에서 소비되느냐에 따라 소재와 내용 구성이 달라지는데 웹드라마의 긍정적인 부분은 다양한 소재를 취할 수 있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TV와 글로벌 OTT는 수입성 상업성으로 접근하다 보니 인기 있는 소재만 하기 마련인데 웹드라마는 적은 사람이 즐기는 소재를 시도하고 소외된 시청자의 취향도 만족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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