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신곡 '안녕' 발매, 다시 활발한 활동 예고
갑상선기능저하 진단 후 삶의 태도 바뀌어
싱어송라이터 주니엘이 지난달 신곡 '안녕'을 발표했다. 잔잔한 기타 연주 하나에 주니엘의 보컬로만 끌고 가는 곡이다. 주니엘은 "최대한 아프게 써야겠다 이런 마음으로 쓴 곡"이라고 소개했다. /K타이거즈엔터 |
[더팩트 | 정병근 기자] 2012년 데뷔한 가수 주니엘은 데뷔 1년여 만에 미니 앨범 세 장을 냈고 많은 주목을 받았지만 이후 11년 동안 발매한 앨범이 한 장에 불과하다. 그 마지막 앨범도 2017년이다. 짧게는 7년 길게는 지난 10년간 가수로서 빈 시간이 많았다. 대신 "사람으로서의 주니엘을 더 채우는 시간"이었다.
결과물을 자주 내지 않았다고 해서 음악성까지 무뎌진 건 아니다. 데뷔 앨범부터 이미 작사 작곡에 참여했던 주니엘은 2017년 마지막 앨범 후에도 간간이 발표했던 싱글 '삐뚤빼뚤' '우리 둘만 아는 세상' 'Dear.(디어.)'의 작사 및 작곡을 했고 이 곡들을 통해 자신만의 이야기와 감성을 청자들에게 전했다.
주니엘은 20대의 끝자락이던 2022년 지금의 소속사 K타이거즈엔터테인먼트로 적을 옮긴 뒤 그래도 여러 싱글을 내고 OST를 가창하며 다시 페이스를 끌어올리고 있다. 올해도 여러 결과물을 선보일 예정인데 그 첫 번째가 지난달 21일 공개한 곡 '안녕'이다. 주니엘이 작사 작곡했다.
'안녕'은 잔잔한 기타 연주 하나에 주니엘의 보컬로만 끌고 가는 곡이다. 심지어 주니엘은 별다른 기교도 부리지 않고 고음을 내지르지도 않는다. 그런데 '너 잘 가고 있니'라는 첫 가사를 툭 내려놓는 주니엘의 음색이 단번에 곡에 몰입하게 만들고 '내 세상이던 너 안녕'이라는 가사로 곡을 마칠 때까지 애절한 감정을 층층이 쌓아간다.
"작년 초에 1~2월쯤 쓴 곡이에요. 썼던 시기와 맞물려서 내고 싶었는데 1년이나 미뤄졌어요. 돌아보면 가사는 술술 나왔어요. 가사를 쓰면서 내뱉었던 말들, 들었던 말들, 과거의 경험들을 회상하게 되니까 눈물이 나더라고요. 이 곡을 듣는 분들도 다 울 수 있게 최대한 아프게 써야겠다 이런 마음이었어요.(웃음)"
곡은 '거짓말이었어 밉다는 거 니가 불행했으면 좋겠다는 거/그런 말들을 듣고도 넌 꼭 다정하게 날 안아주더라' 가사 이후에 아주 잠깐 기타 연주도 목소리도 없이 툭 끊기듯 정적이 이어진다. 그리고는 곧 '사실은 철없이 널 좋아했었어 덧없이 커진 마음이 무서워질 만큼 나는 나로 있지 못했고'로 이어진다.
"그 부분에서 잠깐 멈춤으로써 자연스럽게 감정에 임팩트를 줄 수 있겠다고 생각했어요. 연주도 넣어보고 다 해봤고 주변에선 만류했는데 결국 제가 고집을 부려서 뺐어요. 제가 쓴 곡이니까요.(웃음) 거기서 멈추고 소리가 비워짐으로써 세상이 멈춘 듯한 느낌을 주고 그래야 다음에 나올 말들이 더 와닿을 거 같았거든요."
잠깐의 정적은 실제로 극적인 효과를 준다. 쨍한 고음을 내지르는 부분이 전혀 없음에도 화자의 마음이 강렬하게 전해진다. 빈 공간이 킬링 포인트가 된 셈이다.
주니엘의 인생에도 잠시 단절됐지만 삶에 큰 영향을 준 시기가 있다. 미니 4집 'Ordinary Things(오디너리 띵스)'를 내기 전인 2016년의 일이다. 당시 주니엘은 극심한 우울증을 겪으며 살이 급격히 찌고 반년 넘게 사람들도 안 만나고 SNS까지 닫아놨다. 마지막을 생각할 정도로 인생에서 가장 힘들었던 때다.
'안녕' 중간에 모든 소리가 멈추고 정적이 잠시 흐른다. 잠깐의 정적은 극적인 효과를 준다. 쨍한 고음을 내지르는 부분이 전혀 없음에도 화자의 마음이 강렬하게 전해진다. 주니엘은 "그 부분을 고집부려서 넣었다"고 말했다. /K타이거즈엔터 |
"엄마 얼굴이 떠올라서 어떻게든 기운을 내서 병원을 한 번 가봐야 겠다 싶었고 정신과를 처음 가게 됐어요. 우울증 수치가 너무 높다고 피 검사를 한 번 해보자고 하더라고요. 그 결과가 나왔는데 갑상선기능저하였어요. 갑상선에 문제가 생기면 우울감이 평소 30배 정도 온다더라고요. 이후 치료를 하면서 괜찮아졌어요."
주니엘은 그때 "다시 태어났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큰 전환점을 맞았다. 그는 "그런 일을 겪고 나니까 억지스럽게 뭔가 하는 걸 꺼리게 되고 건강이 우선이라는 생각이 들더라. 또 세상의 모든 일에 관대해졌고 부정적인 생각을 잘 안 하게 됐다"고 말하며 웃었다.
미니 4집이 있긴 했지만 그 전부터 최근까지 가수 활동에 공백이 많았던 주니엘은 그 시간에도 조바심을 내진 않았다. "음악 활동을 활발하게 하지 못한 건 아쉽긴 하지만 다양한 사람을 많이 만나고 생각도 많이 한 좋은 시간이었다. 음악 활동도 때가 있겠지 싶었고 대신 사람으로서 나를 더 채우는 시간이었다"는 주니엘이다.
갑상선기능저하는 완치가 거의 불가능하다. 꾸준히 관리를 해야 한다. 그럼에도 체력 저하가 크게 온다. 그로 인해 주니엘은 일상과 체질이 바뀌었다고 했다.
"전 그냥 평소 고양이에요. 계속 누워 있다가 뭔가 곡이 생각이 나서 이거 써야겠다 하기 전까진 움직이지 않아요.(웃음) 어렸을 땐 열심히 움직여야만 했는데 감상선기능저하가 오고 체력이 훅 떨어졌거든요. 에너지도 잃고 살도 잘 안 찌는 체질이 됐어요. 계속 조심하면서 관리를 하고 있어요."
체력이 극심하게 떨어졌지만 에너지가 솟아나는 때도 있다. 2022년 12월 연 10주년 콘서트와 지난 1월 20일 개최한 콘서트 때 놀라운 경험을 했다. 주니엘은 "원래 이런 체력이 아닌데 콘서트가 끝나고서도 더 할 수 있겠더라. 그게 무대의 힘인가 싶었다. 팬들과 관객들에게 에너지를 받는다는 게 이런 거구나 싶었다"고 돌아봤다.
그래서 주니엘은 또 무대에 서고 싶다. 그러기 위해 올해 곡도 자주 낼 생각이다. 이미 준비해 놓은 곡도 있고 아직은 공개하기에 시기상조지만 깜짝 놀랄 만한 프로젝트도 계획하고 있다.
"요즘 차트 톱100 들어가기 정말 어려운데 역주행을 해보고 싶어요. 그리고 공연이나 페스티벌 무대에 많이 서고 싶고요. 앨범도 내고 싶지만 준비하려면 오래 기다려주신 팬 분들 더 기다리게 해야 하니까 일단 올해는 싱글을 자주 내려고요. 다음에 나올 곡은 '나 이런 사람입니다'를 보여주는 곡이 될 거예요. 기대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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