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D가 사라졌다!' '비인칭시점' 등 AI 활용 예능 줄줄이 등장
뉴스, 드라마에서도 다양한 방식으로 AI 활용 중
최근 'PD가 사라졌다!' '김이나의 비인칭시점' 등 AI를 활용한 방송 프로그램들이 연이어 나오고 있다. /MBC, KBS |
AI의 시대가 성큼 다가왔다. 이제 AI 프로그램에 몇 단어만 집어넣어 넣으면 누구나 사진 작업을 하고, 영상을 만들 수 있는 시대다. 인간이 AI에 대체되지 않기 위해서는 AI를 활용할 줄 아는 능력이 필요해졌다. 방송가도 시대의 흐름에 발맞춰 AI를 활용하기 시작한 가운데 AI가 어떠한 방식으로 어디까지 쓰이고 있을지 살펴본다. <편집자주>
[더팩트 | 공미나 기자] 생성형 AI(인공지능)의 등장 이후 전 산업 분야에서 이를 활용하기 위한 움직임이 활발하다. 방송가에서도 AI를 활용한 시도들이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단순히 AI를 도구로 활용하는 수준을 넘어서 전면에 내세운 콘텐츠들이 쏟아지고 있다.
최근 AI를 전면에 내세워 주목받은 프로그램은 MBC 예능 'PD가 사라졌다!'다. 지난 2월 27일부터 3월 12일까지 3회에 걸쳐 방송된 이 프로그램은 세계 최초 AI PD인 엠파고가 MBC에 입사해 첫 연출로 입봉 하는 과정을 담았다. AI가 단순히 보조적인 기능으로 활용되는 수준에서 벗어나 능동적으로 프로그램을 만들어가는 모습을 담아 큰 화제를 모았다.
'PD가 사라졌다!'를 이끈 엠파고는 출연자를 직접 선정하고 의견을 취합해 새로운 게임을 만들었다. 게임이 끝날 때마다 실시간 편집을 하고 분량을 토대로 출연료를 산정했다.
물론 엠파고는 PD로서 아직 완벽하진 않았다. '음악과 칭찬의 페스티벌', '자기소개 피구 줄다리기' 등 알 수 없는 미션을 만들며 AI PD의 한계를 보여줬다. 그러나 움직임을 감지해 자동으로 촬영하고 실시간으로 빠르게 영상을 편집하고, 분량을 기준으로 출연료를 정확히 산정한다는 점에서 AI만이 가지는 강점도 보여줬다.
지난달 14일 방송을 시작한 KBS2 시사 교양 프로그램 '김이나의 비인칭시점'도 AI를 활용한 사례다. 이 프로그램은 작사가 김이나가 AI와 함께 이야깃거리를 골라 시청자들에게 전달한다. 스토킹 피해 사건, 의과대학 입사 열풍, 33년 만에 문을 닫는 학전 등 분야를 가리지 않고 다양한 이야기를 전달한다.
AI의 방송가 진출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방송가에서는 몇 년 전부터 다양한 방식으로 AI를 활용하기 시작했다.
AI가 방송에서 본격적으로 활용되기 시작한 시점은 2020년으로 꼽을 수 있다. 당시 방송가는 AI 기술에 휴머니티를 입한 프로그램들을 여럿 선보였다. MBC가 선보인 다큐멘터리 '너를 만났다'는 가상현실을 통해 고인이 된 가족들이 만나는 모습을 다루며 많은 시청자들을 눈물짓게 했다. Mnet도 '다시 한번'이라는 프로그램에서 AI로 고인이 된 가수들의 목소리를 복원해 감동을 선사했다.
AI와 인간의 대결을 다룬 프로그램도 있었다. 2021년 방송된 SBS 예능 프로그램 '세기의 대결 AI vs 인간'이다. 이 프로그램에서 인간과 AI는 모창, 골프, 주식 등 여러 분야에서 대결을 펼쳤다.
MBN은 2020년 김주하 앵커를 본딴 AI 앵커를 처음 선보였다. /MBN |
뉴스 분야에서는 AI가 인간을 대신하기도 한다. MBN은 2020년 9월부터 메인 앵커 김주하의 얼굴과 목소리를 본뜬 AI 앵커를 제작해 방송에 사용하고 있다. AI는 실제 김주하 앵커와 대담을 나누기도 하고 뉴스 브리핑을 이질감 없이 소화하고 있다. 또 제주도는 도정정책 뉴스인 '위클리 제주'도 최근 AI 아나운서 제이나를 선보여 주목받았다. 아직 인공지능에 의한 학습 능력을 가지진 못했지만 정해진 문구를 능숙하게 읽어내며 정보 전달자로서 역할을 충분히 하고 있다. 월 60만 원의 사용료만 들기 때문에 인간 아나운서보다 비용이 덜 든다는 장점이 있다.
드라마에서는 AI를 활용한 음성 복원, 디에이징, 딥페이크 등으로 한계를 극복한다. 지난 2월 9일 공개된 넷플릭스 시리즈 '살인자ㅇ난감'에서는 배우 손석구(장난감 역)를 쏙 빼닮은 아역 배우가 등장해 화제가 됐다. 그러나 이는 사실 AI를 활용한 딥페이크였다.
지난해 2월 공개된 디즈니+ 시리즈 '카지노'도 AI가 활용됐다. 60대인 주연 배우 최민식(차무식 역)은 극 중 자신의 30대 시절도 직접 연기했는데 이는 디에이징 기술 덕분이었다. AI가 최민식의 젊은 시절 얼굴과 목소리를 분석해 30대 최민식을 만든 것이다. 또 얼마 전 종영한 JTBC 드라마 '웰컴투 삼달리'에도 고(故) 송해가 딥페이크 기술로 등장해 화제를 모았다.
넷플릭스 '살인자ㅇ난감'과 디즈니+ '카지노'에서도 AI 기술이 활용됐다. /넷플릭스, 디즈니+ |
이뿐만이 아니다. AI는 방송가의 작은 부분까지 파고들고 있다. MBN은 이미지 생성 AI를 활용해 '더 와일드'와 '한 번 더 이혼할 결심' 등 예능 프로그램 포스터를 만들기도 했다.
다가오는 4·10 총선에도 방송사들은 개표 방송에 AI를 적극 활용한다. SBS는 생성형 AI 챗봇 기술과 AI 가상 음성 기술을 바탕으로 딥러닝을 거쳐 AI 시스템이 개표 상황을 실시간 해설한다. 이외에도 SBS 미디어기술연구소가 독자 개발한 AI 인물 검색 기술로 주요 정당 대표들의 숨겨진 옛 영상을 발굴해 소개할 예정이다. KBS는 AI 기술로 구현한 주요 후보의 아바타들이 공약 정책을 개사한 음원으로 랩배틀을 펼치는 모습을 선보인다. 또 JTBC와 MBN은 AI를 활용해 빠르게 총선 예측 결과를 도출해 내겠다는 계획이다.
앞으로 방송가 AI 활용은 더욱 다양해진다는 전망이다. 한 방송 관계자는 "생성형 AI가 문자를 넘어서 이미지, 음성, 영상까지 제작이 가능한 수준에 이르렀다"며 "앞으로 방송가 더 깊숙이 AI가 침투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관계자는 최근 등장한 동영상 생성 AI인 소라(Sora)를 언급하며 "AI의 발전 속도가 나날이 빨라지고 있다. 생성형 AI가 더 상용화되면 방송가의 패러다임도 확 바뀔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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