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M타운 콘서트 창시-SM C&C 방송제작-CJENM 아이돌 탄생
일본 내 트롯오디션 런칭에 이은 '한일가왕전' 성사 숨은 주역
엄청난 폭발력으로 이어진 K-POP 한류의 성공에는 숨은 주역들이 많다. 'SMTOWN Live World Tour' 파리콘서트 당시 SM의 모든 글로벌 공연 브랜드의 기획, 제작 및 총 연출자였다. /박헌우 기자 |
[더팩트ㅣ강일홍 기자] 2011년 6월 프랑스 파리에서 두 차례 진행된 글로벌 콘서트 'SM타운 라이브 월드 투어 인 파리'에는 동방신기(유노윤호, 최강창민)와 슈퍼주니어, 소녀시대, 샤이니, f(x)가 총 출동했다.
SM타운 월드투어는 당시까지 미국 로스앤젤레스와 일본 도쿄, 중국 상하이에서 대성황을 이룬 바 있지만 한국의 단일 소속사 브랜드로는 유럽 최초의 콘서트였다.
이 공연은 K-POP의 열기와 존재감이 아시아와 미국을 넘어 전세계에 확산 전파되는 기폭제가 됐다. 엄청난 폭발력으로 이어진 K-POP 한류의 성공에는 숨은 주역들이 많다.
그 대표적인 인물 중 한 사람이 바로 n.CH엔터테인먼트 정창환 대표다. 'SMTOWN Live World Tour' 파리콘서트 당시 SM의 모든 글로벌 공연 브랜드의 기획, 제작 및 총 연출자였던 그는 2017년 SM을 떠나 n.CH를 설립한다.
독립 기획사 n.CH엔터테인먼트를 운영하면서 2018년에는 CJ ENM 음악콘텐츠유닛 음악사업본부장(상무)을 맡아 글로벌 아이돌 프로젝트를 잇달아 런칭한다. 그해 10월부터 12월 6일까지 엠넷에서 방영된 서바이벌 프로그램 'TO BE WORLD KLASS'는 그가 직접 관여한 작품 중 하나다.
정창환 n.CH엔터테인먼트 대표는 업계에서 드러나지 않게 한류를 이끈 숨은 주역으로 인정받는다. 인터뷰는 지난 6일 오후 서울 서초동 가로수길에 있는 n.CH엔터테인먼트 사무실에서 2시간 동안 진행됐다. /박헌우 기자 |
정창환은 최근 '트로트'를 통한 한일 문화 교류에 물꼬를 튼 주역으로 다시한번 방송가 안팎에 조명을 받고 있다.
그는 국내 트로트 오디션 붐이 뜨거웠던 3년 전부터 일본 방송 관계자들과 접촉, 끈질긴 설득과 오랜 협의과정을 거쳐 한국에서 방영되는 똑같은 포맷을 일본에 런칭하는데 성공했다.
'트롯 걸즈 재팬'은 일본판 '불타는 트롯맨'으로, 트로트 오디션 신드롬을 불러 일으킨 '크레아 스튜디오' 대표 서혜진 PD의 작품이다. 다만 크레아스튜디오와 n.CH엔터, 일본 방송관계자들의 3각 협의를 통한 일본 진출 과정에는 그의 역할도 상당하다.
업계에서는 그가 드러나지 않게 한류를 이끈 숨은 주역이란 사실을 부인하지 않는다. [강일홍의 스페셜인터뷰]가 그를 만나 얘기를 직접 들어봤다. 인터뷰는 6일 오후 서울 서초동 가로수길에 있는 n.CH엔터테인먼트 사무실에서 2시간 동안 진행됐다.
정창환 n.CH엔터테인먼트 대표가 지난 6일 오후 서울 강남구 피겨앤그라운드 사무실에서 <더팩트>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박헌우 기자 |
-'현역가왕' 일본판 포맷으로 불리는 '트롯걸즈 재팬'을 성사시키며 한일 방송가에 새로운 물꼬를 텄다. n.CH엔터테인먼트는 어떤 회사인가.
K-POP 아티스트와 배우 매니지먼트를 포함해 국내외 주요 공연 기획까지 포괄적으로 운영하는 기획사입니다. 매니지먼트와 제작까지 종합 엔터테인먼트사로 보시면 됩니다. 공연 쪽으로는 '국민가수' 공연을 진행했고, 하반기 예정돼 있는 '현역가왕 남자편' 콘서트 판권을 갖고 있습니다. 최근엔 첫 트로트 레이블 그레인엔터테인먼트를 설립해 신유 장태희 김지현을 영입해 영역을 넓혀가고 있습니다.
정창환은 SM 시절 아티스트 매니저와 SM타운 라이브 연출을 거쳐 SM C&C 대표, CJENM 음악콘텐츠유닛 음악사업부장(상무)을 지냈다. 그가 2017년 설립한 n.CH엔터테인먼트는 이런 다양한 경험을 토대로 탄생된 종합엔터테인먼트 회사다. NATURE를 시작으로 오디션 프로그램 출신 아티스트들의 매니지먼트를 담당하고 있다. 현재 남녀 아이돌 정규 그룹을 보유하고 있고, MBN '한일가왕전'에 출전한 일본 대표 TOP7의 한국 매니지먼트를 맡고 있다.
-원래는 대기업에 근무한 평범한 직장인이었다고 들었다, 엔터쪽에 발을 들여놓게 된 계기가 있는지 궁금하다.
학창시절부터 음악과 영화에 대한 욕구가 컸어요. 당초엔 대학 졸업후 음악 공부를 더할 계획이었는데 그 무렵 아버지 사업 실패로 집안 형편이 어려워졌어요. 해외 유학보다는 당장 생계가 급한 상황이었죠. 부득이 대기업에 입사했는데 맡은 업무가 나름 적성에 맞더라고요. 막상 아버지 빚을 다 갚고 마음의 여유가 생기고보니, 제가 좋아하는 분야에 다시 관심이 쏠리더라고요. 대기업에서 쌓은 경험을 토대로 SM엔터테인먼트에 입사하게 됐죠.
정창환은 연세대 심리학과를 졸업하고 현대그룹 계열사에서 마케팅 업무(백화점 이벤트 담당)를 하다가 SM에 입사했다. 대학 시절 밴드(연세대학교 락밴드 소나기)에서 베이스를 쳤고 직접 곡을 썼을 만큼 음악에도 조예가 깊었다. S.E.S. 매니저, 신화의 로드매니저를 거쳐 A&R 및 제작자로 공연 연출을 시작했다. 2005년부터 대부분의 SM 소속 가수들의 콘서트 공연을 연출한 뒤 SM C&C의 이사가 되면서 드라마 및 예능 제작사 최종 책임자로 뮤지컬 및 드라마를 기획, 제작하게 된다.
정창환이 이끌고 있는 n.CH엔터테인먼트는 현재 남녀 아이돌 정규 그룹을 보유하고 있고, MBN '한일가왕전'에 출전한 일본 대표 TOP7의 한국 매니지먼트를 맡고 있다. SM 시절 그는 동방신기, 수퍼주니어, 소녀시대, 샤이니, 엑소 등 주요 아티스트 해외 콘서트도 제작 연출했다. /박헌우 기자 |
-SM 시절 전세계적으로 아이돌 영향력을 키우며 가요계 입지를 다진 주역으로 평가받는다.
주역이라고까지 하시면 과분한 평가인 것같습니만, 강 기자님이 그리 말씀해주시니 몸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사실 제가 처음 SM에 입사했던 2000년도 무렵엔 전체 직원이 불과 30명 안팎이었어요. 여러 역할이 필요할 때였죠. 2001년부터 제가 SM 내 공연 제작 연출을 맡게 됐습니다. 더 잘 아시겠지만 보아가 일본 맞춤형 아티스트로 진출하기 직전까지만 해도 한국 아티스트들은 국내 콘서트 중심이었잖아요. 제대로 된 공연 컨셉이나 인프라가 없었고, 저는 해외 유명 공연들을 영상으로 보며 연구를 많이 했어요.
'SMTOWN Live World Tour'는 2008년 첫 투어를 시작으로 서울, 뉴욕, LA, 파리, 도쿄, 오사카, 베이징, 상하이, 방콕, 대만, 싱가폴 등 전세계를 순회한 SM만의 독보적 공연브랜드다. 기획, 제작, 연출을 책임진 정창환은 60여명의 SM 가수들이 총 출연해 다양한 콜라보 무대로 선보이는 '옴니버스 형식 공연'을 창안했다. 단일 공연으로는 이례적으로 누적 관객 200만 명을 돌파하는 진기록을 수립하기도 했다. SM 시절 그는 동방신기, 수퍼주니어, 소녀시대, 샤이니, 엑소 등 주요 아티스트 해외 콘서트도 제작 연출했다.
-글로벌 한류 콘서트를 토대를 만든 셈인데 공연에 대한 나름의 원칙이 있을 것같다.
수많은 유명 공연들을 벤치 마킹하면서 터득한 노하우라고 할 수 있는데요. 모든 공연이 다 그렇겠지만 관객들은 무대에서 펼쳐지는 '희로애락'의 감정이 완벽하게 녹아나야 감동하고 열광합니다. 그래야 환희와 기쁨, 찬사, 흥분에 휩싸이죠. 음식으로 치면 짠맛 신맛 단맛 매운맛이 정교하게 배어나야 인정을 받듯이 이런 밸런스가 바로 연출로 표현된다고 봅니다. 아무리 좋은 재료라도 요리를 잘못하면 맛이 나지 않듯, 인기가 있다고 뭉뚱그려 아티스트들을 나열식으로 무대에 올리면 감동을 줄 수 없습니다.
2000년대 전까지만 해도 연예계 환경은 방송사가 절대적 우위에서 아티스트들을 컨트롤하던 시기다. 가수들의 입지는 방송 음악프로그램 노출에 따라 달라졌고, 기획사들은 방송사 입김을 무시할 수 없었다. 인기 아이돌 또는 유명 솔로가수들은 방송사들의 음악 특집 방송을 피할 수 없고, 가수들의 단독공연은 흥행이 돼도 옴니버스 공연은 외면받을 수 밖에 없었다. 그가 SM 타운 공연을 탄생시킨 배경이기도 하다. 그는 나눠먹기식 무대나열이 아니라 철저히 '희로애락'이 묻어나는 곡 중심의 관객 감정에 우선하는 큐시트를 만들어냈다.
-그러고보면 지금의 한류 K-POP이 글로벌 열기로 자리매김하는데 늘 중심에 서 있었는데 급속한 성장 배경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전 세계가 인정하는 한류의 위상이 하루 아침에 만들어진 것은 아닙니다. 근원을 살펴보면 K-POP이 급속히 발전한 배경에 대한 답은 있습니다. 글로벌 시장에서도 라틴음악이라는 특정 지역의 독립된 장르가 있듯이 하나의 장르를 구축할 글로벌 지향적이고 현지화돼야한다는 당위성에 따른 생존전략이 통했다고 생각합니다. 무엇보다 한국 특유의 노력과 두뇌가 글로벌 거대자본과의 경쟁을 극복할 수 있었고, 그 과정에 SNS와 유튜브의 시대적 흐름과 영향도 한몫을 했고요.
정창환은 SM엔터테인먼트 이사를 시작으로 SM컬처앤콘텐츠(C&C) 대표이사, CJENM 음악콘텐츠유닛 음악사업부장(상무)을 거쳐 현재 (주)n.CH엔터테인먼트 대표 프로듀서를 맡고 있다. CJENM 음악콘텐츠유닛 상무시절 그는 K-POP 발전과 미래 목표에 대해 이렇게 전망한 바 있다. "한국 음악시장은 너무 좁아서 답이 안나온다. 전세계로 나가야하는데 한국 음악에 낯선 외국인들이 3분 이상 듣지 않는다. 짧은 시간 내에 관심을 갖게 하는데서 출발한 것이 K-POP, 즉 '눈에 보이는 음악' '퍼포먼스를 강조한 음악'이다."
-연기자와 MC 등 아티스트 매니지먼트와 다수의 드라마와 예능 작품도 많이 탄생시키지 않았나.
흔히 하늘에서 뚝 떨어진 완벽한 창작물은 없다고 하잖아요. 그 말은 기존 스타일의 벤치 마킹을 통해 지식을 습득하고 재창조한다는 것이겠죠. 저 역시 대기업 시절을 거쳐 SM과 SM C&C에서 수많은 것을 배우고 터득하고 흡수하면서 새로운 영역을 넓혀갈 수 있었던 것같습니다. 엔터 관련 콘텐츠는 모두 대중이 공감할 수 있어야 성공 여지가 생깁니다. 역할이 주어지면 그 부분을 끝없이 고민하고 매달릴 수 밖에 없죠. 지금의 n.CH를 이끌어가면서도 마찬가지고요.
SM C&C 시절 대표이사 시절 그는 강호동 신동엽 전현무 이수근 등 국내 굴지의 대형 MC와 장동건 김하늘 한지민 한채영 이연희 고아라 최시원 송재림 정소민 등 배우들의 매니지먼트를 책임졌다. 당시 제작한 '미씽나인'(MBC) '질투의 화신'(SBS) '동네변호사 조들호'(KBS) '38사기동대'(OCN) 등 드라마 4편은 모두 동시간대 시청률 1위를 지켰다. JTBC '아는 형님' '크라임신', KBS '우리동네 예체능' '인간의 조건' 등 참신한 소재의 예능프로그램에서도 그의 역할은 돋보였다.
정창환 n.CH 대표는 일반 가요기획자들과 달리 SM시절부터 꾸준히 해외 교두보를 뚫었다. 그는 보아를 필두로 동방신기 슈퍼주니어 등이 일본과 동남아에서 폭발하는데 결정적 기여를 한 주역으로 꼽힌다. 사진 위(원안) 오른쪽은 크레아스튜디오 서혜진 대표. /n.CH 제공 |
한류의 성공 이면에는 영세 자본으로 묵묵히 매달린 대부분의 국내 가요제작자들을 빼놓을 수 없다. 다만 정창환 n.CH 대표가 일반 가요기획자들과 달랐던 것은 SM시절부터 꾸준히 해외 교두보를 뚫었다는 점이다. 그는 보아를 필두로 동방신기 슈퍼주니어 등이 일본과 동남아에서 입지를 다지는데 결정적 기여를 했다.
한국 트로트 오디션이 '트롯걸즈 재팬'으로 일본 방송에 런칭될 수 있었던 것도 일정 부분 그의 역할이 작동했다고 할 수 있다. 이는 일본의 정서를 대표하는 엔카와 한국 트로트의 연결고리, 세계 어느 지역보다 강한 일본내 K팝 신드롬 분위기 등을 고려해 일본에서도 통할 수 있다는 확신이 있었기에 가능한 시도였다.
지난 2일 방송된 MBN '한일가왕전' 1회는 닐슨코리아 기준 전국 시청률 11.9%를 기록했다. 첫 방송부터 두 자릿수를 기록한 건 이례적이다. 첫회 방송을 TV로 지켜본 시청자들은 "한일 가수가 국내 방송에서 함께 대결하는 장면이 너무 이채롭다"는 반응을 냈다.
지난해말부터 선보인 한국의 '현역가왕'과 일본의 '트롯걸즈 재팬'은 각각 TOP7 가수들이 대결해 펼치는 '한일가왕전'의 모태가 됐다. 크레아 스튜디오가 기획 제작해 완성한 MBN '한일가왕전'은 갈라쇼를 포함해 총 6회로 방영될 예정이다.